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95회 – 모진 추위 뒤에 맞이하는 행복
작성자 성민이
읽는 라디오 다시!
다시! 95회 – 모진 추위 뒤에 맞이하는 행복


“예년보다 덜 추운 겨울이 후반으로 접어드는 구나” 하며
마음으로는 조금 섣부르게 봄을 준비하고 있었는데
2월의 시작과 함께 매서운 한파가 길게 몰아쳤습니다.
좀처럼 눈을 볼 수 없는 곳에서 하얀 설경을 감상하는 즐거움보다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는 추위에 진이 빠지는 일주일이었습니다.

일주일간의 추위가 절정을 이룬 날
영하로 떨어진 기온 때문에
감귤 하우스 안 열풍기는 쉼 없이 굉음을 울려댔고
수도는 얼어버려서 물이 안 나오고
몸과 마음도 꽁꽁 얼어버린 기분이었는데
다음날부터 날씨가 풀려
쌓여있던 눈들이 녹기 시작하니
제 몸과 마음도 녹아내리더군요.

매서웠던 추위가 물러나고
쌓여있던 눈들도 다 녹고 나니
이미 2월 중순이 되어 있었습니다.
3월초에 감자를 시작으로 봄채소들을 심으려면
지금부터 밭 만들기를 시작해야 하기에
서둘러 밭을 갈고 거름을 듬뿍 뿌렸습니다.
이제 겨울이 끝나가고 있음을 실감하게 되더군요.

오래간만에 몸을 움직이고 나서 사랑이와 함께 하우스에 들어왔습니다.
여름의 끝 모를 폭염과 겨울의 모진 추위를 견뎌낸 감귤들이 노랗게 익는 모습을 보니 더없이 행복합니다.
오래간만에 따뜻한 햇살을 즐기며 의자에 앉아 책을 읽고 있으니 사랑이도 살며시 제 곁으로 다가와 자리를 잡았습니다.
일 년 중 가장 편안하고 행복한 때입니다.
지난 방송에서 어머니세대 여성들의 한(恨)에 대한 얘기를 했었는데
리어카님이 “어머님이 지금은 행복하게 잘 사셨으면 좋겠네요”라고 댓글을 남겨 주셨습니다.
나이 들어 홀로 살아가시는 어머니를 위해 자식들이 신경을 쓰고는 있지만 행복하시다고 할 수야 없겠지요.
그래서 저의 행복과 편안함이 죄스러워지지만 그렇기에 더 나누며 살아가려고 노력해봅니다.
리어카님에게도 그 기운이 전해지기 바래봅니다.
(리센느의 ‘Glow U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