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모두가 ‘기묘한 이야기’에 빠졌을까
작성자 weversemagazine
왜 모두가 ‘기묘한 이야기’에 빠졌을까
글. 김현수(영화 칼럼니스트)
사진 출처. 넷플릭스 유튜브
‘뒤집힌 세계(Upside Down)’는 그야말로 신드롬을 일으켰다. 2016년 첫 시즌이 방영된 넷플릭스의 오리지널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가 마지막 시즌을 발표했다. 2025년 11월 27일에 파트 1(4회 분), 12월 26일에 파트 2(3회 분), 그리고 대망의 마지막회는 2026년 1월 1일에 공개했다. 북미에서는 2시간 분량의 마지막 에피소드를 극장 상영하는 이벤트도 추진했다. OTT 시대의 트렌드를 선도하며 화제의 중심에 놓였던 드라마기에 피날레를 장식하는 이벤트 규모도 남다르다.
시즌1 때만 해도 회당 600만 달러였던 제작비가 마지막 시즌에는 무려 회당 6,000만 달러, 시즌 전체 제작비가 4억 8,000만 달러에 달할 정도로 물량을 쏟아부은 ‘기묘한 이야기’의 기획 출발점, 흥행 요소와 장르적 특징, 시리즈 전반의 매력 포인트를 키워드별로 정리했다. 알고 보면 마지막 시즌을 더 재미있게 즐길 수 있는 ‘기묘한 이야기’의 모든 것이다.
캐릭터의 매력 : 10대들이 세상을 구하는 이야기
‘기묘한 이야기’의 시작점은 1980년대 미국 인디애나주 북부 도시 호킨스에 위치한 미국 에너지국이다. ‘호킨스국립연구소’라고도 불리는 이곳에서 의문의 실험에 강제 동원됐던 소녀 일레븐(밀리 바비 브라운)이 탈출한다. 같은 시기, 인근 호킨스 중학교에 다니는 윌(노아 슈나프)이 실종되자, 친구인 마이크(핀 울프하드), 더스틴(게이튼 마타라조), 루카스(케일럽 맥러플린)가 윌을 찾아 나섰다가 숲속에서 길을 잃은 일레븐과 조우한다. 기이한 능력을 지닌 어린 소녀, 판타지 게임과 장난감을 좋아하는 어린 소년들이 이제 곧 벌어질 대혼돈의 위기에서 세계를 구원할 영웅이다. 위기의 원흉은 데모고르곤과 마인드 플레이어라 불리는 잔혹하고 충격적인 괴생명체들. ‘기묘한 이야기’는 SF 호러, 액션 스릴러 장르를 뒤섞으면서 동시에 악의 근원과 약점을 파헤치는 주체로 10대를 내세우는 작품이다.
연구소에서 자행된 끔찍한 실험 때문에 의문의 힘을 얻게 된 11번째 실험체, 일레븐은 연구소를 탈출해 친구들과 깊은 유대 관계를 맺는다. 그중 리더 격인 마이크와는 우정과 사랑을 넘나드는 연정을 품게 된다. 등장하는 모든 아이들의 개성이 뚜렷하고 사건 해결 능력도 제각각이라 시즌이 이어지는 동안 전부 자신들만의 사연을 차곡차곡 쌓아 나간다. 너드 캐릭터의 상징이자 과학 지식도 해박한 더스틴은 주로 브레인 역할이며, 루카스는 운동신경이 좋고 성격도 활달하다. 시즌 초반부터 마인드 플레이어라는 괴물에 의해 영혼을 뺏길 뻔했던 윌은 안타까운 과거 때문에 늘 위기에 놓이지만 그때마다 친구들이 구해준다. 마지막 시즌에서는 윌을 완전히 다른 캐릭터로 진화시킨다. 이들의 친절한 조력자로 등장하는 대표 캐릭터는 마이크의 누나 낸시(나탈리아 다이어), 윌의 형 조나단(찰리 히튼), 낸시와 조나단 사이에서 삼각관계를 형성하는 동네 인기남 스티브(조 키어리)가 있으며, 시즌3부터 합류한 맥스(세이디 싱크)와 그의 오빠 빌리(데이커 몽고베리)가 새로운 위기를 몰고 오는 중요한 캐릭터다.
사실 이 드라마의 매력은 어른의 활약이 거의 없고 아이들이 모든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점인데 예외가 있다. 바로 사랑스러운 아들 윌이 실종되자 적극적으로 구조에 나서는 윌의 엄마 조이스(위노나 라이더)와 가족이 없는 일레븐의 양아버지 역할을 자처한 호킨스 마을 최고의 터프가이 호퍼 서장(데이비드 하버)이다. 두 사람은 조건 없는 사랑이란 마법을 앞세워 아이들의 방패막이 되어주는 최강 부모의 포지션이다.
뉴 제너레이션 슈퍼스타 탄생
손짓만으로 이세계(異世界)에 균열을 낼 수 있는 초능력의 소유자 일레븐은 등장하자마자 전 세계 시청자를 사로잡았다. 2004년 스페인에서 태어나 4세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온 밀리 바비 브라운은 12세가 되던 2016년 ‘기묘한 이야기’의 일레븐 역을 맡으면서 슈퍼스타가 되었다. 2018년에는 ‘타임’지가 선정한 전 세계 영향력 있는 100인 중 최연소로 이름을 올렸고, 최고 권위를 자랑하는 ‘에미상’ 후보에 두 번이나 올랐다. 2022년에는 넷플릭스 드라마 ‘에놀라 홈즈2’에 출연하면서 그해 할리우드에서 가장 많은 출연료인 1,000만 달러를 받았다. 겨우 18세가 되던 해에 벌어진 일이다.
연구소를 탈출해 조금씩 세상을 알아가고 또 우정과 사랑에 서서히 눈을 뜨게 되는 일레븐의 성장 과정은 ‘기묘한 이야기’가 지닌 매력이자 가장 큰 인기 요인이다. 이 정도로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는 시고니 위버가 연기한 ‘에이리언’ 시리즈의 리플리, 린다 해밀턴(시즌5에 출연한다.)이 연기한 ‘터미네이터’ 시리즈의 사라 코너 정도를 꼽을 수 있겠다. 할리우드는 최근 들어 마블 슈퍼 히어로 영화를 제외하면 별다른 오리지널 시나리오가 등장하지 않는 것을 심각한 위기 증상으로 꼽고 있다. 그 와중에 등장한 일레븐과 ‘기묘한 이야기’는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새로운 활력이 되었다.
시즌5에서 일레븐은 실력이 향상되어 돌아왔다. 시즌3와 시즌4를 거치면서 자기 힘을 조절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었던 만큼, 이번에는 마치 무림 고수처럼 실력을 갈고 닦았다. 그야말로 유일한 희망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과 스티븐 스필버그의 영화가 만난 세계
‘기묘한 이야기’는 캐릭터와 프로덕션 디자인 면에서 1980년대 소설과 영화들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다. 기획과 각본, 연출을 맡은 더퍼 형제는 ‘뒤집힌 세계’라는 거대한 세계관을 창조하면서 자신들이 어릴 때부터 좋아했던 취향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이들에게 영향을 준 대표적인 작가가 스티븐 킹이다. 정부의 과학 실험 대상이 되었다가 초능력이 생긴 소녀와 그를 보호하려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파이어스타터’를 비롯한 스티븐 킹의 많은 소설들이 특별한 능력을 지닌 주인공이 겪는 고통스러운 성장 과정, 근원을 알 수 없는 공포에 격렬하게 저항하는 이야기 등을 다룬다. 버려진 시체를 찾기 위해 숲을 헤매는 소년들의 성장담을 다룬 롭 라이너 감독의 명작 ‘스탠 바이 미’(1986) 또한 스티븐 킹의 원작 소설을 영화화한 작품으로, ‘기묘한 이야기’의 정서적 아버지 같은 작품이다. 그 밖에 ‘캐리’, ‘샤이닝’, ‘그것’ 등이 더퍼 형제에게 직간접적인 영향을 끼친 소설로 꼽힌다.
또한 잃어버린 친구를 찾아 나서는 소년들, 마을 사람들로부터 일레븐의 정체를 숨겨주며 비밀스러운 유대 관계를 형성하는 아이들의 모험담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대표작인 ‘E.T.’;(1982)의 이야기와 쌍둥이처럼 닮아 있다. 시즌1에 등장하는 장면 중에서 자전거를 타고 가던 친구들을 구하기 위해 일레븐이 달려오던 자동차를 뒤엎어버리는 액션 장면은 ‘E.T.’의 대표적인 오마주 장면이다.
이 드라마가 헌사를 바치듯 장면과 설정을 차용해 만든 작품들은 너무 많아서 전부 열거하기 힘들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 감독의 초기작들과 보디 스내처 장르의 영화들, 존 카펜터 감독의 ‘괴물’(1982)과 H. R. 기거가 디자인한 ‘에이리언’(1979)의 제노모프의 외형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괴물 데모고르곤의 디자인이 탄생했다. 1970년대에서 1980년대 사이에 등장해 10대들 사이에서 유행했던 ‘던전 앤드 드래곤’이라는 당대 유명 판타지 게임의 세계관도 이 드라마 전체를 디자인하는 데 많은 영향을 끼쳤다.
1980년대 향수를 자극하다 : 아날로그 레트로 스타일의 디자인, 패션, 음악
1980년대가 배경인 ‘기묘한 이야기’는 공간 디자인과 등장인물의 의상, 헤어 등을 아우르는 프로덕션 디자인과 사운드트랙을 통해 당시의 시대상을 그대로 재현했다. 수십 년 동안 단 한 건의 범죄도 없었던 평화로운 호킨스 마을에 위치한 비디오 대여점, 대형 쇼핑몰 등에서 주요 사건이 펼쳐진다. 특히 시즌3에 등장하는 스타코트몰은 1980년대 틴에이저 문화를 그대로 재현하는 장소다. 당시에 아이들은 방과 후에 아이스크림을 먹고 영화를 보기 위해 쇼핑몰에 몰려들었다. 10대들이 연애를 하고 우정을 나누던 그 공간이 하필 소련의 비밀스러운 스파이 군사 작전 기지라는 것이 드러나면서 아이스크림 가게와 옷가게가 공포스러운 공간으로 뒤바뀐다. 드라마가 인기를 얻자 의류, 인테리어, 가전, 식음료 등 수많은 기성 브랜드가 앞다투어 컬래버레이션 제품을 발표하곤 했는데 실제로 그 시절에 출시됐던 제품인지, 21세기에 등장한 신제품인지 구별이 안 될 정도다.
극중 더스틴이 친구들과 소통하는 무전기 워키토키, 아마추어 무선 방송국 등이 소재로 활용되는데 이번 시즌5에서는 로빈(마야 호크)가 DJ로 활약하는 가상의 라디오 방송국 스콰크(WSQK)가 등장한다. 이 방송국에서 송출하는 음악들, 그리고 시즌1부터 줄곧 당시 유행했던 록 음악이나 레트로 신스 웨이브 스타일의 사운드트랙이 등장한 것이 모두 1980년대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음악 활용법이다.
대표적으로 이 드라마 덕분에 시대를 거슬러 ‘역주행’한 노래들이 꽤 많다. 대표적으로 가수 케이트 부시가 1985년에 발표한 곡, ‘Running Up That Hill’을 꼽을 수 있다. 시즌4에서 최종 빌런 베크나의 마수에서 맥스를 구하기 위해 활용되는 곡인데 맥스의 아픈 과거를 위로하는 곡이자 베크나의 저주에서 벗어날 유일한 탈출구로 쓰인 곡이다. 드라마 방영 이후 이 곡의 스트리밍 조회 수가 급상승했고 2023년에는 스트리밍 10억 회를 넘어 그해에만 200만 달러가 넘는 음원 수익을 올렸다.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불행을 벗어 던지기 위해 질주하는 화자의 마음을 노래한 가사와 드라마의 위기 상황이 절묘하게 매칭되면서 사운드트랙이 가진 힘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했다. 시즌5의 테마 곡으로는 가수 다이애나 로스가 1980년에 부른 곡 ‘Upside Down’이 등장한다. 나일 로저스가 만든 이 곡은 발표 당시 빌보드 핫 100 차트 1위에 오른 인기 곡이다.
첫 시즌 때만 해도 카세트테이프의 존재를 몰랐을 정도로 어린 배우들이 등장해 호킨스 마을의 위기를 해결해 나가는 동안, 드라마 밖에서는 잊혔던 문화유산이 시대의 흐름을 뒤엎고(Upside Down) 다시 떠오르는 중이다. 과연 뒤집힌 세계를 설계한 더퍼 형제는 드라마가 이런 파급력을 지닐 거라 예상했을까?
뒤집힌 세계의 창조자 & 협업의 귀재 : 더퍼 형제
어릴 때부터 영화에 대한 열정이 남달랐던 쌍둥이 더퍼 형제는 둘이 나란히 영화학교를 졸업한 뒤, 원인 모를 전염병이 뒤덮인 세상에서 고군분투하는 세 가족의 이야기를 다룬 공포 영화 ‘히든’(2011)으로 데뷔했다. 이 영화를 본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이 TV 시리즈의 제작 기회를 주면서 본격적으로 커리어가 시작됐지만 스릴러의 거장에게 인정받은 신인 작가의 앞날은 예상외로 순탄치 않았다. ‘기묘한 이야기’는 더퍼 형제가 초기 기획안과 대본을 들고 무려 20여 개가 넘는 할리우드 스튜디오와 TV 방송국에서 제작을 거절당했다. 10대들이 주인공이라는 이유 때문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아동용 타깃 요소라는 이유로 지적받았던 드라마의 모든 것들이 지금의 놀라운 성공을 이끌었다.
또한 ‘기묘한 이야기’의 성공 뒤에는 굉장한 조력자들의 숨은 노력이 있다. 보통 미국의 TV 시리즈는 기획 전체를 총괄하는 쇼러너라는 직함의 기획자의 진두지휘 아래에서 여러 감독들이 개별 에피소드 연출을 맡는다. 더퍼 형제가 직접 각본도 쓰고 상당수의 에피소드를 연출했지만 초기 기획안의 완성도를 가장 먼저 알아본 ‘박물관이 살아있다’(2006) 시리즈의 숀 레비 감독, 픽사 애니메이션 ‘월-E’의 앤드류 스탠튼 감독이 도와 에피소드를 나눠 연출했다. 시즌5에서는 ‘쇼생크 탈출’(1994), ‘그린마일’(1999)을 연출한 프랭크 다라본트 감독이 새롭게 합류해 파트1의 3화와 파트2의 5화를 연출했다. 스티븐 킹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꾸준하게 영화를 만들어온 감독이니만큼 누구보다 ‘기묘한 이야기’의 세계관에 스며들기 적합한 감독이다. 시즌5 3화에서 모든 등장인물이 합심해 함정을 파고 데모고르곤과 추격전을 벌이는 명장면은 그에 의해 탄생했다. 할리우드 최고의 실력자들이 ‘기묘한 이야기”의 마지막 대장정을 빛내기 위해 모였다. “기묘한 이야기’는 할리우드의 새 시대를 여는 신구 세대의 조화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Read this article in English
日本語で読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