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GEST, 나의 ‘영’을 찾아서
: ‘YOUNGEST’ 리뷰

YOUNGEST, 나의 ‘영’을 찾아서 : ‘YOUNGEST’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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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김효진(대중음악 칼럼니스트)
사진 출처. JYP엔터테인먼트

우리는 타인에게 불리는 이름의 수만큼 가면을 갖는다. 누군가에게는 장난기 가득한 친구의 얼굴이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속을 알 수 없는 얼굴을 한 동료가 된다. 각각의 이름은 그 관계에 맞는 표정과 태도를 요구하기 때문이다. 오래 불린 이름일수록 점점 그 표정에 가까운 얼굴이 되고, 후엔 그 얼굴이 내 진짜 얼굴이었는지 헷갈리기 시작한다. 그렇다면 진짜 내 이름은 무엇일까. 나를 부르는 모든 이름을 다 거두었을 때, 나는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싫어하는가. 좋을 땐 어떤 표정을 짓고 머릿속엔 어떤 문장이 먼저 떠오르는가. 반대로 싫어하는 일을 해야 할 때는 어떤 얼굴을 하는가. 관계라는 이름의 장벽을 모두 허물면 그 안에 꼭꼭 숨겨진 ‘나’는 어떤 ‘영(靈)’을 지니고 있을까.

‘YOUNGEST‘는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는 여정 같은 앨범이다. 영케이(Young K), 강영현 혹은 브라이언. 그리고 알려지지 않은 수많은 이름. 그를 부르는 어느 이름도 이 질문에 완전한 답을 내리지는 못할 것이다. 특히 데뷔와 함께 얻은 ’영케이‘라는 이름은 그에게 무언의 퀘스트를 던져준 듯했고, 그는 그 퀘스트를 성실하게 해내는 플레이어였(고 여전히 그렇)다. 퀘스트의 문을 하나씩 열고 나아갈 때마다 영케이는 더 많은 대중을 만날 수 있었지만, 그 문의 가짓수만큼 강영현이라는 자아, 본질, ‘영’과 멀어진 기분이었을 테다.

내 안의 ‘영’을 찾는 모험은 대체로 내부로 수렴한다. ‘나는 누구인가?’라는 문제를 풀이해 나가는 과정은 필연적으로 그렇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가 ‘YOUNGEST’를 통해 ‘영’을 찾는 방식은 발산에 가깝다. 그렇다고 자기 탐색이 무의미해지는 것은 아니다. ‘영’을 찾으려 시작한 발산형의 움직임은 유한한 세계에서 벗어나 그가 어디까지, 어디로까지 나아갈 수 있는지 확인하는 실험이 된다.

‘영(零)’에서 ‘영(靈)’으로
영케이가 이전까지 발표한 솔로 앨범은 영케이를 위한 것들이었다. 정확히 서술하자면, 영케이가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앨범들이었다. 노래가 있는 한 영케이는 영원히 존재한다는 메시지의 ‘Eternal’이나 음악으로 쓰인 편지 ‘Letters with notes’는 영케이라는 아티스트의 시작과 확장을 보여준다. DAY6의 시작과 현재를 함께하고 있는 홍지상 프로듀서의 참여도도 그렇고, 이전에 구사하지 않은 장르에 도전하더라도 DAY6 혹은 영케이로서의 모습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않았다. 전혀 다른 분위기처럼 들리는 R&B 소울 장르도 ‘영케이’가 탄생할 수 있었던 JYP 엔터테인먼트가 과거 추구하던 음악적 방향과 맞닿아 있다. 새로이 도전한 낯선 장르 역시 영케이의 바깥으로 나가는 시도라기보다 그 이름의 반경을 넓히는 방식이었던 셈이다.

그러나 ‘YOUNGEST’는 다시 영점으로 돌아온다. ‘나는 무엇을 좋아하는가?, ‘내가 잘하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답을 찾는 듯 밖으로 뛰쳐나가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고 다양한 장르를 탐험하기 시작한다. 사랑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 소울 트랙 ‘Hey Honey’나 하이퍼 팝 스타일의 ‘whatever’, 퓨처 베이스 EDM 곡 ‘Goodbye, Love’, 컨트리 곡인 ‘집으로 향한다’, 1990년대 포크 발라드를 연상시키는 ‘안개꽃’, 차분한 분위기의 재즈 곡인 ‘작업실에서 커피를’까지. 다채로운 만남으로 인한 형형색색의 영감으로 새로운 멜로디를 써 내려간다. 그는 영점에 다시 서서 자신이 향할 수 있는 모든 방향으로 부지런히 발을 내디디며, 그 끝에 자신의 ‘영’에 도착할 수 있는지 확인한다.

재미있는 점은 이 앨범이 이렇게 갖가지 새로운 만남의 결과물로 가득 차 있음에도, ‘영케이’를 잃지 않는다는 점이다. 인형극을 보는 듯한 피아노 리프로 동화적인 분위기를 연출한 ‘Marionette’가 대표적으로 그러하다. 이 곡은 DAY6나 솔로 가수 영케이로서 들을 수 없었던 분위기의 곡이지만 DAY6의 시작을 함께한 이우민 프로듀서와 함께 작업해 색다른 밴드 사운드를 들려준다. 또한, ‘우리가 헤어질 100가지 이유 (with JINJOO of DNCE)’는 이번 앨범을 통해 처음 만난 프로듀서 범주와 함께 만든 곡임에도, 2019년에 발매된 DAY6의 ‘The Book of Us : Entropy’의 수록 곡 ‘365247’과 닮았다. 한여름의 눈부심을 사운드로 구축한 듯한 신스팝 기반의 타이틀 곡 ‘Shut The Door’는 아티스트 영케이가 품고 있는 계절이자 가장 잘 표현할 수 있는 여름의 생기를 뿜어낸다.

‘0’과 K 사이의 거리
어쩌면 내 안의 가장 깊은 곳에 하나의 본질, ‘영(靈)’이 있을 거라는 기대는 환상인지도 모르겠다. ‘나’라는 사람의 본질은 존재할지언정 그 하나만으로 나를 이루는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없다. 어떤 모습은 운명론적 결과처럼 절대 떼어낼 수 없는 영원한 그림자(影)가 되지만, 어떤 모습은 내 갈망이나 욕망에 의해 직접 선택한 것이다. 나에게서 새로움을 창조하겠다는 의지에 의한 것. 자유롭고 도발적인 움직임으로 여기저기 부딪히며 또 다른 ‘나’를 마주하게 한다. 모순적이게도 그 길가에서 내가 선택하지 않은 우연들이 도래한다. 그리고 그마저도 ‘나’를 이루는 요소가 된다. 결국 ‘나’를 찾는 일은 순수한 본질을 발굴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선택한 길과 그 위에서 우연히 마주한 것들이 나를 어떻게 바꾸었는지 확인하는 일에 가깝다.

영케이가 자신의 ‘영’을 찾기 위해 ‘0’부터 다시 시작할 때, 가장 먼저 세팅한 것은 나침반의 방향일 것이다. 바늘의 방향은 ‘나’를 향한다. DAY6의 음악에는 늘 공간이 있기 때문이다. 누구든 자신만의 이야기로 채울 수 있도록 하는 공간. 화자가 특정되지 않은 채 사랑하고 이별하고 꿈꾸고 좌절하는, 누구나 한 번쯤 지나왔으리라고 여겨지는 삶의 장면들이 느슨한 윤곽으로 세워져 있다. ‘YOUNGEST’에는 이야기의 주인이 명확히 존재한다. 영케이, 강영현 혹은 브라이언이다. 그 모든 이름의 주인인 ‘나’가 겪은 경험으로부터 모든 이야기는 시작된다.

역할놀이로부터의 해방을 노래하는 ‘Marionette’나 친구의 뒷담화가 영감이 되었던 ‘Shut The Door’, 브라이언이라는 이름이 익숙했던 시절의 추억이 담긴 ‘Younge St.’,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하이큐!!’를 보고 만든 ‘SPIKE’, 카투사 시절의 고된 하루를 그린 ‘집으로 향한다’ 등 아주 개인적이고 일상적인 경험으로부터 시작된 핍진한 이야기들이 앨범 곳곳에 촘촘히 박혀 있다. 이야기의 주인이 설정돼 있는 만큼 비집고 들어갈 틈은 비좁아 보이지만, 이야기의 주인이 설정돼 있더라도 그 이야기가 남기는 감정마저 주인이 설정돼 있진 않다. 사회적 가면을 쓰고 살아가며 느끼는 답답함, 인간관계의 어려움, 어릴 적 자주 거닐던 거리,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혹은 콘텐츠, 아주 힘든 하루를 지낸 후 지친 마음을 이끌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 그가 쓰는 아주 개인적인 이야기들은 우리 모두의 이야기가 된다. 그래서 그가 부르는 ‘응원가’는 자신을 향한 응원인 동시에 듣는 이를 향한 응원가로 울려 퍼진다.

이처럼 ‘YOUNGEST’는 ‘나’를 찾는 여정처럼 보이지만, 결국 영케이라는 지도를 만든 과정에 가깝다. 그가 여태껏 살아오며 겪은 경험들과 그 속에서 피어난 감정들은 지도 속에 좌표를 찍고, 그 좌표들은 서로 이어져 여러 갈래의 길을 만든다. 그 길은 영케이가 자신을 찾아가는, 혹은 알아가는 길이면서 듣는 이들이 영케이라는 사람을 살펴보는 길이 되기도 한다. 운명과 우연, 선택이 뒤엉킨 이 지도 위에서 우리는 영케이가 그려낸 길을 걸으며 웃고 울고 공감한다. 그리고 마침내 깨닫는다. 그 지도의 모양이 우리 삶의 모양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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