싱가포르의 첫 로드무비가 될 뻔한 영화, 사라지다
작성자 밤버울
넷플릭스에서 뭐 볼까?
싱가포르의 첫 로드무비가 될 뻔한 영화, 사라지다

안녕하세요. 밤버울입니다.
학창 시절, 어떤 무언가에 강렬히 매료되어 푹 빠진 적이 있으신가요? 어쩌면 평생, 운명처럼 내 삶을 차지하는 존재를 만난다는 건 큰 행운일지도 모릅니다. 저에겐 그런 존재가 없었던 탓인지, 열정 넘치는 청소년들을 볼 때면 아름답기도 하고 괜스레 부럽기도 합니다.
오늘 소개할 콘텐츠는 감독이 어린 시절 제작하고 출연한 영화를 둘러싼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셔커스: 잃어버린 필름을 찾아서>

📽️ 줄거리
영화에 강하게 이끌린 샌디는 싱가포르의 영화 학교에서 미국인 영화 교사 조지 카르도나를 만납니다. 그의 영향을 받아 샌디는 누벨바그 영화에 매료되었고, 영화에 대한 열망은 마음 맞는 친구들과 함께 싱가포르 최초의 로드무비를 제작하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집니다.
젊은 혈기로 무모한 도전을 시작한 그들은 어설픈 오디션을 열고, 장비와 필름을 협찬받으며 영화를 제작해 나갑니다. 조지 역시 촬영 감독으로 참여하며 그들의 작품에 힘을 실어줍니다.

그들은 실험적인 시도를 하며 자신들만의 예술을 펼칩니다. 90년대 초반 싱가포르의 정취가 담긴 영상과 독특한 연출은 크리에이터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줍니다.
방학 동안 촬영을 마친 후, 샌디와 친구들은 각자의 길로 흩어집니다. 샌디는 영국으로 돌아가 학업을 이어가고, 조지는 영화의 후반 작업을 맡게 됩니다. 그러나 샌디가 그토록 기다리던 영화 "셔커스"의 완성본은 끝내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대신 조지가 보낸 음성 테이프 몇 개가 전부였습니다.
결국 샌디는 조지가 70통이 넘는 "셔커스"의 촬영 필름과 함께 사라졌다는 사실을 알게 됩니다. 조지는 그렇게 "증발" 했습니다. 그리고 샌디의 마음 속에서 불타오르던 창작의 욕구도 사그라들고 말죠.
그로부터 몇 년 후, 샌디는 조지의 부인으로부터 한 통의 이메일을 받습니다. 메일에는 조지가 사망했고, 그가 가지고 있던 "셔커스"의 필름을 돌려주고 싶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습니다. 샌디는 되찾은 필름을 통해 조지의 실체를 파헤치며, 그가 자신과 친구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직면하게 됩니다.

📌 추천 포인트
⚡️ 90년대 초반 싱가포르 풍경: 습하고 무더운 여름날의 싱가포르를 생생히 느낄 수 있는 촬영지와 분위기. 좁은 골목, 낡은 상점은 그 시대의 향수를 완벽히 전달합니다⛱️
⚡️ 실험적인 편집과 영상미: 첫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몽환적이고 독특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장면들 🧚 장면 전환에서 느껴지는 리듬감과 영화 속 음악이 더해지니 향수가 몰려 옵니다.
⚡️ 조지 카르도나의 영향력: 모두의 멘토이자 동시에 열정을 빼앗는 "열정 뱀파이어"와 같은 존재 🤬
⚡️ 다큐멘터리와 픽션의 경계: "셔커스"의 장면과 샌디의 현실이 교차하며, 이야기는 단순한 회고를 넘어 영화 제작 과정의 복잡함과 어린 열정을 탐구합니다.
영화는 시종일관 차분하게 진행되며, "셔커스"와 현실의 이야기가 교차합니다. 과거와 현재를 오가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마지막에는 씁쓸한 웃음을 자아냅니다. 영화의 초반에 흐르던 샌디의 나레이션이 다시 떠오릅니다.
이 영화를 보고 나면 마치 내 어린 시절의 상처도 치유되는 듯한 아련함이 가슴에 남습니다. 과거를 통해 성장하는 모습은 나의 열정이 이전과 같지 않다는 생각이 들 때 필요한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