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시각

다른 시각

블라디
@user_tulr0bdt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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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언가를 다른 시각에서 바라본다는 것은 어찌 보면 무모한 짓? 이기도 하지만, 새로운 도전이자 재미이기도 합니다. 익숙한 것이 편하고 안정적이기에 굳이 ‘다른 시각’에서 바라봐야 할 이유는 없지만 해결책이 보이지 않을 때, 답이 없는 것처럼 느껴질 때, 새로운 뭔가를 만들어내고 발견하고 싶어질 때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한번 시도해 보는 것도 괜찮은 것 같습니다. 그렇다고 매번 모든 걸 다른 시각에서 보는 건 일을 더 복잡하게 만들 수 있으니 조심해야겠습니다.

근래에 여러 일들을 보면서 자연스레 ‘다른 시각’에 대해 생각할 기회가 있었습니다.

#1.

빛과 소금

현재의 교회들에 대해 한탄하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너무나 인상적인 이야기였습니다. 교회가 세상을 밝히는 빛의 역할을 해야 하고 썩지 않도록 하는 소금의 역할을 해야 하는데 지금의 교회는 그런 역할을 전혀 하지 못한다는 내용입니다. 너무 일반적인 이야기였는데 그 이유가 놀라웠습니다.

소금은 무언가를 상하지 않게 하는 역할을 하는데, 그러기 위해서 소금은 사라져야(녹아야)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지금의 교회는 사라지려 하지 않고 오히려 (목사가, 교회가) 돋보이려 하기 때문이 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나를 희생시켜(녹여) 부패를 막는 것인데, 지금은 교회가 돋보이려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전혀 생각지 못했던 ’다른 시각‘의 이유가 뇌리에 박혔습니다.

#2.

생각하기

얼마 전, 김애란 작가가 출연한 프로그램에서 AI와 인간의 차이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을 보았습니다. AI가 있어 너무 편하다, 인간이 오랜 시간 할 걸 금세 해 준다, 질문을 잘해야 한다, 구체적으로 해야 한다, AI가 문학의 범위도 침범했다, 더 발전하게 될 까봐 두렵다 등등의 식상한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했는데,,, 그녀의 대답은 정말 의외였습니다. 충격이라면 충격이었습니다.

"망설임“

AI는 '망설임'이 없다는 대답이었습니다. 엔터만 치면 답을 순식간에 알려주는 AI. 답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걸리기도 하지만 그건 망설임보다는 답을 찾아내려는 시간일 뿐입니다. 인간의 망설임은 질문자의 의도와 상황과 표정을 보고 던져줘야 하는 상대방에 대한 예의이자 배려라고 했습니다.

AI와 인간의 차이. 망설임.

또 다른 시각이었습니다. ‘망설임‘이라는 것에 대해 아직까지도 되뇌고 있습니다.

이런 망설임(상대방에 대한 생각)과 함께 또 다른 영상에서는 AI활용에 있어서 '생각하기'를 놓치지 말자하였습니다. 묻기 전에 뭘 물을지 생각하고, 결과를 얻으면 그 결과가 맞는지 확인하고 생각해서 다시 AI에게 질문하고, 다시 얻은 결과에 대해 생각해 보자는 것이었습니다. AI는 망설이지 않습니다. 우리가 망설이며 그 대답을 선택하고 질문해야 합니다. '망설임'은 어리석은 게 아니라 또 다른 '생각하기'입니다.

#3.

줄서기

현대인들에게 줄 서기는 계산된 '방어 기제'라는 글을 읽었습니다. 너도나도 어렵다 하는 요즘에 수 만 원의 외식 지출은 '실패해서는 안 되는 프로젝트'라는 겁니다. 현대인들에게 검증된 맛집의 줄 서기는 성공하는 프로젝트의 과정이었습니다.

수십 분을 줄 서서 핸드폰 보며 기다리는 모습을 이해할 수 없었던 저에게, 또 ‘다른 시각‘의 의미를 던져 준 글이었습니다.

#4.

여행하기

나무 전문가 고규홍 님의 뉴스레터 [나무편지]를 받아보고 있습니다. 매번 나무에 대한 전문적인 이야기를 하다가 오랜만에 3일간의 도보 제주여행에 대한 편지가 배달되었습니다. 행사 취소와 함께 중간고사 기간이 끼어 조금의 여유가 생겨 무작정 걷기 위해 떠난 제주여행 이야기였습니다. 그냥 길이 있으면 따라 걷고 식당과 카페가 있으면 먹고 쉬는 여행이었다 했습니다. 그는 "새로운 것을 더 담아 채우는 것보다 몸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과 긴장을 버리는" 여행을 하고 싶었다 했습니다. 나무와 식물을 관찰하는 게 일인 작가는 보이는 나무에 머무르지 않으려, 최대한 그렇게 하지 않으려 노력했답니다.

그렇게 비를 맞으며 걸었던 3일의 여행. 이렇게 정의하네요.

"기껏해야 사흘이었지만, 그 ‘고작 사흘’의 여유도 제대로 내지 못하며 사는 게 우리네 '사람살이'이지 싶습니다. 누구나 그렇겠지요.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습니까. 그걸 잘 알기에 지난 주의 사흘은 무척 소중한 날들로 기억될 것입니다."

여행을 단지 즐기는 것, 쉬는 것, 새로운 것을 많이 경험하는 것으로 생각하겠지만, ‘몸에서 떠나지 않는 생각과 긴장을 버리는' 여행이라는 것도 있고 그것이 시간 낭비가 아닌 뒤돌아보면 아주 소중할 지도 모른다는 ‘다른 시각’의 여행이야기.

생각해 보지 못했던 또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기, 생각하기가 참 흥미롭습니다.

🔮오늘의 행운 메시지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