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이 따뜻해지는 책들
작성자 성민이
오래된 책장
마음이 따뜻해지는 책들

나이 많은 저능아가 지능을 향상시키는 수술을 통해 엄청난 천재가 되어간다. 그러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기 시작하고 사람들과의 관계도 달라진다.
저능아이자 천재인 찰리가 급속하게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면서 삶을 바라보는 방식이 달라지는 얘기다. 저능아이자 천재인 찰리가 바라보는 세상과 삶은 뻔히 예상할 수 있는 방식과는 달랐지만, 세상을 살아가는 가장 기본적인 것을 보여주고 있다.
순수함을 얘기하는 가장 뛰어난 소설 중의 하나이다.
자연과 사화와 서로의 삶을 사랑했던 헬렌 니어링과 스콧 니어링의 아름다운 이야기이다.
헬렌 니어링이 자신의 삶과 자신이 기억하는 스콧 니어링의 삶에 대해 얘기하고, 그 둘이 만나서 이루었던 삶에 대해 얘기하고, 자기 의지로 삶을 마감한 스코 니어링에 대한 추억을 얘기한다. 두 사람의 삶과 사랑에 대한 자서전이다.
삶의 마무리를 이렇게 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 감동적인 책이다.
많이 산만한 토토가 어렵게 찾아간 학교에서 새로운 친구들과 선생님들을 만나면서 서로를 존중하는 삶을 배워간다. 일본의 초기 대안교육의 한 모습을 어린이의 눈과 마음으로 깔끔하게 그리고 있다.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가 브라질 빈민가 소년의 순수함과 감동이라면, '창가의 토토'는 일본 중산층 소녀의 순수함과 감동을 전해준다.
지금까지 읽었던 책들 중에 가장 많이 읽었던 책이 전태일 평전이다. 전태일의 삶 자체가 주는 열정과 감동도 뜨거웠지만, 그 삶을 열정적으로 쓴 조영래 변호사의 글 속에서도 또 다른 심장소리를 느낄 수 있었다. 몇 번을 읽고 읽어도 가슴이 뜨거워지는 책은 많지 않다.
가난한 이들을 가장 애정 어린 눈으로 바라보면서 사진을 찍는 사진작가 최민식의 대표적 사진들을 모아놓은 책이다. 사진 하나 하나를 들여다보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여러 감정이 밀려온다. 그것이 사진의 힘이다. 사진가가 대상을 어떤 눈으로 바라보고 있느냐에 따라 사진의 질감이 달라지듯이 최민식의 사진만큼 따뜻함이 강하게 느껴지는 사진도 드물다.
학교와 가족과 사회에서 다양한 아이들이 다양한 이유로 문제아가 된다. 그들과 만나서 책을 통해 마음의 문을 열어가는 선생님 아닌 선생님의 경험을 정리한 책이다.
이런 종류의 책에서 흔히 보이는 감정의 과잉이나 가르치려고 하는 태도가 전혀 보이지 않는다. 애정이 필요한 이들에게 그저 친구가 되어주는 것뿐이다. 사람을 사랑으로 대한다는 것은 이런 것이다. 가슴 속에 조용히 들어와 눈물을 흘리게 한다.
많은 사람들이 편견과 차별 때문에 자신의 비밀을 숨기면서 세상을 살아야 한다. 그중에서도 에이즈 걸린 게이라면 그 편견과 차별은 상상하기 힘들다. 그런 현실 앞에 당당하게 자신을 드러낸 윤 가브리엘의 목소리는 강하지도 슬프지도 않다. 차분하게 자신의 삶을 얘기한다. 이 천박한 세상에서 한 사람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이렇게 힘들지만, 그 삶을 쓰러지지 않고 살아왔기에 가슴이 벅차다. 감동과 힘이라는 것은 이런 것이다!
고등학교 시절 일진이었던 여고생들의 삶을 생생하게 그린 만화책이다. 가정폭력과 학교폭력에 시달리면서 일탈의 삶을 살아가던 그들이 세상을 알아가는 과정은 힘들기만 하다. 문제아로 살아가는 그들의 삶을 교육적이지도 않게, 감상적이지도 않게, 그렇다고 합리화하지도 않으면서 얘기하고 있다. 생생하면서도 절제된 그림과 대사들이 공들여 그렸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오래간만에 울림을 주는 만화책을 접했다.
5살에 지구 반대편에 있는 벨기에로 입양이 됐던 작가 자신의 경험을 만화로 들려주고 있다.
살짝 진부할 수 있는 해외입양에 대한 얘기이고, 자기감정에 도취 되서 듣는 이를 불편하게 할 수도 있는 얘기이기도 한데, 전혀 그렇지가 않다. 절대로 채워질 수 없는 엄마에 대한 그리움과 자신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를 꽉 붙들고 있으면서도 자신을 객관화시키면서 성찰하고 있다. 감당하기 어려운 삶의 무게를 외면하지 않으면서도 살짝살짝 유머를 섞어가며 힘겨움을 덜어내고 있다. 할 말이 너무 많을 텐데도 지나치게 중언부언하지도 않고, 깔끔하게 정리된 그림도 그의 오랜 정제과정을 보여주는 듯하다.
정말로 오래간만에 가슴 속에 뭔가 뭉클하게 와 닿는 얘기를 들었다.
삶의 구렁텅이에 굴러 떨어져서 노숙을 하던 이가 우연히 요양원에서 일하게 되면서 그곳에서 만났던 노인들의 얘기를 들려준다.
수년 동안 치매노인들을 돌보며 느끼게 된 여러 가지 사연들이 가슴 따뜻하게 전해진다.
인생의 마지막에서 초라하게 사그라드는 노인들에게서 전해지는 촛불과 같은 기억의 파편들을 어루만지다보면 어느새 삶의 온기가 느껴진다.
단순히 온정적인 따뜻함만이 아니라 요양시설의 현실에 대한 냉정한 진단까지 곁들여지면서 노인복지에 대한 성찰도 하게 된다.
죽음의 언저리에서 느껴지는 온기는 지금의 삶을 돌아보면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동력이 된다.
이해인 수녀가 살아왔던 삶을 돌아보면서 사람과 세상과 영성에 대해 얘기를 나눈다.
낮고 편안한 목소리로 조근 조근 얘기하는데 말의 울림이 만만치 않다.
70여 년의 삶과 50여 년의 구도자 생활 속에 스며든 내공이 책을 읽는 이에게도 잔잔히 스며든다.
인터뷰를 진행하고 정리한 이 역시 욕심 부리지 않고 상대의 말을 잘 전하는데 중점을 두어서 책이 너무도 정갈하다.
공중전화 부스에서 마음 속 응어리를 독백처럼 얘기하고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 그 얘기를 듣는다.
단지 그것만으로 말하는 이와 듣는 이와 이를 전달하는 이가 함께 마음의 주름이 펴진다.
상대를 의식하지 않는 솔직한 얘기들이 마음으로 스며들어 잔잔한 울림을 만들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