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나인가?" - 소설 《미키7》과 드라마 《미지의 서울》

― 미키, 미지, 미래가 삶을 살아가는 법

두 이야기, 왜 닮았다고 느꼈을까요?

요즘 배우 박보영이 1인 2역으로 등장하는 드라마 《미지의 서울》 보신 뉴니커 있으신가요?
서울을 배경으로, 전혀 다른 인생을 살아온 쌍둥이 자매가 서로의 삶을 바꾸며 겪는 혼란과 감정을 다룬 작품이에요. 겉으로 보기엔 외모가 비슷한 두 인물의 역할 체인지 드라마로 보일 수 있지만, 저는 이 작품을 보면서 의외로 SF 소설 『미키7』, 또는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 17〉이 떠올랐어요.👀

미키와, 미지, (이름은 비슷하지만) 장르도 분위기도 다른 이 두 이야기는 비슷한 질문을 던지고 있었어요.

이 글에서는 서로 다른 듯 닮은 이 두 이야기 (아니, 세 이야기일까요?) -
『미키7』, 드라마 《미지의 서울》, 그리고 영화 〈미키 17〉을 통해
"무엇이 나인가?"에 대한 생각을 말해보려 해요.

1장 ― 『미키7』 과 〈미키 17〉 의 줄거리와 다른 점

소설 『미키7』과 영화 〈미키 17〉을 안 보신 뉴니커를 위해, 짧은 줄거리를 소개할게요.

먼 미래, 지구는 생존할 수 없는 행성이 되어, 인류는 새로운 행성에 정착을 시도하고 있어요.
그곳에는 ‘익스펜더블'이라는 직업을 가진 주인공 '미키'가 있어요.

이 직업은 겉보기엔 단순하지만, 매우 잔인한 미래의 직업이에요.
목숨이 위험한 임무에 투입되어 죽게되면, 미리 백업해 둔 데이터로 또 다른 미키를 복제해 다시 살아나게 되니까요.

그런데 어느 날, 임무 도중 살아남은 미키7이 우역곡절 끝에 기지로 돌아오자, 죽은 줄 알고 만들어진 새로운 미키8을 만나게 되면서 사건이 시작돼요.

서로 자신이 '진짜'라고 한다면, 미키7과 미키8은 같은 존재일까요?

🎥 영화 〈미키 17〉은 원작 소설과 어떻게 다를까요?

봉준호 감독의 영화는 많은 부분을 각색해서, 더욱 블랙코미디스러운 분위기로 만들고, 미키를 혼란스러운 성격을 가졌지만 어딘가 사랑스러운 인물로 만들었는데요.

미키가 익스펜더블이 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를 '마카롱 사업'의 실패로 각색했다던가, 마지막 복제 기계를 폭파시킬 때를 어렸을 적 어머니를 잃은 죄책감과 트라우마를 극복하는 서사로 빌드업을 한 부분들이 달라요.

또한, 원작 소설은 2권으로 되어 있어 새로운 정착 행성 생명체, 크리퍼와의 모험을 다루고 있지만, 영화에서는 크리퍼와의 전투를 사령관과의 갈등을 중심으로 풀어내고 있는 점도 다르달까요.

서로 다른 방식으로 정체성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기 때문에 소설과 영화 모두 재밌게 보았어요.

2장 ― 《미지의 서울》과 『미키7』

🎥 드라마 《미지의 서울》의 줄거리

넷플릭스 드라마 《미지의 서울》은 쌍둥이 자매 유미지와 유미래의 이야기예요.
공부머리 있고 차분한 미래와 운동 잘하고 털털한 미지는 너무나 다른 두 사람이지만, 각자의 삶에 지쳐 바꿔서 살아보기로 해요.
《미지의 서울》에서는 ‘나’를 정의하는 요소가 무엇인지 다양하게 보여줘요.
쌍둥이 자매가 서로의 위치에 서서 겪는 혼란과 성장 과정에서 ‘나’라는 존재가 얼마나 복잡하고 다층적인지를 드러내요.

특히 이 드라마는 ‘타인과의 연결’이라는 점에 무게를 둬요.
서로 삶을 바꿔 살면서, 서로가 서로의 거울이자 거처가 되어주고, 서로를 통해 비로소 자신을 발견해가는 과정을 그려내고 있답니다.

『미키7』과 《미지의 서울》은 전혀 다른 장르, 다른 세계관을 가지고 있어요.
하나는 우주 식민지 개척 시대의 공상 과학이고, 다른 하나는 현재 서울을 배경으로 한 드라마예요.

1. 같은 모습, 다른 존재

『미키7』에서는 복제된 미키가 등장해요. 사실 이곳에는 복제된 두 명의 미키가 동시에 존재해서는 안 되는 법적/윤리적 금기가 있어요.
이는 사회가 '한 명의 자아'만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냉정한 시스템을 상징해요. 미키7과 미키8은 쌍둥이처럼 겉모습도 같고 기억도 공유하지만, 끊임없이 자신에게 물어보게 돼요. "진짜 미키는 누구인가?"

《미지의 서울》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요.
쌍둥이 자매 미지와 미래도 외형과 유년기가 비슷하지만, 커가면서 각자 다른 선택과 경험을 하며 성격도, 가치관도 달라졌어요. 이 둘은 다른 인격체로 인정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들은 끝없이 비교되고, 때로는 동일시돼요. "그동안 따라하던게 누군지 잘 모르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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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무엇이 '나'를 만드는가

결국 『미키7』과 《미지의 서울》은 동일하게 보이는 두 존재를 사회가 어떻게 다루는지,
그리고 개인은 자기 정체성을 어떻게 증명하고, 혹은 잃어가는지를 다루고 있어요.

이 두 이야기의 인물들은 모두, 같다는 이유로 같지 않음을 설명해야 했고,
다르다는 이유로 서로의 존재를 이해해야 했어요.

세상이 말하는 ‘정체성’은, 때로는 외형일 수도 있고, 사회적 위치일 수도 있고, 타인의 인식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정작 우리가 살아가는 감정의 결, 선택의 이유, 관계 속에서 만들어지는 자아는
그 누구도 아닌 ‘나’에게 존재해요.

판타지 이야기일 수 있지만, 사실 우리도 매일 우리 안의 '미키'와 '미지', '미래'와 마주하고 있어요.
겉으로는 같은 사람처럼 살아가지만, 마음속에서는 늘 질문하게 되는 거예요.

이 두 이야기가 정체성에 대한 이야기였던만큼, 미지를 보며 미키를 떠올리며 이 글을 쓰게 되었네요. 다음에도 또다른 이야기가 떠오르면 돌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