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성원 영상 감독 “사람들이 새롭다고 느끼는 감정을 좇는 거예요”

윤성원 영상 감독 “사람들이 새롭다고 느끼는 감정을 좇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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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송후령
인터뷰. 송후령
사진 출처. 본인 제공

한적한 거제 앞바다에서 뻔뻔하게 파라파라 댄스를 추는 ‘갸루귀신’ 미나미, 물놀이 시범을 보여주겠다며 트레이닝복 바지를 훌훌 걷어 올리더니 거침없이 바다로 걸어 들어가는 원이. 두 소녀의 기묘한 동행이 담긴 영상 ‘갸루와 거제에 왔습니다 (거제 1편)’는 약 3개월 만에 조회 수 1,302만 회를 넘어섰다. 그사이 ‘거제야호’는 밈이 되어 곳곳으로 퍼졌다. 2년 전 발매된 리센느의 ‘LOVE ATTACK’은 ‘역주행’ 끝에 주요 음원 플랫폼 차트 최상위권에 올랐고, 지상파 음악 방송 1위까지 달성했다. 이 모든 것은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이하 ‘안원잘부’)’ 채널 론칭 후 불과 반년 만에 벌어진 일이다. 저마다 다른 것을 보고 즐기는 시대에 사람들은 ‘안원잘부’에 모여 같은 장면을 보고, 웃고, 이야기한다. 고유한 시선으로 세상에 질문을 던진 ‘Solfa’에서 우리 모두의 어린 시절을 길어 올린 ‘ODG’로 그리고 2026년 ‘안원잘부’까지. 유튜브 콘텐츠의 흐름을 이끌어온 솔파스튜디오의 대표, 윤성원 영상 감독에게 그 저력에 대해 물었다. 

‘안원잘부’는 리센느를 알리기 위해 시작된 채널이지만, 이제 리센느는 최근 가장 화제성 높은 걸그룹 중 한 팀이 되었어요.
윤성원: 얼마 전 미국에 다녀왔는데, 한국에 돌아와서 사람들이 실제로 “야호”를 쓰는 걸 처음 들었어요. 그제서야 ‘이게 정말 유행하긴 했구나.’ 하고 체감되더라고요. 이 파도에 함께할 수 있어 뿌듯하고 영광스럽죠. 사람들이 리센느 멤버들을 알고, 이들의 캐릭터까지 이해한다는 점이 특히 놀라워요. 전 국민의 응원을 받는다는 감각은 정말 쉽지 않잖아요.

폭넓은 대중의 관심을 얻는 게 어떻게 가능했을까요? 콘텐츠 소비가 각자의 취향에 따라 세분화된 시대에 정말 쉽지 않은 일인데요.
윤성원: 어느 정도의 흥행은 예상했지만, 사실 지금은 제가 컨트롤할 수 없는 광기의 영역이라고 생각하고요.(웃음) 다만 지금도 저는 ‘안원잘부’를 멤버들의 이름도 모르는 사람들이 볼 수 있도록 기획해요. 출연자의 출신, 경력 등 사회적 특성을 전면에 내세우거나 그 자체로 재미있는 상황을 만들려고 하는 거죠. 이렇게 애초에 사람들이 출연자를 모른다는 전제 하에 접근해야 맥락을 몰라도 재미있게 볼 수 있는 콘텐츠가 만들어지는 것 같아요. 예를 들어 사투리 편은 ‘제나, 원이’가 아닌 ‘사투리 쓰는 아이돌’이라는 사회적 특성을 전면에 내세운 콘텐츠였습니다. 사실 그 편이 ‘안원잘부’ 채널이 메이저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된 영상이에요. 영상을 만들 때 저도 느꼈고, 실제 데이터상으로도 그렇습니다. 그 과정에서 ‘거제야호’가 발굴된 거고요. 사람들이 반응한 지점은 결국 아이돌에게서 못 보던 모습이 보여서가 아닐까 싶어요. 제나 님 성격이 조용한 편이라 풀이 죽어 있길래 ‘샤라웃’을 한 번 하고 싶었습니다.(웃음)

아이돌에게서 못 보던 모습이란 정확히 어떤 의미일까요?
윤성원: ‘못 봤다고 생각하던’이 더 정확한 표현 같아요. 미디어를 통해 자주 노출되던 모습과는 조금 다른 면모를 드러내고자 했습니다. 예를 들어 아이돌이 사투리를 쓰거나 트레이닝 복을 입고 물에 들어가는 장면처럼 한눈에 드러나는 모습부터, 통상적으로는 편집될 수 있었던 모습까지 리얼하게 담아내는 거죠. 그런 미묘한 차이를 보시는 분들이 다 느낄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저희도 아이돌이라는 직업 특성상 출연자들에게 필요한 요소들에 대해서는 고려하고 있기는 합니다.

원이 님에게선 어떤 모습을 발견한 걸까요? ‘안원잘부’ 채널을 열기로 결심한 이유가 “용감함..?”이라고 짚어주신 댓글을 보고 궁금했어요.
윤성원: 제가 말했던 용감함은 어떤 사소한 행동들이었어요. 예를 들어 웃을 때 입을 쩍 벌리면서 웃는 것. 그런 표정이나 액션에서 이 사람이 무얼 숨기고, 숨기지 않는지가 보이잖아요. 원이 님은 좀 더 자기를 보여줄 수 있는 그리고 어떤 상황에 좌지우지되지 않는 용기가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어요. 

다른 멤버들은 어떤가요? 콘텐츠 전반에 멤버들의 실제 성격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다는 인상입니다.
윤성원: 원이 님은 판이 없을 때 잘하는 사람이라면, 미나미 님은 오히려 판이 깔렸을 때 더 잘하는 사람. 연기를 정말 잘해요. 순간적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힘이 있죠. 미나미 님이 감기에 걸려 촬영 날 열이 많이 났던 적이 있는데, 힘들어하면서도 카메라 앞에만 서면 너무 잘해서 존경스러울 정도였어요. 리브 님은 대형 예능에서 잘할 것 같은 타입이고, 메이 님이랑 제나 님은 영락없는 열아홉 살 소녀들의 모습이죠.(웃음) 다들 콘텐츠에서 보이는 그대로인 것 같아요.

미나미 님의 ‘갸루’ 캐릭터가 엄청나게 화제가 되던 시점에, 해당 콘셉트를 내려놓고 미나미 님의 본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빠르게 판단하신 점도 인상적이었어요.
윤성원: 갸루로 계속 섭외가 온다는 건 알고 있었어요. 당연한 섭리인 건데, 타 방송과 아이템이 의도치 않게 겹치거나 하면 저희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고요. 그리고 이미 갸루로는 보여줄 만큼 다 보여주지 않았나 싶었어요. 인터뷰를 해보니 미나미 님이 지닌 매력이 너무 많아서, 빨리 본모습을 꺼내도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갸루’와 ‘신라공주’ 캐릭터가 앞서 흥행한 상황에서 리브 님과 메이 님을 ‘패트와 매트’라는 하나의 조합으로 선보인 것 역시 안전한 선택은 아니었을 듯해요.
윤성원: 이 경우에는 사회적 특성을 찾을 필요도 없이, 사람들이 이미 만들어둔 상황을 활용한 거죠. ‘다른 멤버들은 다 유명해졌는데 소외된 멤버들의 행동을 보겠습니까?’ 리브 님과 메이 님이 초조해한다는 걸 라이브 방송 클립을 보고 알고 있긴 했는데, 두 분을 만나보니 실제로도 “요즘 둘만 놀고 있다”고 하길래 그걸 듣고 ‘아싸, 됐구나.’ 하고 찍었죠.

곰을 만났을 때 대처법’ 같은 영상을 다시 만들 계획은 없으신가요? 기다리는 분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어요.
윤성원: 이거 뭘 좀 아시는 분들.(웃음) 저랑 팀원들은 좀 엣지 있다고 생각했어요. 각도를 살짝만 틀었어도 잘될 수 있었을 거라고 여전히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지금도 하고 싶거든요? 언제가 적절한 타이밍일지 두고 보는 중입니다.

감독님의 영상에 대해서는 시네마틱한 연출이 인상적이라는 반응도 많습니다. 영화 OST를 BGM으로 활용하거나, 영화 ‘불량공주 모모코’를 연상시키는 갸루 편의 연출 등 영화적인 요소들이 눈에 띄어요.
윤성원: 아마도 영상마다 원하는 콘셉트가 있어서 그런 것 같아요. 단순히 ‘어디에서 찍는다’가 아니라, ‘이런 느낌의 배경에서 이런 색깔의 옷을 입은 사람이 화면에 있는 모습’을 그리면서 기획하는 거죠. 영화에 나오는 ‘모모코’는 시골에 사는데 화려한 스타일링을 한 여자잖아요. 일단 룩(look)적으로 흥미로워서 갸루 콘셉트에 녹여보면 좋을 것 같았어요. 그간 영화에서는 비슷한 느낌의 캐릭터가 여럿 있었지만, 유튜브 콘텐츠에서 다뤄진 경우는 드물었기 때문에 그 콘셉트가 지닌 힘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거제 편에서 미나미 님의 갸루 착장이나 원이 님의 트레이닝복처럼, 출연자들의 스타일링도 영상마다 콘셉트를 선명하게 각인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듯해요.
윤성원: 의상은 매번 관여하는 정도가 다른데요. 보통은 저희 미술 감독님이 레퍼런스 이미지를 찾아주시면, 적절한 시안을 제가 골라서 소속사에 전달하는 식으로 진행합니다. 갸루 에피소드에 한정해 미나미 님 룩은 저희 미술 감독님이 해주셨고, 거제 편의 원이 님 의상은 제가 처음에는 ‘삼선 쓰레빠’를 신고 나와 달라고 했을 정도로 바로 집 앞, 자기 동네라는 게 직관적으로 느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초기 시안 중에는 힙한 LA 언니 같은 트레이닝복도 있었는데요. “아, 그런 느낌은 안 된다. 가출 청소년 바이브”라고 의견을 드리면서 톤을 맞춰 갔고요. ‘패트와 매트’도 초반에는 덤앤더머 같은 듀오라는 방향성만 있었는데, 제가 럭비 티셔츠를 입으면 좋겠다고 했어요. 덤앤더머인데 너무 멀쑥하게 세팅이 되어 있으면 안 어울리니까요.

유튜브 문법이라 하면 일상성을 부각하거나 연출을 덜어내는 방식이 익숙하게 느껴지는데, 보다 콘셉추얼한 접근을 택한 이유가 뭘까요?
윤성원: 일단 기획하기 편하고요. 콘셉트가 있으면 출연자가 가야 하는 길이 정해지잖아요. 물론 기획 방법은 콘셉트가 있든 없든 비슷하긴 합니다. 콘텐츠가 어떻게 시작되고 끝나는지를 정해주고, 중간중간에 거쳐야 하는 방점들을 만들어주는 구조인 거죠. 이런 방향성의 틀 안에서 출연자들은 좀 더 자유로워지는데, 거기에 특정한 콘셉트까지 더해지면 이해도가 더 높아지고 그 안에서 뛰놀 수 있게 되는 것 같습니다.

‘존이냐박이냐’ 채널의 베를린 클럽 도전기 같은 영상은 신선한 콘셉트에, 존박 님의 캐릭터가 기획과 잘 맞물리면서 SNS와 커뮤니티를 통해 많이 확산되는 결과를 낳았어요.
윤성원: 한국에서 드물었을 뿐이지, 베를린 클럽에 관련된 콘텐츠는 사실 많아요. 당시에 한국에서도 관심이 커지고 있었고요. 하지만 이미 베를린 클럽을 아는 사람들에게 익숙한 정보만 보여주면 전체 시청자 모수를 줄이는 거잖아요. 그래서 제작할 당시 팀원들에게 “베를린 클럽을 아는 사람은 대한민국의 1%도 안 된다”고 극단적으로 얘기했어요. 이미 알고 있는 사람에게 편승하기보다는, 더 많은 사람들이 볼 수 있는 방식으로 기획해야 한다는 의미에서요.

그런 식으로 사람들을 반응하게 만드는 것과, 그들을 구독자로 전환하는 건 또 다른 층위의 작업 같아요.
윤성원: 이제 거꾸로 ‘이걸 왜 구독하지?’를 생각해야죠. 이 채널에 대한 기대값이 있어야 하는 건데, 그 기대값은 인물이 될 수도, 영상의 감성이 될 수도, 채널을 구독함으로써 얻는 어떤 느낌이 될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존이냐박이냐’의 인스타그램 초기 전략이 ‘팔로우하면 뭔가 배울 수 있고 영어 실력이 오르는 느낌, 그래서 내 시간을 낭비하지는 않고 있다는 감각’을 줘보자는 것이었어요.

저도 정확히 그 전략에 당해서 팔로우했습니다.(웃음)
윤성원: 사실 전략적으로 아주 복잡하게 생각하지는 않아요. 제가 항상 얘기하는 건 ‘콘텐츠가 좋으면 장땡’이다. 정말 많이들 물어 보시거든요, 알고리즘의 비밀. 그냥 자연 현상이에요. 이거 꼭 넣어주세요. 알고리즘에 비밀이 있다고 말하는 건 사실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해요.(웃음) 사람 사는 세상이랑 똑같아요. 학교에서 인기 많은 친구가 있어서 다들 그 친구에 대해 얘기를 해요. 그런데 거기에 비밀이 어디 있어요?

‘콘텐츠가 좋으면 장땡’이란 말씀에 전적으로 공감하지만, 한편으로는 매번 새롭고 좋은 기획을 한다는 게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싶기도 해요.
윤성원: 구독자가 0명이라고 생각하면 돼요.(웃음) ‘ODG’나 ‘Solfa’ 채널을 운영할 때 영상 단위로 출연자와 기획이 계속 바뀌는 포맷을 오래했다 보니, 제 입장에서 ‘안원잘부’는 비교적 편한 축에 속해요. 채널에 맥락이 있기 때문에 고정 시청자층이 유지되는 거죠. 하지만 거기에만 안주하면 새로운 사람들이 모이지 않기 때문에, 시즌 2 첫 영상의 출연자를 ‘제나와 원이’로 소개하지 않고 ‘경주에서 올라온 아이돌’이라는 더 넓은 범주로 접근했어요. 제나 님과 원이 님을 모르는 분들도 흥미롭게 볼 수 있으니까요. 딱히 원칙이라고 생각한 적은 없지만 만드는 로직은 항상 비슷한 것 같아요. 보는 사람이 새롭고 재밌는 것. 

그러고 보니 솔파스튜디오가 운영하는 채널들은 채널명부터 뾰족하게 설계되었다는 인상이에요.
윤성원: 귀납적으로 봤을 때 채널명은 아예 심플하게 가거나, 아니면 ‘이게 뭐지?’ 하면서 한두 마디 정도 나눌 수 있는 소재를 찾으려고 하는 것 같아요. ‘안원잘부’는 저희 디자이너분이 핵심적인 아이디어를 주신 건데, 쿨하고 심플한 걸 넘어 이제는 질척이는 디자인 트렌드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어차피 그 당시에는 사람들이 리센느를 잘 몰랐기 때문에, 쿨하게 가도 의미가 없어 극단적으로 모두에게 소개하는 느낌으로 정했습니다. “이게 공식 채널이냐, 팬튜브 같다”라는 말을 초창기에 가장 많이 듣는 것 같아요. 채널명을 바꾸라는 피드백도 항상 있는데, 보통 잘되면 그게 장점으로 바뀌니까요.(웃음)

‘HUP!’이나 ‘칠성레이블’ 채널도 음악 콘텐츠의 전형적인 문법을 조금씩 비튼다는 점에서 흥미로웠어요.
윤성원: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영상은 ‘HUP!’ 채널의 ‘제이비쇼’예요. ‘신인 아이돌이 영어 쓰면서 철없는 선배들 혼내는 거 볼래?’가 기획의 시작이었어요. 마찬가지로 사회적 특성을 활용한 거죠. 만약 ‘KISS OF LIFE의 쥴리와 벨이 나오는데 볼래?’가 되면 팬덤이 타깃인 자체 콘텐츠가 되기 때문에, 쥴리 님과 벨 님을 잘 모르는 더 많은 대중들도 볼 수 있도록 포맷을 짠 거죠.

유튜브 시장이 포화되었다고들 하는데, 요즘 같은 세상에 새로운 아이템이란 게 존재할 수 있을까요?
윤성원: 시장이 포화됐다는 말을 몇 년 전부터 들었어요. 돌이켜 보면 레드오션이 아닌 적이 없었습니다.(웃음) 새로운 건 없고 사람들이 참신하다고 느끼는 것만 있죠. 절대적인 건 없어요. 그러니까, 사람들이 새롭다고 느끼는 감정을 좇는 거예요. 패션이 돌고 도는 이유도 20년 전의 누군가에게 질려버린 트렌드가 20년 후 어떤 사람에게는 새롭게 와닿는 것처럼요. 패션은 그대로인데 사람들의 감정은 바뀌잖아요. 작년에 나왔던 것들 중에 ‘와, 새롭다.’ 했던 것이 1년만 지나도 ‘아직도 하네, 지루하네.’가 돼버리니까, 정말 힘들고 어려워요. 하지만 시대정신이란 건 분명 있으니까, 지금 사람들이 평균적으로 즐겨보는 것이 무엇인지 미디어를 많이 보며 소비자로서 관찰하는 거죠.

아주 초창기부터 유튜브 생태계를 경험한 입장에서 시대정신은 어떻게 변화해왔다고 느끼나요?
윤성원: 원래 없던 것을 찾는 게 아니라 지금 이 시대에 새로운 것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는 거죠. 새롭다는 감각은 늘 정반합이에요. 무언가 새로운 대세가 되면 또 사람들이 모이겠죠. 그게 쌓이면 임계점이 오고, 피로해지고 또 새로운 게 나오고의 무한 반복. 제가 유튜브 채널을 만든 지 10년 정도 됐는데 항상 그랬던 것 같아요. 특정한 형식이 많아지면 사람들이 피로해하고 그러면 누군가 새로운 걸 다시 가져와요.

이 시점에서 “아이돌을 유튜브로 띄워보자”는 목표를 갖게 된 배경이 궁금해지네요.
윤성원: 그동안 저희 영상이 잘되면서 출연자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게 된 적이 많았어요. 저희가 제작사라는 정체성이 있기 때문에 단순히 영상 만드는 걸 넘어 ‘얻을 수 있는 부가가치가 뭐가 있을까? 이 오르내림을 같이 공유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될까’에 대한 고민이 생기더라고요. ‘시장의 파이까지 고려하면 다른 세상이 있겠다, 그 여정을 함께한다면 제작사로서 좀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수 있겠다’는 판단이 있었어요.

3년 전, 솔파스튜디오 인스타그램에 ‘ODG’ 채널의 운영 방식에 대한 고민과 함께 “작가도 예술가도 아닌 영화를 만드는 직업인”이라는 한 감독의 말을 공유하셨죠. ‘안원잘부’로 새로운 챕터에 접어든 지금의 생각은 어떤가요?
윤성원: 맞죠, 직업인이죠. 그때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님의 인터뷰를 올린 이유는, 이런 엄청난 분도 자신은 예술가라기보다 주어진 일을 할 뿐이라고 말씀하시는데.(웃음) 제가 뭐라고 뭘 하는 척 한다는 게, 말이 안 되죠. 그냥 주어진 일, 제가 하고 싶은 일을 열심히 해야겠다는 생각이었어요.

그렇다면 앞으로 이 일을 하면서 타협하고 싶지 않은 건 무엇인가요?
윤성원: 주체성이요. 남이 원하는 걸 잘하는 사람도 팀에 꼭 필요하고, 저도 그런 성향의 팀원을 저희 회사에 두고 부탁도 하죠. 다만 저의 경우에는 이 업을 하게 된 동기가 주체성이다 보니 해달라고 하는 대로만 하면 이 일을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해요. ‘칠성레이블’ 작업을 시작할 때 클라이언트 측에서 저희가 쌓아온 것들을 존중해주신 덕분에 자율도가 높은 상황이었거든요. 저희도 좀 더 즐겁게 임했고, 다행히 첫 영상부터 성과가 좋아 내부적으로도 설득이 용이해지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졌어요. 물론 이렇게 제 마음대로 했을 때는 결과로 증명할 수 있어야겠죠. 당연히 일을 하다 보면 끝까지 협의가 어려울 때도 있어요. 그러면 그 부분은 양보하고, 새로운 섹터를 파서 그 빈틈에 제가 원하는 구성을 넣어요. 일을 할 때 모든 걸 제 마음대로 할 수는 없겠지만, 앞으로도 ‘내가 하고 싶은 걸 만든다.’는 이 감각은 계속 유지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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