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코첼라’가 포착한 현재의 음악
작성자 weversemagazine
2026년 ‘코첼라’가 포착한 현재의 음악
글. 서성덕(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 코첼라 유튜브
최근 몇 년 사이 ‘코첼라 밸리 뮤직 앤드 아츠 페스티벌(이하 ‘코첼라’) 라인업을 발표하는 시기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 예전에는 보통 행사를 석 달 앞둔 1월에 발표했는데, 다른 대형 페스티벌에 비하면 오히려 늦은 편이었다. 하지만 2025년 라인업은 2024년 11월에 나왔다. 2026년 라인업은 무려 작년 9월이었다. 그러니까 작년 행사가 끝나고 5개월 만에 다음 해 라인업이 나왔고, 우리는 그보다 긴 7개월을 기다렸다는 뜻이다.
라인업 공개를 서두르는 이유는 다양하다. 관객에게는 여행을 동반하는 페스티벌 참석 계획을 미리 결정하도록 해주고 티켓 판매 일정을 당길 수 있다. 동시에 ‘코첼라’가 다른 대형 페스티벌과 경쟁 관계가 아닌 압도적인 위상을 갖췄다는 뜻이기도 하다. ‘코첼라’는 컴백을 계획하는 거물 또는 성공적인 현재 활동을 마무리하려는 스타에게 대형 무대를 선사할 수 있다. 전설적인 대가에게 예우를 갖추면서도, 새롭게 떠오르는 젊은 재능에게 기회를 줄 수도 있다. 대세를 찾기 힘든 취향 파편화의 시대에, ‘코첼라’가 단순히 거대한 페스티벌 브랜드가 아니라 여전히 대중음악에 대한 선구적 안목을 제공한다고 믿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첼라’ 포스터는 단순한 리스트가 아니라 그 자체로 무엇인가 말하고 있다. 모든 페스티벌 라인업은 누군가에게 ‘지루하다.’고 공격받고, 다른 편에서는 ‘절반은 누군지도 모르겠다.’고 불평을 듣기 마련이다. 진실은 그사이에 있을 가능성이 높다. 현재 대중음악에서 어디가 가장 뜨거운지, 어디서 조용히 끓어오르는 에너지가 생성되는지 궁금하다면 2주간 주말을 투자할 가치가 있다. 그것이 새로운 전설의 시작일 수도 있고, 어쩌면 한순간의 스파크에 불과할지라도, 대개 각자의 이유로 아름답기 때문이다.
헤드라이너: 저스틴 비버
대형 페스티벌의 장르 분포가 다양해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코첼라’에서 힙합과 R&B는 거의 매년 헤드라이너 자리를 보장받은 반면, 전통적 의미의 밴드는 2017년 라디오헤드가 마지막이다. 2020~2021년 ‘코첼라’가 팬데믹으로 2년 동안 멈추고 다시 시작된 이후, 2022년 해리 스타일스, 빌리 아일리시, 위켄드의 등장은 팬데믹 시대 이후 팝 음악이 어떻게 대세를 장악했는지 보여주는 선언과 같았다.
2026년 ‘코첼라’는 사브리나 카펜터, 카롤 G 그리고 저스틴 비버로 새로운 팝 헤드라이너 시대를 밝힌다. 그중에서도 가장 도전적인 이름은 저스틴 비버다. 그는 2022년 ‘더 저스티스 월드 투어’ 중 마비와 통증을 유발하는 희귀 신경 질환을 진단받았다. 이후 예정된 공연 중 상당 부분을 취소했고, 일부 산발적인 게스트 출연을 제외하면 자신의 이름을 건 공연이 없었다. 2026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화제를 모은 퍼포먼스는 약 2년 만의 대중 공연이었다.
그사이 저스틴 비버는 오래된 매니저와 결별하고, 자신의 카탈로그에 대한 저작권을 매각하고, 아버지가 되었다. 그리고 2025년 깜짝 발매작 ‘SWAG’와 ‘SWAG II’로 자기 자신을 재발명했다. ‘Baby’와 ‘Peaches’는 완전히 사라졌다. 기타 리프와 음성 메모로 이루어진 듯한 앙상한 구조의 R&B 앨범은 ‘야생적이고 진실되다.’는 찬사 속에 ‘올해의 앨범’을 포함해 그래미 어워드 4개 부문 후보에 올랐다.
‘코첼라’ 공연도 과거를 돌아보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3월 말 비밀리에 열린 리허설에서 저스틴 비버는 ‘SWAG’ 시리즈의 트랙만으로 25곡을 연주했다고 알려졌다. 그는 관객들이 오랜 히트 곡을 찾지 않고, 자신의 새로운 영역을 기꺼이 탐구할 것이라 자신하는 듯하다. 그의 복귀가 투어보다 페스티벌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이유일 것이다. ‘코첼라’는 또 한 번 ‘진실의 순간’이 된다.
최초 공개: 나인 인치 노이즈
나인 인치 네일스는 최근 1년 가까이 이어진 ‘Peel It Back’ 투어를 마쳤다. 북미와 유럽에서 60회 이상의 공연을 펼친 이번 투어는 이들의 긴 역사 속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기록으로 남았다. 그만큼 공연 자체에 대해서도 ‘2025년 올해의 공연’ 등 호평이 쏟아졌다. 2개 무대에서 밴드와 DJ 세트를 오가는 4막 구성도 이채롭지만, 많은 이들이 독일-이라크 출신의 일렉트로닉 프로듀서 보이즈 노이즈의 참여를 언급한다. 보이즈 노이즈는 매 공연의 오프닝과 함께, 본 공연의 3막에서 밴드 무대에 합류해 ‘Vessel’, ‘Closer’ 같은 나인 인치 네일스 곡의 리믹스를 선보였다. 밴드의 세기말 정서와 묵직한 테크노의 결합은 공연 중간을 환기하는 역할 이상의 독립적인 가치를 인정받았다.
올해 ‘코첼라’는 아무런 부가 설명 없이, ‘나인 인치 노이즈’라는 이름을 포스터에 던져 놓았다. 투어 중에 발전한 공연 퍼포먼스의 일부가 새로운 활동명을 얻어 페스티벌에 출격하는 드문 사례다. 현재까지 나인 인치 노이즈라는 이름으로는 공식 발매된 트랙조차 없다. 대신 이들은 공연에서 검증된 에너지로 전 세계로 생중계되는 페스티벌에서 데뷔할 것이다.
이는 최근 ‘코첼라’에서 가장 눈에 띄는 장르적 움직임, 곧 일렉트로닉 음악을 헤드라이너에 준하는 볼거리로 끌어올리는 시도의 일부다. 나인 인치 노이즈가 유일한 ‘최초 공개’도 아니다. 아니마는 ‘에덴’ 프로젝트를 들고 온다. 아니마는 일반적인 DJ 세트가 아니라 증강현실, 대형 프로젝션 등을 결합한 시청각 실험을 펼쳐왔다. ‘에덴’이 무엇이든 아니마가 지금까지 보여준 마법적인 무대의 다음 세대가 될 것이다. 그뿐만이 아니다. 장르의 범주 안에서도 디스클로저와 그루브 아마다의 UK 하우스, 로익솝의 스칸디나비안, 케스케이드와 아민 반 뷰렌의 EDM 등 각 계보를 대표하는 이름이 쏟아진다.
컴백 키즈: FKA 트윅스
이번 ‘코첼라’에서 FKA 트윅스의 등장은 짧게는 1년, 길게는 10년을 기다린 약속의 순간이다. 2025년 앨범 ‘EUSEXUA’는 10년 이상 아방가르드 팝의 중심에 있던 FKA 트윅스의 경력에서도 정점으로 평가받으며, 일찌감치 ‘올해의 앨범’에서 한자리를 예약했다. 당연히 FKA 트윅스의 2025년 ‘코첼라’ 무대는 반드시 봐야 할 공연 1순위였다. 특히 2015년 데뷔 시절 ‘고비 텐트’ 무대에 선 이후 2019년 앨범 ‘MAGDALENE’, 2022년 믹스테이프 ‘Caprisongs’ 같은 성공적인 활동 시기를 모두 건너뛰고 10년 만에 ‘코첼라’로 돌아온 그였다.
하지만 유럽에서 ‘EUSEXUA’ 공연을 시작한 직후 미국 비자 발급에 문제가 생겼다는 소식이 나왔다. 덕분에 미국에서 계획된 투어는 물론 ‘코첼라’ 출연까지 무산되었다. FKA 트윅스가 직접 “영혼을 쏟아부은 작품을 선보일 생각에 매우 설렜고, 나의 가장 강력한 작품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마음이 아프다.”고 밝힌 것은 진심이었다. 조금 늦었지만 FKA 트윅스의 온전한 무대를 만날 때가 됐다. 음악은 물론이고 발레와 현대무용 댄서로 시작해 폴 댄스, 무술, 보깅을 섭렵한 신체 언어, 무대와 영상의 시각 예술 그리고 패션까지.
컴백 키즈: 디 엑스엑스
‘컴백 키즈’는 더 있다. 디 엑스엑스가 오랜 휴지기를 거쳐 오리지널 3인조로 돌아온다. 이들은 2010년부터 2017년까지 활동 기간에 ‘코첼라’만 5번 방문했다. 2017년 앨범 ‘I See You’ 이후 10년 가까이 각자의 솔로 활동에 집중하며 공연도 녹음도 하지 않았다. 그사이 디 엑스엑스가 팀으로 남긴 3장의 앨범은 영원한 나이 들지 않는 앨범으로 남았다. 마침내 이들은 9년 만에 스튜디오에 들어갔고, 단독 공연을 열었고, 페스티벌에 돌아왔다.
틱톡에서 사막으로: 솜버
솜버의 역사는 터무니없을 정도로 압축되어 있어 그 자체로 새로운 카테고리를 형성한다. 그는 인기를 얻어 나가는 전통적인 궤적을 건너뛰었다. 예컨대 수년간 작은 클럽을 전전하거나, 정교한 A&R 전략으로 인지도를 쌓아 올리거나, 포스터 맨 아래의 눈에 띄지 않는 작은 이름으로 페스티벌 무대에 서지 않았다. 대신 자기 방에서 만든 음악으로 틱톡을 통해 몇 달 만에 엄청난 규모의 관객을 얻어 ‘코첼라’ 포스터의 최상위 라인에 이름을 올렸다.
그의 ‘back to friends’는 2025년 3월 틱톡에서 바이럴이 되었고, 빌보드 핫 100에 데뷔했으며 최고 7위에 올랐다. ‘undressed’가 거의 동시에 히트했고, 빌리 아일리시의 ‘BIRDS OF A FEATHER’가 55주간 기록을 세우고 정상에 있던 것을 밀어내고 핫 록 & 얼터너티브 송 차트 1위를 차지했다. 그리고 ‘back to friends’로 ‘undressed’를 다시 한번 밀어냈다. 6개월 후 ‘코첼라’ 라인업 발표 시점에, 솜버는 그래미 어워드와 비디오 뮤직 어워드에서 모두 신인상 후보가 됐다.
그는 허락을 기다리지 않고 음악을 먼저 만들고 업로드했다. 알고리즘은 이를 포착해 퍼뜨리고 몇 달 만에 스타를 만들었다. 올해 ‘코첼라’는 즉시 알아볼 수 있는 이름을 중시하는 페스티벌 업계조차 이 같은 유형의 아티스트와 그 속도를 인정한 순간이 될 것이다. 그리고 솜버가 대표하는 이 특별한 카테고리의 목록은 더 길게 이어진다. 애디슨 레이는 초대형 틱톡 크리에이터에서 솜버와 마찬가지로 포스터 최상위에 이름을 올리는 정통 아티스트가 되었다. 지지 페레즈는 코로나19 시기에 데뷔하고 레이블에서 방출되는 위기를 겪은 이후 ‘Sailor Song’의 바이럴로 경력을 일신했다. ‘코첼라’는 이들이 질주하는 순간을 포착할 것이다.
증명을 넘어 새로운 좌표로 : KATSEYE/빅뱅/태민
서구권 페스티벌에서 K-팝은 이제 빼놓을 수 없는 구성 요소다. 그만큼 K-팝은 변방의 틈새 취향을 벗어나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 또렷한 구획을 차지했다. K-팝의 입장에서도 대형 페스티벌 출연을 경력상 이정표 정도로 삼을 수 없다. ‘코첼라’도 동의하는 듯 올해 K-팝 라인업은 과거와 미래를 아우르며 질문을 남긴다. 무대는 트로피가 아니라 답을 남길 것이다.
KATSEYE는 K-팝의 정체성에 대한 도전이었다. 체계적인 훈련과 개발 과정으로 대표되는 한국의 시스템을 사용하되, 서구 팝 시장을 목표로 한다. 그 결과, 다양한 인종으로 구성된 결과물이 미국 시장에서 바로 작동 가능함을 증명했다. 핫 100 히트 곡 3개, 그래미 어워드 신인상과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 지명은 외면하기 힘든 성과다. 흥미롭게도 KATSEYE는 다양한 취향의 페스티벌 관객에게 이색적인 K-팝이 아닌 익숙한 서구 걸그룹으로 보일 수 있다. 요컨대 ‘코첼라’ 무대는 이들이 얼마나 ‘K’인지 묻지 않을 것이다. K-팝 시스템은 K가 아닌 무엇을 만들 수 있는가?
빅뱅은 원래 2020년 ‘코첼라’에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팬데믹 사태로 취소되었다. 그리고 2022년 ‘봄여름가을겨울 (Still Life)’ 이후 그룹 활동은 없었다. 올해 그룹 데뷔 20주년을 맞아 빅뱅이 ‘코첼라’로 돌아온다. 2023년 블랙핑크가 K-팝 최초의 ‘코첼라’ 헤드라이너가 되기 전, 2025년 리사와 제니가 솔로 무대에 서기 전, K-팝이 페스티벌 시장에서 진지하게 받아들여지기 전, 빅뱅은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있었다. 빅뱅의 무대는 전설의 귀환이 아니라, 현대 K-팝의 역사적 기반에 대한 확인이 될 것이다.
태민은 2026년 ‘코첼라’의 유일한 남성 K-팝 솔로 아티스트다. K-팝은 무대 퍼포먼스로 유명하고, 태민은 퍼포먼스 아트로 K-팝을 대표한다. 2008년 샤이니, 2014년 솔로 데뷔 이후로 태민은 K-팝에서 춤에 대한 기준을 재정의했다. 올해 ‘코첼라’의 지도 위에서, 그는 다른 K-팝 아티스트보다 FKA 트윅스와 흥미로운 대화를 형성한다. 둘 다 무대 위에서 인간의 몸을 극한까지 밀어붙이는 아티스트이지만, 전혀 다른 미학적 기반을 가진다. 그래서 묻게 된다. K-팝의 고도로 연마된 퍼포먼스는 사막 페스티벌의 즉흥적인 분위기에서 어떤 결과를 낳을까?
아시아 시장의 확장: 비니
비니는 ‘코첼라’ 역사상 최초의 필리핀 혹은 P-팝 그룹이다. 8인조 걸그룹은 스스로도 이 소식을 라인업 발표 당일이 되어서야 알았다. 매니지먼트가 비밀로 유지했기 때문이다. P-팝은 한국과 일본의 시스템에서 영감을 얻되 필리핀어 가사, 스토리텔링, 문화적 정체성으로 차별화된다.
비니의 인기는 필리핀 내에서 먼저 폭발했다. 2021년 데뷔 이후 꾸준히 성장했지만 2024년 ‘Pantropiko’와 ‘Salamin, Salamin’의 히트를 계기로 완전히 다른 위치에 올랐다. 2024년 투어는 6월에 2,000석 규모로 시작해 같은 해 11월에 1만 석 규모의 경기장에서 마무리했다. 3개월 후 2025년 2월 투어는 필리핀 아레나에서 5만 5,000석을 매진시키며, 월드 투어로 이어졌다. 비니 이전에 필리핀 아레나를 매진시킨 아티스트는 블랙핑크, 트와이스, 브루노 마스를 비롯해 해외 아티스트뿐이었다. 그럼에도 P-팝이 그렇듯이, 이들도 글로벌 페스티벌 시장에서의 인지도는 아직 성장 중이다.
‘코첼라’는 역사적으로 자국에서 이미 거대하지만 미국에서는 대체로 무명인 아티스트들을 선별하는 능력이 있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호주, 스페인, 나이지리아, 브라질 등 다양한 대륙의 아티스트를 볼 수 있다. 하지만 아시아 아티스트 명단은 1회성 이벤트가 아니라 페스티벌 구조의 일부처럼 보인다. 앞서 다룬 K-팝의 스펙트럼 확장은 물론, 일본에서도 후지이 카제(팝/R&B), 크리피 넛츠(힙합), 요스케 유키마츠(일렉트로닉)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가 참여한다. 여기에 비니는 아시아 시장 생태계의 새로운 가지를 대변한다. P-팝이 가능성을 보인다면, 다른 아시아 시장에 기회가 없으리라는 법도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