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6/1주차] ▶️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 (유튜브)
김리은: 모두가 같은 것을 보고 듣던 시대는 끝났다. 알고리즘이 취향을 세분화한 오늘날, 트렌드는 팬덤과 커뮤니티 단위로 흩어지기 마련이다. 그렇다면 대형 플랫폼이나 막대한 자본, 이미 구축된 인지도 없이 어떻게 더 많은 사람들에게 닿을 수 있을까? 리센느의 리더 원이의 유튜브 채널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이하 ‘안원잘부’)는 그 질문에 대한 도전처럼 보인다.
흔히 아이돌에게 대중이 기대하는 가치 중 하나는 판타지다. 그러나 ‘안원잘부’가 길어올리는 것은 판타지가 아닌 리센느 멤버들의 당사자성에 기반한 캐릭터다. 호스트 원이는 고향인 거제를 방문하자 어린 시절 습관 그대로 바다로 망설임 없이 뛰어들고, 성수 거리를 돌아다니며 PD에게 경상도 사투리로 “밥은 줍니까?”라고 거침없이 질문한다. 이 채널에서 ‘거제야호’ 밈을 낳은 미나미 역시 치바 출신이라는 배경을 바탕으로 과장된 ‘갸루귀신’ 캐릭터를 능숙하게 소화한다. 경주 출신의 제나는 원이와 사투리로 대화하며 서울에 온 후 겪은 문화적 차이를 예능 소재로 풀어내기도 한다. 일반적인 아이돌 자체 콘텐츠가 설정과 장치를 통해 관계성을 구축한다면, ‘안원잘부’는 멤버들의 실제 성격과 경험, 지역성을 동력 삼아 그들을 콘텐츠의 중심에 세운다.
원이는 운전 연수 콘텐츠 ‘나의 연수 아저씨’에서 인연을 쌓은 코미디언 이선민, 유영우와 인생 처음으로 파인다이닝 레스토랑에서 식사하며 ‘삼촌들’과 진정성 있는 관계이고 싶다는 마음을 드러낸다. NMIXX 설윤과의 대화에서는 중소 기획사 소속으로 활동하며 느끼는 고충, 음악 방송 1위에 대한 궁금증과 열망을 솔직하게 털어놓기도 한다. 같은 모습도 다양한 필터를 거치며 소비되는 콘텐츠 시장에서, 원이가 보여주는 진솔함은 그 자체로 ‘안원잘부’를 지탱하는 희귀한 가치가 된다. 요컨대 ‘안원잘부’가 포착하는 것은 단순히 웃음을 위해 소환되는 예능적인 페르소나가 아니라, 그 사이로 새어나오는 실제 삶의 흔적이다. 그리고 이는 2024년 8월 발매된 'LOVE ATTACK’의 차트 역주행과 ‘안원잘부’ 채널 구독자 56만 명 돌파라는 호응으로 이어졌다. 수많은 판타지로 덮인 콘텐츠의 홍수 속에서도 사람들이 끝내 반응하는 것은, 어쩌면 누구나 스쳐가는 청춘의 발견일지도 모른다.
‘고독의 오후’
남선우(‘씨네21’ 기자): 극영화 ‘내 죽음의 이야기’, ‘리베르테’, ‘퍼시픽션’ 등을 선보이며 유럽 아트하우스의 중요한 이름이 된 스페인 감독 알베르트 세라가 처음으로 다큐멘터리를 완성했다. 20여 년간 고전과 현실의 무대를 가로질러 온 그가 이번에는 스타 투우사 안드레스 로카 레이에 따라붙었다. 카메라는 안드레스 로카 레이의 숙소, 경기장, 차량으로 이어지는 동선을 반복한다. 인터뷰나 내레이션은 없다. 일말의 내러티브도, 특정한 클라이맥스도 기대하기 어렵다. 우리에게 주어지는 텍스트는 인간과 황소의 목숨이 달린 긴박한 상황과 그 전후를 포착한 시청각적 이미지들뿐이다.
그 안에는 아이러니로 뒤엉킨 에너지가 들끓고 있다. 이를테면 투우사는 소의 숨통을 끊기까지 소와 호흡을 맞춰 움직여야 한다. 그 동작은 마초적이라 일컫는 기예의 겉면을 비웃듯 심히 관능적이다. 어깨에서부터 깊은 곡선을 그리는 몸을 감싼 화려한 의상. 그게 타인의 도움 없이는 결코 입지 못할 옷이라는 게 밝혀지는 장면도 길게 지속된다. 그 끝에 남는 건 소재가 내포한 논쟁을 숙고한 감독의 입장 같은 것이 아니다. 대신 ‘고독의 오후’는 불의에 깃든 미학과 미학에 깃든 불의를 중첩해 투우 관중의 자리에 영화 관객을 앉힌다. 달리 말해 투우사와 영화감독은 모두 혼란을 관장하는 주체들이자 기꺼이 혼란에 지배당하는 존재들이다. 그들의 동기가 용기인지 치기인지에 대한 판단은 잠시 내려놓아도 좋다. 그들이 제공하는 서스펜스만큼은 불미스러울지언정 흥미로울 것이다.
Tank And The Bangas - ‘The Last Balloon’
김효진(대중음악 칼럼니스트): 탱크 앤 더 뱅가스(Tank And The Bangas)가 2019년 발표한 ‘Green Balloon’이 뉴올리언스의 생동감과 예측 불가능한 에너지를 그대로 품은 가능성의 앨범이었다면, ‘Red Balloon’은 그 에너지를 더 넓고 매끄러운 형태로 확장한 작품이었다. R&B, 펑크, 재즈, 힙합, 가스펠을 서로 부딪치게 하며 음악의 생명력을 보여주기도 하고, 즉흥성과 장난기를 유지하면서도 사운드를 더 정교하게 다듬으며 앨범의 흐름을 구축하기도 했다. 음악적 가능성과 정체성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들이 각인돼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이제 더 이상 무언가를 증명하려 애쓰지 않는다. 대신 몸을 움직이게 하는 리듬, 관객을 끌어들이는 후렴, 가스펠이 가진 울림, 말하는 듯 노래하는 가사, 부드러운 감정선을 자연스럽게 풀어 놓는다. 신나는 퍼커션 리듬 위에 럭키 데이(Lucky Daye) 보컬이 얹어져 풍성한 사운드를 구축한 ‘Move (Feat. Lucky Daye)’, 뉴올리언스 바운스가 느껴지는 ‘Go Your Own Way (feat. Hasizzle)’, 브라스 사운드를 바탕으로 키보드, 기타 등 다양한 사운드를 정교하게 쌓아 올려 페스티벌 공연을 떠올리게 하는 ‘Whole World (Feat. Ledisi)’까지 듣는 이들을 움직이게 하는 음악들이 이어진다.
세상은 여전히 복잡하고 삶은 여전히 마음대로 흘러가지 않지만, 그들은 그 안에서 주체적으로 선택한다. 몸을 움직이게 하는 비트, 따라 부르게 만드는 후렴, 수많은 목소리가 겹치는 순간들을. 나를 둘러싼 세계를 바꾸기보다 세계를 받아들이는 감각을 바꾼다. 그래서 이 앨범이 주는 기쁨은 현실을 잊기 위한 도피가 아니라, 현실을 다르게 통과하기 위한 태도로 다가온다. 세상이 좌절과 절망을 쥐여주더라도 그저 춤을 추면 그만이라고.
![[2026/6/1주차] ▶️ 안녕하세요원이입니다잘부탁드립니다](https://d2phebdq64jyfk.cloudfront.net/media/article/384f0778b31d4fb0bc68aed152ef0edd.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