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0/3주차]▶️HMM |🎬홀리보이 | 💿다브다-‘온(百)
글. 송후령, 남선우(‘씨네21’ 기자), 황선업(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 STAN_A X
‘HMM’
송후령: 어떤 이야기는 메모 한 줄에서 시작된다. 르세라핌 허윤진이 호스트로 나선 팟캐스트 ‘HMM’의 첫 페이지 역시 그렇다. “창작을 통해서든 기록을 통해서든 오늘의 저를 어딘가에 계속 살아 있게 할 수 있는 거예요.” ‘HMM’의 첫 에피소드에서 허윤진은 데뷔 전 직접 쓴 일기와 메모들을 펼쳐 보이며 지나온 시간을 되짚는다. 그는 걱정과 불안, 후회, 인간관계에 대한 고민까지 지금의 허윤진을 만든 크고 작은 경험들을 가감 없이 공유한다. 기록하고 창작함으로써 자신이 누구인지 기억하는 일. 이것이야말로 “자기 자신을 사랑하는 한 방식”이라는 허윤진의 이야기가 오래된 메모장으로부터 출발하게 된 이유일 테다.
“윤진 씨가 자기 얘기를 할 만반의 준비가 되어 보여서 좋아요.” 게스트로 출연한 댄서 리정이 짚은 것처럼, 허윤진은 살아오며 마주한 질문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들려주고, 여전히 품고 있는 고민마저도 솔직하게 고백한다. ‘갓생’이라는 말이 달갑지 않은 이유, 삶을 조금 더 흥미롭게 만드는 작은 습관과 규칙, ‘빌런’들로부터 나를 지키는 방법.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들이 이제는 타인과 나누는 이야기의 출발점이 됐다. 허윤진은 팟캐스트를 열며 K-팝 아이돌을 꿈꾸게 된 배경에 대해 이렇게 말하기도 했다. “다양한 정체성을 지닌 사람들에게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이 저에게는 굉장히 크게 다가왔어요.” 음악과 무대로 자신의 목소리를 전해온 그에게 ‘HMM’은 가장 사적인 이야기를 꺼내는 또 하나의 통로처럼 보인다. “여러분도 자신의 삶을 기록하고 언젠가 다시 꺼내 보고 싶은 기록들을 남기기 시작했으면 해요.” 어쩌면 허윤진의 바람대로 이미 누군가의 방에서는 새로운 이야기가 시작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Huh’s Memo(HMM)’의 다음 에피소드는 10월 19일(월) 저녁 7시(KST) 스포티파이와 유튜브, 엠넷플러스의 ‘STAN: A’ 채널에서 공개된다.
‘홀리보이’
남선우(‘씨네21’ 기자): 공포 영화의 약진이 두드러지는 한 해다. 상반기에는 ‘살목지’와 ‘백룸’, 하반기에는 ‘옵세션’과 ‘레지던트 이블: 0번째 밤’, 그리고 리마스터 버전으로 최초 개봉한 ‘위커 맨: 파이널 컷’ 등이 장르 팬들을 흥분시킨 가운데 제시카 차스테인의 섬뜩한 변신이 예고된 ‘아더 마미’, DC 유니버스의 바디 호러 장르인 ‘클레이페이스’도 핼러윈 시즌을 겨냥해 국내 공개를 앞두고 있다.
위 라인업에 뒤지지 않는 이탈리아산 호러 한 편이 10월 한국 극장가에 당도했다. 지난해 제82회 베니스국제영화제에서 첫선을 보인 ‘홀리보이’ 이야기다. 그 무대는 비극적인 기차 사고로 가족과 이웃을 여럿 잃은 사람들의 마을 레미스. 트라우마에 잠식될 뻔한 주민들은 기묘한 방식으로 생명력을 유지하는데, 그건 바로 ‘천사’라 불리는 동네 소년 마테오를 껴안는 일이다. 그들은 영적 능력을 지닌 마테오와의 포옹이 슬픔을 완화한다고 느낀다. 마테오의 아버지가 나서서 의식을 주도할 정도로, 레미스는 평화가 절실하다. 그들만의 천국에 금이 가는 건 새로운 체육 교사 세르지오가 부임하면서부터다. 그가 조용한 학생 마테오를 신이 아닌 인간으로, 도구가 아닌 주체로 여기자 마테오의 자아가 깨어나기 시작한다.
감독 파올로 스트리폴리는 절박한 마음에 종교를 이용하는 인간의 이기심에 주목했다고 한다. 믿음의 자리에는 술이나 약물이 들어갈 수도 있다. 그가 경계한 건 쉽고 간편한, 그래서 중독되기 좋은 미봉책이다. “비참해져도 괜찮다. 약해져도 괜찮다. 고통은 악마화할수록 악화할 뿐이다.” 그는 여러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고, 영화 속 대사로도 암시했다. “신은 고통 속에 함께하신다.”
인간은 모두 아프다. 그 상태를 충분히 누리는 것만이 타인의 상처까지 포용할 수 있는 길일 수 있다. 어쩌면 호러라는 장르는 주어진 러닝타임 내에 동료 관객들과 함께 놀라고 함께 안도하는 경험을 선사함으로써 부정적인 감정마저 온전히 겪어내는 체험을 가능하게 해 매력적이다. ‘홀리보이’로 그 시도에 성공한 파올로 스트리폴리 감독은 최근 미국 아티스트 에이전시 WME와 계약 소식을 알리기도 했다. 그가 연출한 할리우드 공포 영화를 볼 날이 머지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다브다 - ‘온(百)’
황선업(대중음악 평론가): 3분이 채 되지 않는 러닝타임이 표준처럼 굳어진 시대에 다브다는 정반대로 간다. 이 앨범의 수록 곡은 짧게는 4분, 길게는 7분에 이른다. 눈여겨봐야 할 것은 그 시간을 채우는 방식이다. 이제까지의 활동을 통해 매스록 밴드로서의 정체성을 쌓아 올린 다브다는, 곡마다 다른 전법을 활용하며 장르 특유의 변화무쌍함에 다채로움을 장착한다. 그저 소리를 점층적으로 쌓아 올리는 것이 아니라, 예고 없이 여백을 열어 흐름을 끊기도 하고, 악기 편성을 단번에 뒤집어 풍경을 바꾸기도 한다. 각기 다른 경로를 거쳐 클라이맥스에 닿으니 지루할 틈이 없다. 이 과정에서 ‘연주 집단’으로서의 매력도 한결 짙어진다. 합을 맞추는 긴장과 그 긴장이 풀리는 순간의 쾌감이 고스란히 담긴 작품을, 개인적으로도 꽤 오랜만에 만나는 듯하다.
변칙적인 박자와 복잡한 구조를 앞세우는 매스록은, 자칫 하면 아티스트의 자기 만족에 대중이 휘둘리기 마련이다. 이들의 두 번째 정규작은 전체적인 흐름에 설득력을 부여하고 대중적인 보컬과 선율을 적재적소에 배치함으로써 본 장르의 ‘초급반’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이것은 타협이 아니다. 정교한 밸런스 조정으로 피로감을 최소화함과 동시에 ‘음악’으로서의 매력은 한결 더해내고 있다. 무엇보다 이 앨범을 듣고 나면 ‘라이브가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경험과 고민을 거쳐 도달한 성장의 증명과 록 앨범이 응당 갖춰야 할 바람직한 미덕. 다브다는 새 앨범을 통해 이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았다. 쉽지 않은 환경 속에서도 밴드는 ‘끝까지 살아보겠다고 하는 태도’를 음악을 통해 차고 넘치도록 실천하고 있다.
![[26/10/3주차]▶️HMM |🎬홀리보이 | 💿다브다-‘온(百)](https://d2phebdq64jyfk.cloudfront.net/media/article/cb8dc4ca33744fdab7f1b3eba0ceb862.web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