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은 덮을 뿐, 지우지는 못하네: 윤희에게

눈은 덮을 뿐, 지우지는 못하네: 윤희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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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덮을 뿐, 지우지는 못하네: 윤희에게

뉴니커
@user_u2oeivdve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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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뜨겁고 강렬한 감정- 그건 과연 어떤 형태일까.

인간이 가진 거부할 수 없는 본능적 감정이 외부의 압력으로 인해 강제로 거세될 때, 삶의 궤적은 속절없이 뒤틀린다. 서로가 가장 필요한 팽팽한 순간에 강제로 끊겨버리는 경험은 누구도 감당하기 힘든 흉터를 남긴다. 그 순간, 세상은 정지하고 마음은 얼어붙는다.

영화 속 인물들은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조건으로 자신들의 삶을 부정당한 채 살아간다. 다시 그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는 그들의 마음은 차갑고 고요한 눈밭과 같다. 하지만 그들 마음 속 숨죽인 불꽃은 끊임없이 흔들린다. 여전히 서로의 꿈을 꾸는 그 마음은 아픔일까, 아니면 무뎌진 감각일까.

영화는 강렬함이 파괴된 뒤에 찾아온 정적을 비춘다. 그러나 그 정적 속에서도 눈은 치워내도 또 쌓인다. 그렇게 억압된 감정은 결국 녹아버릴 눈으로 덮어가며 사라지지 않는다. 마침내 정적 속에서 재회했을 때, 침묵 속의 서로를 바라보며 눈에 덮인 모든 감정이 말한다. 우리는 여전히 그곳에 있다고. 그것은 아주 작은, 아주 우연한 순간네 기어코 다시 드러난다고.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살아왔겠지만 내면에는 쌓이는 눈의 무게만큼 아픔이 무겁게 내려앉았다. 꿈에서라도 만날 수밖에 없었던 건 그 때문이겠지. 하지만 더 이상 그때만큼 뜨겁지 않은 지금의 나인 채로, 그들은 정말 다시 만나고 싶었을까.

그들은 숨기는 것이 지긋지긋해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어떻게든 표현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놓였다. 지금의 서로를 사랑하는 건 아닐지라도, 과거의 자신과 서로에게 남긴 원망과 죄책감은 눈밭 위 얼어붙은 흔적처럼 선명하다. 가족에 대한 상처도 그대로 녹지 않았다. 어쩌면 지금의 재회는 거창한 사랑의 완성이 아닐 것이다. 그저 서로의 안녕을 확인하며 그때의 아팠던 자신을 조금 놓아줄 수 있는 의식이 될지도 모른다.

우리는 대단한 삶을 갈망하지 않는다. 그저 사랑하는 사람에게 사랑한다고 말하고, 하고 싶은 걸 하고 싶어하며 살아갈 뿐이다. 윤희는 원치 않는 결혼에서 상대를 거부하며 죄책감을 안고 살았지만, 남편의 앞날을 진심으로 축하했다. 그 진심어린 축하는 자신이 할 수 없었던 것을 인정하는 마음이기도 하고, 스스로에 대한 용서이기도 하다. 그렇게 윤희는 자신이 잃었던 마음을 조금씩 회복한다.

눈밭 위 발자국처럼 남은 감정, 정적 속의 흔적, 사로를 향한 그리움. 영화 속 인물들의 서로를 향한 마음은 눈처럼 겹겹이 쌓인다. 그리고 언젠가 봄은 오고, 눈은 녹고, 그 마음은 서로를 다시 만나게 할 것이다. 조용히, 그러나 분명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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