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제타, 진창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삶

로제타, 진창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삶

작성자 성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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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제타, 진창에 빠져 허우적거리는 삶

성민이
성민이
@user_yf6ldkny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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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덴 형제의 영화는 배경과 상황을 자세하게 설명하지 않기 때문에 처음에 얘기를 따라가기가 좀 어렵습니다.

프랑스 어딘 쯤인 거 같은데, 10대 후반인지 20대 초반인지 잘 모르지만 한 여자가 다니던 직장에서 해고 됩니다.

수습 기간이 끝났다는 게 해고의 이유죠.

그래서 다른 일자리를 알아보는 데 그게 쉽나요.

그 여자의 이름이 로제타입니다.

 

로제타가 사는 동네는 어느 외각 공터에 트레일러들로 집을 만들어서 사용하는 동네였습니다.

우리나라로 치면 무허가 판자촌 정도 될까요?

엄마와 단 둘이 살고 있는데, 사십대로 보이는 엄마는 심한 알콜중독자입니다.

어딘가에서 구해온 헌 옷을 수선해서 파는 일로 살아가는데, 술 먹을 돈이 없으면 주변 남자들에게 몸을 내주고는 술을 얻어먹습니다.

일자리는 구하지 못하고, 엄마가 수선한 옷은 헐값에 떨이로 처리하고, 알 수 없는 병으로 배는 엄청 아픈데, 엄마는 맥주 하나만 먹게 해달라고 조르고, 창틈으로는 찬바람이 들어와서 휴지로 막고는 드라이어로 아픈 배 위에 따뜻한 바람을 불어넣습니다.

구질구질한 삶 그 자체입니다.

 

그렇게 일자리를 찾아 헤매는데 어느 길거리 와플 판매대에 있는 남자아이가 로제타에게 관심을 보여서 일자리를 소개해줍니다.

자기 사장이 한 사람을 해고 했는데 그 자리에 로제타를 소개한 거죠.

누군가가 쫓겨나야 그 자리에 들어가서 일을 할 수 있는 겁니다.

그게 그들이 사는 세계입니다.

로제타에게 관심을 보이는 그 아이는 트레일러가 아닌 건물에 살지만, 그 건물은 로제타가 살아가는 트레일러와 별로 다를 바가 없습니다.

그렇게 혼자서 살아가는 그도 중학교 때는 마루운동 선수였고, 지금은 드럼을 배우면서 꿈이라는 걸 갖고 있습니다.

 

술을 먹기 위해 몸을 파는 엄마가 더 이상 보기 힘들어진 로제타는 “엄마는 술 하고 그 짓 밖에 모르냐”면서 엄마를 알콜중독자 치료소 같은 곳으로 보내려 합니다.

하지만 엄마는 그곳이 끔찍하게 싫었던지 도망을 가려고 합니다.

그런 엄마에게 로제타는 “갔다 오면 중고 재봉틀이라도 사줄께”라고 달래보지만 엄마는 “나 정말 거기 가기 싫어”라고 할 뿐입니다.

엄마가 밀치는 바람에 진흙구덩이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로제타를 두고 엄마는 어디론가 도망쳐 버립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로제타가 또 해고됩니다.

이유는 사장의 아들이 방학 동안 아버지 밑에서 일을 배우려고 하기 때문에 로제타가 하던 일이 필요 없어졌기 때문입니다.

또 일자리를 찾아서 돌아다녀야 하는데 배는 수시로 아프기만 합니다.

그런 로제타를 보고 로제타의 일자리를 소개해줬던 남자가 ‘자신이 와플을 몰래 만들어서 팔고 있는데 해보지 않겠냐’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로제타는 밤에 몰래하는 부업 말고 진짜 직업을 원한다면서 거절합니다.

그리고 며칠 후 사장을 찾아가 그 남자 아이의 행동을 꼬질러서 쫓아내고는 그 자리를 차지합니다.

남자가 퇴근하는 로제타를 쫓아가서 “왜 그랬어?”라고 물으니 로제타는 망설임 없이 “일이 필요해서”라고 대답합니다.

그렇게 비열하게 일자리를 차지해서 집으로 돌아 왔는데, 엄마가 술이 떡이 돼서는 집 앞에 쓰러져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런 엄마를 침대에 눕히고 나서 잠시 생각에 잠겼던 로제타는 공중전화로 가서 사장에게 전화를 겁니다.

“로제타예요. 저 이제부터 일하러 가지 않을 거예요”

그렇게 짧게 자기 할 말만 하고는 전화를 끊어서 다시 트레일러로 돌아옵니다.

달걀 하나를 삶아서 먹고는 아픈 배를 쓸면서 침대에 누워 생각에 잠깁니다.

 

그때 가스가 떨어져서 무거운 가스통을 들고는 관리인에게 가서 가스를 사 옵니다.

더 무거워진 가스통을 킹킹거리면서 들고 오는데, 로제타 때문에 잘린 남자가 시끄러운 오토바이를 타고 와서 로제타 주위를 빙빙 돕니다.

애써 무표정하게 걸어가던 로제타가 가스통을 떨어뜨리고 배를 만지며 쓰러져서 울고 맙니다.

꾹꾹 참아왔던 눈물을 흘리고 마는 로제타의 얼굴을 보여주면서 영화는 끝납니다.

 

로제타의 소원은 “보통 사람들처럼 사는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직업이 있고 친구가 있는 삶이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나서 로제타에게 말을 걸어봤습니다.

 

“당신이랑 멀리 떨어진 다른 나라에 살고 있고, 나이도 당신 엄마 또래이지만, 나도 보통 사람들처럼 살고 싶은 게 소원이거든요. 그런데 미안한 얘기지만, 그렇게라도 울 수 있는 당신이 부럽더라고요. 세상에는 울고 싶어도 눈물이 나오지 않는 사람들이 너무 많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