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92회 – 이 살벌한 세상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는다면

작성자 성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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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92회 – 이 살벌한 세상에서 마음의 평온을 찾는다면

성민이
성민이
@user_yf6ldkny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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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들처럼 잘 싸우게 훈련시킬 수도 없는 노릇이고... 어찌되었건 사랑이, 누렁이의 완쾌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사랑이, 누렁이 화이팅~~~ ^^

저는 개를 좋아하는 편이지만.. 반려동물로 키우시는 분들에게 개는 사람 이상의 그 어떤 의미를 갖는 듯 합니다.

- 득명님

 

 

사랑씨가 많이 다쳤네요. 잘 생긴 얼굴에 흉터가 지겠네요. 사랑씨나 사랑씨와 같이 사시는 분이나 모두 걱정이 많겠습니다. 빨리 잘 낫기를 바랍니다.

- 곰탱이님

 

 

지난 방송에서 사랑이가 다쳤다는 소식을 올렸더니 득명님과 곰탱이님이 걱정과 격려의 글을 달아주셨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거의 없는 이곳이지만, 안 좋은 일이 일어났을 때 이렇게 응원을 해주시는 분이 있다는 사실에 많은 위안이 됩니다.

지난 방송에서 ‘인연의 소중함’에 대해서 얘기했었는데요,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 연결되는 인연도 참으로 소중하다는 것을 느끼게 됩니다.

득명님과 곰탱이님에게 진심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하며, 제가 받은 이 따뜻한 온기가 두 분에게도 전달되길 빌어봅니다.

 

사랑이 상처 치료는 잘 됐습니다.

1주일 만에 실밥을 풀었고, 나중에 새살이 올라오면 흉터도 사라질 거라고 합니다.

아픈 티 내지 않고 치료를 잘 받아주고 있는 사랑이가 고맙기도 하고

이런 일을 계기로 해서 주위에 따뜻한 인연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는 것도 기분 좋습니다.

다만 사랑이와 싸운 유기견이 그날 이후 이 동네를 떠나버렸는데, 다치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됩니다.

보아하니 유기견 생활을 한지 오래되지 않은 것 같았는데 또 어딘 가에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것 같아 마음이 조금 불편하네요.

 

 

2

 

며칠 전 볼일이 있어서 시내에 나갔다가 돌아오는 길이었습니다.

오래간만에 따뜻한 햇볕을 마음껏 느낄 수 있어서 몸과 마음이 한결 개운했습니다.

마침 해안도로를 경유하는 버스가 오더군요.

이 버스를 타면 조금 돌아가야 하지만 망설임 없이 버스에 올랐습니다.

사람도 거의 없는 버스는 얼마가지 않아서 해안도로로 접어들었고

창밖으로는 잔잔한 바다풍경이 따뜻한 햇살과 함께 눈에 들어왔습니다.

오래간만에 바다를 가까이에서 보니 가슴 속에 쌓여있던 답답함들이 확 날아가 버리더군요.

이런 곳에 살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고마웠습니다.

 

세상은 혹한의 추위와 극심한 혼란으로 뒤덮여 있고

쉽게 출구를 찾지 못하는 사람들은 답답함을 가슴 속에 쌓아놓고만 있을 텐데

이런 호사를 누리고 있는 것이 한편으로 미안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일수록 주위를 좀 더 둘러보고 나누며 살아가자고 다짐해봅니다.

 

 

3

 

예전에 “아버지가 폐암으로 죽어가고 있느니 좀 도와주세요”라고 도움을 호소했다가 차가운 현실만 확인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이후 얼마 되지 않는 세상과의 연결고리들을 끊어버리고 세상에서 한 발 더 뒤로 물러서 버렸습니다.

그리고 5년이 지났습니다. 아버지는 돌아가셨고, 세상과의 연결은 복구되지 않았고, 저는 잘 살고 있습니다.

 

5년 동안 마음속의 차가움을 걷어내려 노력했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자’고 주문처럼 외쳐봤지만 사랑할 사람을 찾지는 못했습니다.

차가운 세상에 ‘다시!’ 맞서보자고 당차게 선언했지만 그저 숨어버리지 않고 있음을 다행으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제가 아무리 노력해도 차갑고 살벌한 세상은 좀처럼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확인하는 과정입니다.

 

지금 미쳐 날뛰는 세상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제가 있는 이곳이 얼마나 포근한지를 새삼스레 실감합니다.

며칠 동안 전국이 스모그에 뒤덮여 있지만 이곳은 맑고 화창합니다.

이래저래 생활비가 부족해서 마트에 자주 가지 못하지만 주변 텃밭에서 자라는 각종 채소들이 먹을 것 걱정을 덜어줍니다.

만나는 사람이 없어도 급한 일이 생겼을 때 도움을 청하면 기꺼이 달려와 줄 이웃이 있습니다.

사람을 사랑하며 살아가기는 쉽지 않지만 사랑이를 비롯해서 여러 개들과 교감하며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습니다.

제 현실만큼 별 볼일 없고 찾는 이 없는 블로그지만 다친 사랑이를 진심으로 걱정해주는 분들이 존재하기도 합니다.

그 인연들이 너무 가느다래서 조심스럽기는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없이 소중하고 따뜻하게 다가옵니다.

주변을 아무리 둘러봐도 이곳만큼 편안하고 포근한 곳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미쳐 날뛰는 세상에서 마음의 안식을 찾는 분들이 많겠죠?

그분들에게 이 편안함과 포근함을 전해드리고 싶지만 제 능력이 부족하니

가만히 눈을 감고 이곳의 기운이 조금이라도 전해지길 기도해볼 뿐입니다.

 

 

(장재남의 ‘빈 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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