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91회 – 사랑이가 다쳤습니다

다시! 91회 – 사랑이가 다쳤습니다

작성자 성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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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91회 – 사랑이가 다쳤습니다

성민이
성민이
@user_yf6ldkny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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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랑이가 다쳤습니다.

감귤 선과장 예쁜이 곁을 어슬렁거리던 유기견과 싸움이 벌어져서 크게 다치고 말았습니다.

상처가 너무 깊어서 가까운 동물병원을 찾았습니다.

자칫 실명을 할 수 있었던 위험한 상황이라고 하시더군요.

수의사는 상처를 살피고는 꿰매는 방법과 약을 이용하는 방법이 있는데 비용차이가 많이 난다고 하셨습니다.

잠시 고민을 하다가 비싸더라도 안전한 게 좋겠다는 생각에 상처를 꿰맸습니다.

눈 밑 상처만이 아니라 몸 곳곳에 또 다른 상처들이 많아서 약을 바르고 꿰매기도 했습니다.

전신마취에서 깨어났을 때 몸이 말을 듣지 않아서 허우적거리는 모습에 마음이 짠하더군요.

상처보호를 위해 목에 보호구까지 착용하고 나니 영락없는 환자입니다.

다행이 상처는 덧나지 않고 잘 아물고 있습니다.

수시로 해야 하는 소독도 잘 받아들이고 있고, 약도 잘 먹고 있습니다.

보호구 때문에 약간 불편해하기는 하지만 아픈 티 내지 않고 잘 버텨주고 있어서 고마울 따름이죠.

 

동물병원은 참 친절하기는 했지만 치료비가 상당히 고가였습니다.

한 달 생활비가 한순간에 날아가 버려서 동생에게 생활비를 빌려야 할 상황입니다.

예전에 ‘사랑이가 아프면 비싼 병원치료를 선 듯 할 수 있을까?’하는 고민을 잠시 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막상 사랑이가 피를 흘리는 모습을 보니 이런저런 고민 없이 병원으로 달려가게 되더군요.

이제 열한 살이 된 사랑이는 2~3년 만 있으면 각종 노견 질환에 시달리게 될 텐데, 그때도 또 고가의 비용을 지불하며 병원을 들락날락거릴 수 있을까요?

솔직히 고민스럽기는 하지만 사랑이가 아파하는 모습을 보면 병원을 찾게 될 것 같기는 합니다.

 

 

2

 

사랑이 치료를 마친 다음날 감귤 선과장을 찾았더니 몇 가지 변화가 생겼더군요.

한쪽에 유기견 포획 틀이 설치되어 있었습니다.

하지만 유기견은 보이지 않았습니다.

처음 봤을 때 조심스럽게 저와 사랑이를 따라오며 관심을 보였고

예쁜이네 가족들과 어울리며 살며시 제 손길도 받아들였던 녀석입니다.

어리고 순해보이던 녀석이었는데 상처만 남기고 어디론가 떠나버렸습니다.

 

강아지도 한 마리가 보이지 않았습니다.

여섯 마리를 낳아서 두 마리만 분양되지 않고 어미와 함께 지내고 있었는데

그중 한 마리가 주인을 만나서 떠났다고 하더군요.

붙임성 좋은 녀석이라서 새로운 환경에서도 잘 적응하리고 생각합니다.

아직 남아있는 녀석이 저를 보고는 꼬리를 흔들며 격하게 반겨주고 있는데

떠나간 녀석에 대한 아쉬움과 남아있는 녀석에 대한 걱정이 밀려왔습니다.

 

이렇게 인연들이 만들어졌다가 풀어져가고 있습니다.

 

 

3

 

사랑이가 다쳤을 때 급하게 근처에 사시는 분에게 연락을 드렸습니다.

병원에 데려가려하는데 차가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그분은 연락을 받고 얼마 되지 않아 저와 사랑이를 태우려 오셨더군요.

전신마취 후 봉합수술을 한 사랑이가 마취에서 깨어날 때까지 이것저것 신경을 써주셨습니다.

그날 감기 몸살 때문에 컨디션이 좋지 않은 상태였는데도 오랜 시간 동안 같이 있어주면서 많은 도움을 주셨습니다.

 

제가 이곳 출신이 아니어서 마을에 아는 사람도 없고

세상과 거리를 두며 살아가느라 만나는 사람도 없기 때문에

급할 때 연락할 사람이 거의 없습니다.

그 분과는 평소에 텃밭에서 나오는 것들을 나눠먹는 정도의 관계지만

도움이 필요할 때 달려와 줄 수 있다는 사실에 너무 고맙고 행복했습니다.

 

사람이든 개든 인연이 참으로 소중하다는 것을 새삼 느낍니다.

그 인연이 길게 이어지느냐 짧게 끝나느냐 하는 것은 상황에 따라 달라지겠지만

인연이 닿아있는 동안에는 그 마음이 통할 수 있도록 노력하며 살아가야겠네요.

 

 

(강아솔의 ‘다 고마워지는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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