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3/4주차] ▶️ 몽글상담소 | 🎦 극장의 시간
작성자 weversemagazine
금요일 취향저장
[2026/3/4주차] ▶️ 몽글상담소 | 🎦 극장의 시간
글. 정다나, 남선우(‘씨네21’ 기자), 황선업(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 SBS 공식 SNS
‘내 마음이 몽글몽글 - 몽글상담소’ (SBS, 넷플릭스)
정다나: 각자의 이야기를 안고 모인 청춘들이 사랑을 찾는 곳, 이곳은 ‘내 마음이 몽글몽글 - 몽글상담소(이하 ‘몽글상담소’)’다. ‘발달장애를 가진 남동생이 연애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물음에서 프로그램을 기획했다고 밝힌 고혜린 PD는 발달장애인 오지현, 유지훈, 정지원 씨(이하 ‘몽글 씨’)를 중심으로 3부작의 이야기를 풀어낸다. 3인 3색의 ‘몽글 씨’들은 같은 발달장애를 가진 상대방과 소개팅을 한다. ‘몽글상담소’ 속 청년들은 처음으로 혼자 계산을 해보고, 약속 장소에 도착하며, 30분 넘게 낯선 상대와 대화를 한다. 그리고 그들의 모든 도전에는 ‘상담소장’ 이효리와 이상순이 함께한다. 여행을 좋아하는 지원 씨는 이상순과 함께 처음으로 여행 계획을 직접 세우고, 지현 씨와 지원 씨는 각각 이효리와 함께 다음 소개팅을 위한 옷을 쇼핑하며, 단독 요가 수업도 진행한다. 단순한 관찰자를 넘어 프로그램에 깊게 녹아든 두 사람은, ‘몽글 씨’들의 관계 형성과 성장의 과정에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저는 무언가를 솔직하게 말할 수 있거든요.”라는 지훈 씨의 말처럼, ‘몽글상담소’에 나오는 출연자들은 상대에게 마음을 표현할 때 에움길로 가지 않고 지름길로 직진한다. 발달장애인 소개팅 체험에서 한 남성은 지현 씨에게 “웃는 모습이 너무 예뻐요.”라며 수줍지만 분명하게 마음을 고백한다. 과거의 아픔 때문에 말로 사랑을 전하는 게 어려웠던 지현 씨는 종이접기 자격증 이력을 살려 ‘하트’ 모양으로 접은 종이를 선물한다. 지현 씨의 선물을 받은 상대방은 이에 진심으로 감동받고 고마움을 전한다. “우리는 그렇게 솔직하게 말 못하는 편이 있”다는 이효리의 말처럼, ‘몽글상담소’의 출연자들이 보여주는 진심어린 태도는 관계에 필요한 진솔함의 가치를 다시금 돌아보게 만든다. 때로는 솔직함이 서투름이 되는 순간 역시 있다. 그럼에도 지훈 씨가 “다음부터는 뭐라고 말하면 더 좋았을까요?”라고 묻거나, 지원 씨가 “괜히 후회스러웠어요. 괜히 그런 말을 해가지고.”라며 조심스럽게 사과하는 것처럼 출연자들은 관계 속에서 더 나은 자신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성장을 경험한다. 그래서 ‘몽글 씨’들에게 ‘몽글상담소’는 단순히 사랑을 찾는 창구에 머무르지 않는다. 성장통을 지나 새로운 장으로 나아가게 하는 출발점이 된다. 그렇게 ‘몽글 씨’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만들어 간다.
‘극장의 시간들’
남선우(‘씨네21’ 기자): 대도시에 정을 붙이려면 아지트가 필요하다. 서울 한복판, 그것도 광화문에 자리 잡은 영화관 씨네큐브는 그런 의미에서 귀하다. 빌딩 숲과 관광지가 어우러진 동네에서 독립·예술영화만을 취급하는 지하 상영관은 이렇게 말을 거는 것만 같다. “지친 현대인들이여, 여기로 숨어라!”
그 은신처가 올해 개관 25주년을 맞았다. 씨네큐브가 생존을 기념하며 해낸 건 영화 만들기.
이 공간을 숨 쉬게 하는 게 무엇인지 안다는 듯, 직접 제작에 나선 것이다. 지난 3월 18일 개봉한 앤솔로지 ‘극장의 시간들’이 그 결과물이다. 이종필, 윤가은, 장건재 감독이 각각 단편 하나씩을 연출했고, 세 작품은 모두 메타 영화의 성격을 띤다. 이종필 감독이 시네마틱한 우정의 변천을 돌이켰다면, 윤가은 감독은 어린이 배우들로 이뤄진 촬영 현장의 리듬을 재현했다. 장건재 감독은 정지혜 평론가와 함께 쓴 각본으로 스크린 주변에서 가능해지는 마술적 순간들을 붙잡았다.
세 단편만큼이나 좋은 건 이들을 감싼 프롤로그와 에필로그다. 씨네큐브가 문을 연 날부터 지금까지 영사실을 지키고 있는 홍성희 영사실장이 젊은 후배와 동행한 한나절이 거기 담겼다. 매일 영화를 트는 남자는 마침내 영화의 일부가 되었다. 그렇게 ‘극장의 시간들’은 무언가 보여주기 위해 보이지 않는 곳에 머물러온 노동자들에게도 안부를 전한다.
요시자와 카요코(吉澤嘉代子) - ‘幽霊家族’
황선업(대중음악 평론가): 가상의 캐릭터를 설정한 후 자신의 경험을 한 방울 흘려넣어 독특한 생동감을 부여해온 싱어송라이터 요시자와 카요코. 그런 그가 5년 만에 선보이는 여섯 번째 작품은, 이러한 ‘이야기꾼’으로서의 정체성을 잠시 내려 놓고 있는 그대로의 자신을 처음으로 내걸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10대 시절 철거된 집 마당에 대한 기억을 담아 써 내려간 ‘あの家はもうない’, 역시 어렸을 적 남동생을 격려하기 위해 만들었던 ‘おとうと’로 시작되는 초반부부터 앨범의 지향점이 어디인지를 명확히 가리킨다. 그 외에도 자신의 곁에 머물렀던 상상의 친구라든가 피망을 먹지 못하던 때를 돌아보며 느끼는 지금에 대한 소회, 줄곧 동경해온 소설가 이시이 신지와의 협업 등 본인이 생각하는 ‘가족’이라는 의미를 풀어내기 위해 ‘혈연’과 ‘인연’에 대한 내밀한 소재들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오르골 작곡가인 남동생을 비롯해 각 트랙에는 다양한 편곡자들이 저마다의 색감을 더한다. 현악 세션이 기분 좋게 울려 퍼지는 업템포 ‘たそがれ’, 클래시컬한 발라드 ‘時の子’, 어느 때보다 공격적인 디스토션을 전개하는 ‘おとうと’, 로스 바트 바론의 도움을 받아 우주와 같은 광활한 공간감을 구현한 ‘うさぎのひかり’과 같은 결과물은 결코 음악의 존재가 메시지에 종속되지 않음을 보여주는 대표 트랙들이다.
이러한 시들지 않는 상상력을 기반으로, 그는 ‘가족’에 대한 자신만의 의미를 덧붙인다. “기억은 살며시 살며시 손질을 허락하며 아름다워진다”라는 ‘あの家はもうない’의 가사처럼, 어느덧 과거와 화해할 수 있게 된 그는, 가족 역시 타인이라 정의한다. 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음에도 가장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포용하지 못하는, 곁에 있되 형태를 특정할 수 없는 ‘유령’ 같은 존재라고 말이다. 언제까지나 함께할 수 없는 이들이기에 소중히 하자고, 그럼에도 혹 용서할 수 없는 마음이 있다면 굳이 소중히 하지 않아도 된다며 ‘인연’과 ‘혈연’에 대한 각자의 자유의지를 진심을 다해 보듬는다. ‘정해진 가족의 형태 따위는 없다.’는 이 담담한 선언에, 모두의 주변에 있는 ‘유령가족’은 그렇게 조용히 고개를 내민다.
![[2026/3/4주차] ▶️ 몽글상담소 | 🎦 극장의 시간](https://d2phebdq64jyfk.cloudfront.net/media/article/69914a9b2a5749d5982ca7cf0e9818a2.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