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한

청명한

블라디
@user_tulr0bdt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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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명(淸明).

보기만 해도, 듣기만 해도 뭔가 기분이 좋아지는 게 있습니다. 저에게는 '청명'이라는 글자입니다.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청명이라는 단어가 눈에, 귀에 들어왔고, 그럴 때마다 상상하게 되는 '청명'함이 기분 좋게 만드는 것 같습니다.  

청명, 청순, 청아, 청량.....

청명하다, 청순하다, 청아하다, 청량하다....

여기에 쓰이는 한자는 맑을 '청(淸)'

푸를 '청' 자와 물 '수'자가 합쳐진 글자 때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푸를 '청'자를 그냥 사용해도 될 터인데, 물 '수'를 더한 것은 나름 의미가 있겠지요.

'청명(淸明)'

이십사절기의 하나. 춘분(春分)과 곡우(穀雨)의 사이에 들며, 4월 5일 무렵.

날씨가 맑고 밝은 것, 소리가 맑고 밝은 것, 형상이 깨끗하고 선명한 것.

'청명하다'

날씨가 맑고 밝다.

소리가 맑고 밝다.

형상이 깨끗하고 선명하다.

이런 의미가 있으니, 보기만 해도 듣기만 해도 기분이 좋아지는 것 같습니다.

봄 하늘과 가을 하늘, 그리고 아주 건조한 화창한 초겨울에 어울리는 '청명한' 하늘이 떠오릅니다.

청명한 하늘은 이렇습니다. 우리가 말하는 ‘하늘색’ 하늘.

청명함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굳이 표현하지 않아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그냥 '하늘색' 하늘을 보고 느껴지는 그 느낌 그대로가 청명함 아닐까 싶어요.

'청명한' 사람도 있을까요? 청명한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요?

청명함이 좋습니다.

청명한 하늘을 자주 볼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청명한 사람도 자주 만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청명한 하늘이 나를 붙잡을 때가 있습니다.

어린이날이라 노들섬에서 서커스 페스티벌이 열렸습니다. 서커스라는 걸 제대로, 직접 본 적이 없어 약간의 기대와 함께 방문했는데 생각보다 붐비지도 않았고, 행사 시간도 딱 맞아 야외무대 앞에 돗자리를 펴고 편히 볼 수 있었습니다. 30-40분 정도의 공연들이 이어지면서, 이 무대 저 무대를 번갈아가면서 지켜보았는데, 운 좋게도 무대가 옆으로 돌기만 하면 되는 곳들이라 한 자리에서 3개의 서커스를 번갈아가며 볼 수 있었습니다. 단원들의 몸짓과 표정하나부터 여러 장비들까지…  신기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아이보다 제가 더 즐거웠던 시간이었습니다.

‘숨’이라고 하는 제목의 공연이 인상 깊었습니다. 거대한 크레인에 줄 하나를 걸고 그 줄을 타고 저 높은 상공에 오르는 서커스였습니다. 설명자료를 보니, 서커스단이 아닌 문화극단이었습니다. 제목도 ‘숨‘. 1인 서커스 공연은 준비부터 예술이었습니다. 단원의 동작 하나하나가 무의미하지 않은 듯했습니다.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하며 크레인 끝 부분에 기다란 줄을 걸고, 크레인이 올라가는 동안 기다리는 그의 동작은 예사롭지 않았습니다.

크레인이 정위치로 올라가 줄이 멈췄을 때, 그는 맨몸으로 줄을 타고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어느 지점에 이르렀을 때에 줄을 이리저리 묶더니, 몸을 웅크리고 그 줄 안으로 들어가 균형을 잡고서는 두 팔을 벌렸습니다. 탄생의 순간인 듯했습니다. ’숨’의 시작.

그리고는 족히 50미터는 돼 보이는 정상까지 다시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중간중간 팔을 털며, 소리도 질렀습니다. 옆에서 보던 누군가는 힘든가 보다 했지만, 그게 아니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나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보여주는 듯했습니다. 힘들 땐 쉬고, 소리도 지르고 울기도 하는 우리의 모습..

그리고 정상에 다다랐을 때에는 다시 줄을 이리저리 묶더니 팔과 다리를 모두 펼쳐 그냥 누워버렸습니다. 몸이 축 늘어진 모습. ‘죽음’.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청명한 하늘‘을 무대로 이룰 것을 다 이루고 마지막을 내맡긴 그 모습. ‘나의 아저씨‘의 대사가 생각났습니다. ’지안, 편안함에 이르렀나?’

정말 궁금했습니다. 그 단원의 기분은 어땠을까. 자유로웠을까? 편안함에 이르렀을까? 정말로 만나서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매번 하는 공연이지만, 청명한 하늘을 배경으로 정상에 올라 줄에 몸을 맡겼을 때, 그곳에 이르렀을 때의 그 느낌을….  '청명한' 하늘이 더욱더 그 장면을 빛내주었습니다.

공연을 마치고 내려온 그 단원은 벅차오름을 견디지 못하는 듯, 바로 인사하지 않았습니다. 무사히 내려왔다는 안도의 감정도 있었겠지만, 편안함에 이르렀던 그 감정을 억누르는 듯했습니다. 이리저리 관객들을 돌아보며 감정을 누르고 있었습니다. 시간이 조금 지나자 그제야 가슴을 손을 얹고 이리저리 인사를 했습니다. 들리지 않았겠지만 부러움과 수고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청명한' 하늘이, '청명한' 사람이 참 좋습니다.

🔮오늘의 행운 메시지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