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한국을 사로잡은 ‘J-팝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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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황선업(대중음악 평론가)
사진 출처. 원더리벳 X

2025년, 한국에서 일본음악은 더 이상 소수 마니아의 영역에 머물지 않았다. 대중의 폭넓은 수용과 활발한 소비를 기반으로 한 일련의 흐름은 작년과 같은 '붐'에서 한발 더 나아가, 취향의 일종으로서 우리나라 대중음악 지형도에 그 존재감을 새겨 넣기에 이르렀다. 이제 J-팝은 10~20대에게 확고한 선택지로 그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으며, ‘지속’이라는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하기엔 이에 대항할 증거 역시 차고 넘치게 쌓였다고 확신한다. 이에 올 한 해, 특히나 일본음악의 존재감을 명확히 목격할 수 있었던 다섯 가지 장면을 선별해 보았다.

‘체인소 맨’의 흥행, 요네즈 켄시를 차트 정상에 올리다
올해 한국 대중문화계에서 주목할 만한 현상 중 하나는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의 대흥행이었다. ‘극장판 귀멸의 칼날 : 무한성편’이 약 567만 명, ‘극장판 체인소 맨 : 레제편’이 약 339만 명을 동원하며 해당 장르가 일부만의 전유물이 아님을 입증한 사례로 남았다. 이 같은 폭발적인 대중적 파급력은 타이업 곡의 성적으로 자연스레 이어졌다. 그 중에서 가장 큰 수혜를 본 것은 요네즈 켄시의 ‘IRIS OUT’. 관객 스코어로는 ‘극장판 귀멸의 칼날 : 무한성편’에 뒤쳐졌지만, 주제가에 있어서만큼은 아티스트의 인지도를 바탕으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이전까지 제이팝 중 가장 높은 차트 성적을 기록했던 이마세의 ‘Night Dancer’도 일본음악 신의 슈퍼스타와, 덴지와 레제의 도파민 터지는 러브스토리가 맺은 태그에 속절없이 자리를 내줄 수밖에 없었다. ‘IRIS OUT’은 멜론 일간차트 최고 순위를 기존 17위에서 12위로 경신했으며, 일본 곡 최초로 한국 유튜브 뮤직 주간 차트 1위에 등극하며 새로운 역사를 써내려갔다. 현지에서도 사상 최단 기간 1억 스트리밍을 돌파, 이 폭력적이고도 낭만적인 러브 송은 요네즈 켄시를 대표하는 또 하나의 시그니처 트랙으로 자리잡을 가능성을 시사했다. 결과적으로 보면, 일본 애니메이션과 제이팝이 글로벌로 파고들 수 있는 가장 효율적인 통로는 넷플릭스임을 다시금 각인시키는 사례다.

일본 아티스트 내한공연, 양적 팽창의 명과 암
올해도 일본음악 팬들은 즐거운 비명을 지를 수밖에 없었다. 거의 매주 열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내한공연이 쏟아지다시피 했으니 말이다. 흥미로운 점은 밴드 중심의 대형 뮤지션에서 벗어나, 솔로 아티스트나 보카로P, 아이돌 그룹 등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가 방문했다는 사실이다. 나나오 아카리나 피노키오피, 신세이카맛테쨩, 후르츠 지퍼 등은 확고한 마니아층을 바탕으로 한국 시장에서의 가능성을 적극 타진하려는 움직임을 보였던 대표적인 이들이다. 이와 같은 라인업의 다양화는 일본 음악에 막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이들의 호기심을 충족시키기에 더할 나위 없었다.

다만 일본 아티스트의 방한이 과도하게 집중되면서, 한정된 예산과 시간을 고려해야 하는 대중들은 어쩔 수 없이 선택의 기로에 놓일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기대만큼의 집객을 올리지 못하거나, 티켓 판매 부진으로 추정되는 사유로 행사를 축소하는 등 몇몇은 다소 아쉬운 성적표를 받아들며 그 명암이 극명하게 갈리기도 했다. 그럼에도 호시노 겐, 마츠다 세이코, 원 오크 록, 즛토마요, 츠키, 아마자라시, 킹 누 등 쟁쟁한 이들이 이미 2026년 상반기에 한국 방문을 확정한 상황이다. 이와 같은 포화 상태로 인해 바다 건너 음악 관계자들의 눈치 싸움은 격화되겠지만, 그 덕분에 J-팝 마니아들의 행복한 고민은 계속 이어질 듯 싶다.

‘J-팝 붐’의 숨은 주역, 인스타그램 매거진
일본음악 붐의 중심에는, 관련 정보를 수시로 제작하고 전파하는 개인 운영 기반의 인스타 매거진 계정들이 자리하고 있다. 평론이나 기사, 혹은 팟캐스트 등과 같은 기성 매체를 탈피해, 카드뉴스와 숏폼 영상의 형태로 정보를 전달하는 매체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 특히 최근 일본 음악 관계자 역시 그 영향력을 인식하고 취재에 적극 응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대충만 떠올려봐도 약 10여개의 계정이 적게는 천 단위에서 많게는 십만 단위의 구독자를 확보해 활발히 운영 중에 있다.

대다수의 인스타 매거진이 화제성이 큰 내한 소식 전달에 중점을 두고 있지만, 계정마다의 특색이 전면에 드러난 게시물들도 적지 않다는 점에서 현 시대의 음악 매체가 지향해야 할 일종의 모델을 적극적으로 제시하고 있다고도 느껴진다. 운영자마다 풀어내는 이야기의 방향성이나 스타일이 다른 덕분에, 일본음악에 막 입문한 대중들이 흥미롭게 접근할 수 있는 일종의 통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이다. 이와 함께 기존의 대중음악 및 트렌드를 다루던 매체들도 적극적으로 관련 소식과 실황을 실어 나르는 등, J-팝이 소셜 미디어 네이티브 세대에게 매력적인 카테고리로 자리잡았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2025년이었다.

한일 음악 교류의 영역이 확장되다
아티스트들 간에도 활발한 교류가 다양한 형태로 펼쳐진 와중에, 올해는 아티스트와 프로듀서 간 시너지가 유독 빛을 발한 한 해였다. 가장 주목할 만한 것은 역시 후지이 카제가 250과 손을 잡고 만든 ‘Prema’. 서양 음악을 단순히 레퍼런스하는 것을 넘어, 1970~80년대 아메리칸 팝의 역사로 잠입하고자 했던 이 전례 없는 파트너십은 대중과 평단 모두에게 호평을 받았다. 더불어 K-팝 그룹의 일본 발매 곡에 현지의 거물급 아티스트가 참여가 늘어났다는 점도 언급할 만하다. 트와이스의 ‘Like 1’엔 원 오크 록의 타카와 토루, 르세라핌의 ‘Kawaii’엔 호시노 겐, 아일릿의 ‘Armond Chocolate’엔 세카이 노 오와리의 나카진을 각각 크레딧에서 각각 확인할 수 있었다는 것이 그 예시다.

방송가에서의 흐름 역시 눈여겨 볼 필요가 있다. 역시 MBN의 ‘한일가왕전’을 빼놓을 수 없다. 대한민국 가요 프로그램 최초 양국 가수간 대결을 콘셉트로, 공중파가 아님을 감안하더라도 그동안 암묵적으로 금기시되어 왔던 일본어 가창을 메인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시대의 변화를 체감케 했다. 그런가 하면 CJ ENM과 일본의 광고대행사 하쿠호도가 합작해 제작 중인 한일 합작 오디션 ‘언프리티 랩스타 : 힙팝 프린세스’가 순항 중이며, 한일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ENA와 후지 텔레비전이 공동제작하는 ‘체인지 스트릿’ 또한 방영을 앞두고 있는 등 이와 같은 동행사례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원더리벳 2025’, ‘J-팝 붐’의 흐름을 이어가다
작년, 일본음악 페스티벌을 표방한 ‘원더리벳’의 출범을 바라보는 나의 마음속은 복잡했다. J-팝 마니아이기에 당연히 그 소식이 기뻤지만, 어쨌거나 모두가 의심하는 ‘J-팝 붐’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시험대라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기 때문이다. 만약 단 한 번으로 이 행사가 막을 내린다면, 이 이상 국내에서 이 경향이 확대되길 바라기는 어렵겠다는 것이 개인적인 생각이었다. 다행히도 행사 첫날, 기대 이상의 집객과 호응에 힘입어 ‘원더리벳’은 이르게 2025년 개최를 확정지었다. 그리고 올해, 3일간 총 관객 수는 작년 2만 5만명에서 4만 명으로 가파르게 상승했다. 2026년엔 기존의 7,8,9홀에서 10홀이 더해져 더욱 큰 규모로 찾아올 예정이다.

관객들도 작년 다소 어색했던 초반 분위기와는 달리, 특정 아티스트의 팬을 넘어 하나의 축제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보다 뚜렷했다. 3일권에 329,000원이라는 금액에 대해서도, 그간의 갈증과 희소성을 고려하면 다수의 팀을 한번에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합리적이라는 반응이 많다는 것 또한 고무적이다. 일본 관계자 측에서도 향후 단독 공연으로 이어갈 수 있는 일종의 쇼케이스이자 훌륭한 교두보로 이 행사를 확실히 인식하게 되었을 터. 글을 닫으며, 작년 말 품었던 우려가 다소 과했다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2025년은 한국의 일본음악 팬들에게 기대 이상으로 풍성하고 만족스러운 해였으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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