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10/1주차]▶️TOMORROWXTOGETHE |🎬가능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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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최민서, 남선우(‘씨네21’ 기자), 나원영(대중음악 비평가)
사진 출처. TOMORROW X TOGETHER OFFICIAL

‘임자 지옥’ (투모로우바이투게더 공식 유튜브)
최민서: “직업이 어떻게 돼요?”, “님 선.” 특별한 연애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각자의 임자를 찾아 나선 다섯 남자. 어느덧 171회를 넘긴 투모로우바이투게더의 자체 콘텐츠 ‘TO DO X TXT’는 ‘솔로지옥’부터 ‘나는 SOLO’, ‘환승연애’, ‘신들린 연애’, ‘모태솔로지만 연애는 하고 싶어’까지 수많은 연애 프로그램을 한데 모은 ‘임자 지옥’을 선보였다. 쉴 새 없이 몰아치는 패러디를 받쳐주는 것은 7년을 함께하며 서로를 너무 잘 알게 된 멤버들의 ‘티키타카’다. “수빈 씨 해산물 닮았던데? 너 그런 스타일 좋아하니?”, “외인 한 명 있지 않았나?”, “외인 루니?” 연애 프로그램 특유의 은근한 견제와 탐색전마저 서로를 향한 거침없는 농담으로 변하고, 알고 보니 X룸 100평도 모자랄 만큼 오랜 시간을 함께한 ‘장수 커플’이었다는 태현과 연준의 설정도 묘하게 그럴듯해진다. 그래서 ‘임자 지옥’은 중요한 일반적인 연애 프로그램의 형식을 빌려오면서도, 서로를 이미 너무 잘 알고 있는 멤버들의 관계성을 바탕으로 새로운 서사를 탄생시킨다.

그만큼 ‘임자 지옥’에서는 타 연애 프로그램에서 좀처럼 볼 수 없는 진기한 광경이 속출한다. “저기요! 저희 서로 뽑아주기로 했잖아요.”라며 첫인상 투표 사전 모의를 고백하는 범규와 이를 가볍게 무시하고 다른 사람을 선택하는, 모솔 추정 ‘외인’ 휴닝카이. 삐걱거리던 두 사람은 “전쟁 속에서도 사랑은 꽃피더라고요.”라는 범규의 말처럼 갈수록 마음이 맞는 ‘혐관’ 커플이 된다. 반면 할머니의 가호를 받는 ‘신들린’ 수빈과 태현은 첫눈에 반한 커플에서 ‘현커’까지 직행한다. 비록 할머니와 함께하는 3자 연애가 될지언정 말이다. 그리고 1편 ‘임자 지옥’에서 태현을 선택했던 연준은 2편 ‘환승 임자’에서 뜻밖의 주인공이 된다. 사실 두 사람이 서로 새로운 상대를 찾기 위해 출연한 ‘X’였다는 반전이 밝혀지면서, 끝난 듯했던 1편에서의 이야기는 제목 그대로 ‘환승 임자’로 이어진다. 연준은 수빈과 함께하는 태현의 모습을 보면서도 태연하게 식사에 집중하고, “수빈 씨랑 잘해 봐.”, “각자 행복하자.”라며 태현을 보내준다. 하지만 홀로 남은 X룸에서는 “태현아…!”를 외치며 오열한다. 그리고 X룸에는 두 사람이 그룹 활동을 하면서 함께한 추억들이 고스란히 걸려 있다. 현실에서는 동료로 쌓아온 시간이 ‘환승연애’를 패러디한 연애 프로그램의 문법 안에서는 장기 연애의 추억으로 바뀌면서, 유머를 위한 설정에 묘한 개연성을 더한다. 

첫눈에 반한 사랑부터 혐오 관계에서 서서히 서로에게 스미는 사랑, 과거 연인과의 재회 그리고 새 연인으로의 환승까지, 연애 프로그램에서 관계가 형성되고 변화하는 다양한 양상은 많은 사람들이 인식할 수 있는 일반적인 문법이 되었다. 그리고 모두가 아는 그 그림이 뒤섞인 상황에서도 이를 능청스럽게 몰입해서 소화하는 멤버들의 모습은 예상치 못한 웃음을 자아낸다. 휴닝카이와 범규는 천국도에 도착해서 아무렇지 않게 “자기야, 가자.”를 말하며 손을 잡고, 짜장면을 먹기 위해 남은 멤버들은 무당으로 출연한 수빈이 모시는 ‘할머니’의 영혼이 연준의 어깨에 올라갔다며 즉석으로 농담을 주고받는다. 애드리브와 대본을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자연스러운 멤버들의 예능감은, 171회 동안 수많은 콘셉트를 거쳐온 ‘TO DO X TXT’가 여전히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올해 7주년을 맞은 그룹에게 이처럼 노련함과 변하지 않는 열정이 공존한다면, 팬들로서는 절대 놓치기 싫은 그림일 테니 말이다.

‘가능한 사랑’
남선우(‘씨네21’ 기자): SP 중공업 해고 노동자들에게 주목하고 있는 다큐멘터리 감독 예지(조여정)는 직감한다. 투쟁의 여파로 버석해진 호석(설경구)과 그를 다독여온 아내 미옥(전도연)에게서 유의미한 이야기를 끌어낼 수 있으리라고. 두 사람에게 식사와 술자리, 나아가 부부 동반 휴가까지 제공하며 다가가는 예지 곁에는 남편 상우(조인성)가 동행한다. 압구정에서 학창 시절을 보낸 이들은 미국 유학 중 재회해 결혼한 사이. 상우는 호석과 미옥을 향한 예지의 관심을 “메소드 연기”라 일컫지만, 예지는 창작자로서 의지를 되새길 따름이다. “나는 저 사람들을 사랑하려고 하는 거야.”

얼핏 보면 계급적으로 양극단에 놓인 두 커플은 실은 넷으로 철저히 분화한다. 호석이 동지들을 잃고 웅크려 있는 동안 마스크 공장에서 정규직으로 일하는 미옥은 비정규직 외국인 노동자들과 거리를 두고, 상우가 대대로 부를 누려온 것과 달리 예지는 세탁소를 운영하는 부모 밑에서 자란 과거를 의식한다. 이러한 스펙트럼보다 선득한 것은 찍는 자의 욕망과 함께 제시되는 찍히는 자의 욕망이다. 타인의 흉터에 렌즈를 들이대는 예지는 종종 과욕을 숨기지 못하는데, 미옥 또한 피사체가 되는 흥분을 감추지 못할 때가 있다. 예지가 미옥의 일터를 촬영하는 시퀀스가 그 예다. 마땅한 그림을 찾아 두리번거리는 예지에게 보답이라도 하듯, 미옥은 갑자기 공장 내 노조 결성을 주도하는 장면을 연출해낸다.

이창동 감독은 오래전부터 해고 노동자를 주인공 삼은 작품을 준비했으나 무엇을 보여줄 수 있을지 확신하지 못했다고 한다. 공동 각본가인 오정미 작가가 다큐멘터리 감독의 시점을 제안하고서야 ‘그것은 내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구체화한 결과물이 바로 영화 ‘가능한 사랑’이다. 극중 예지는 이창동 감독의 입장이 투영된 존재인 셈이다. 그 위치를 자인한 채 미옥으로 대표되는 군상의 천진함을 가리키는 건 제법 까다로운 모험이었으리라. 예술이 고통의 내용을 탐낼 때, 고통도 예술이라는 형식을 탐낼 수 있음을 설득하는 대목은 그래서 더욱 통렬하게 읽힌다. 그에 필적하는 자극을 여기저기 심어둔 거장의 신작은 9월 23일 일부 극장에서 개봉한 뒤 11월 6일 넷플릭스에서 공개된다. 마지막 장면의 달빛을 오래 응시해주시길 바란다.

‘Spinning in the Plane’ - 아젠다(Agenda) & 와이아현(whyahyun)
나원영 (대중음악 비평가): 얼터너티브 R&B 기반의 음악가 아젠다와 개러지 하우스 기반의 프로듀서·DJ 와이아현이 함께 작업한 싱글 ‘Spinning in the Plane’은 두 사람의 작년 발매작인 ‘i've got a lot of things to do’와 ‘Crunch’의 강점들을 ‘거짓말쟁이’와 ‘아무래도’ 두 곡에 응축해 담았다. 포 온 더 플로어와 브레이크 비트를 정교하게 겹치고 반짝이는 소리를 적재적소에 배치해서 속도감과 복잡함을 함께 강조하는 와이아현의 비트 위로, 확 감기는 훅을 톡 쏘듯 발성하며 친숙한 톱라인을 흥얼거리는 아젠다의 목소리가 맞아떨어져 듣는 맛을 키운다.

둘의 첫 협업곡 ‘gill’을 더욱 직관적으로 다듬은 이번 싱글은 2000년대 리듬 게임을 모티브 삼았다고도 하는데, 개인적으로는 흥미로운 지점이었다. ‘Spinning in the Plane’은 EZ2DJ가 설치된 당시의 오락실에서 흘러나왔을 법한 음악을 차라리 지금의 방식으로 상상하는 곡에 가깝게 들리니까. 근과거의 대중음악을 기억나는 모습 그대로가 아니라, 기억하고 싶은 모습으로 재구성하는 경향이 2020년대 팝의 상당 부분을 점한 지도 몇 년째. 황선업 대중음악 평론가가 토마토맛에게서 짚었듯이 “실재하는 무엇이라기보다, 현시대에 재소환하고픈 기억 속 이미지에 근접”하고자 특정한 양식을 “‘음악’이 아닌 목적 달성을 위한 ‘수단’과 ‘태도’의 영역으로 활용”하는 복고 전략을 여기서도 들을 수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더욱 흥미로운 건 싱글에서 아젠다가 팬으로서 롤모델로도 삼았다고 밝힌 수민의 작법이 느껴진다는 점. 질감과 구조의 정밀한 과잉으로 팝을 세공하려는 방법론은 올해만 하더라도 1:1:1의 ‘For Real?’과 라바다부의 ‘Labäda Bu’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처럼 팝의 잠재적인 미래상을 그리기에 특출났던 방식이, 요즈음에는 사뭇 달라진 기억법에 따라 과거를 재발명하는 데 쓰이는 것일까. ‘거짓말쟁이’는 인공미가 도드라지도록 조정한 가창 위에 드롭과 후렴에서 여러 소스를 쏟아붓고, ‘아무래도’는 발 빠른 투스텝 비트에 쨍한 음색의 미디 건반을 깔아서 노골적인 가요 멜로디를 화려하게 장식한다. 이렇게, 두 곡은 기억하고 싶은 대로 리믹스한 “그때 그 시절”을 성공적으로 구현하는 셈이다. 바로 이것이 2020년대가 그토록 원하는 2000년대의 상일지도 모른다. 그 실상이 거짓말쟁이처럼 다를지언정, 아무래도 괜찮다. 다만 뭔가 서글프게 느껴지는 노랫말이, 구미에 따라 제멋대로 편집된 시절의 심정을 전하고 있는지도. “나를 애태웠던 마음이 찾아온 그 기억들이 / 이젠 다 아무래도 좋을 대로 돼버린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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