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봄

2026년, 봄

작성자 블라디

평범한 사람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들

2026년, 봄

블라디
블라디
@user_tulr0bdt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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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봄

봄이 온 듯 했는데, '꽃'만 선물하고 떠났나 봐요... 여름이 바로 찾아 온 것 같습니다. 식목일을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이야기기 나오고, 봄 꽃의 개화시기도 점점 빨라지고, 봄이 온 건지 모를 만큼 빨리 지나갔다는 이야기가 매번 나오는 것도 몇 년 전부터 였던 것 같은데, 역시나 올 해도 봄 꽃만 피우고는 바로 여름에게 바통을 넘긴 것 같습니다. 특히나 봄이면 항상 들려오는 장범준의 봄 노래도 제대로 들어보지 못했네요. ;;

꽃을 보면서 '봄'을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잠시 고민하면서 '어김없이 찾아오는 친구' 라고 생각을 했었는데, 최근에 광화문에 갈 일이 있어 혹시나 해서 교보빌딩 현판을 보았더니,

역시나 '봄, 우리가 가장 잘 아는 기적'이라는 시구가 있었습니다. '아! 역시.. 시인들은...' 감탄을 쏟아내면서, 그 기적이 짧아지는 듯 해 아쉽네요. 10여분 광화문 광장에 앉아 따스한 봄 볕을 맞으며 사람들, 풍경들을 구경했습니다. 이런 게 봄의 여유가 아닌듯 했어요.

#2. 꽃보다 푸르름

이상하게도 요즘에는 꽃보다 푸르름이 더 예뻐보입니다. 봄꽃은 화사한 색깔들로 눈을 사로잡고 멋진 풍경을 연출하지만 '와! 예쁘다'는 감탄은 나오지 않네요.. 근데 화사한 꽃이 떨어지고 난 후 보이는 새싹의 푸르름에 '와!' 하는 감탄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녹색도 다 같은 녹색이 아닌 게 신기하기도 하고요. 옅은 녹색, 진한 녹색, 청록색, 짙은 연두, 진한 연두, 노랑연두, 풀색....

누군가는 나이 들어서 그렇다 하지만, 이게 나이랑 무슨 상관일까요... 아무튼 요즘에는 새순을 뚫고 나오는 새싹들의 이름 모를 푸르름이 신기하고 더 예뻐 보이네요..

#3. 4.16 세월호 12주기 기억식

2014.4.16. 세월호 뉴스를 산부인과 병동에서 보았습니다. 아이가 태어난 지 3일 째 되던 날이었습니다. 그 때 그 상황이 뚜렷합니다. 병상 침대에 있는 아내와 얘기를 하고 있었는데, 병실에 있는 TV에서 배가 침몰하고 있던 장면. 한 아이의 탄생을 보며 기뻐하던 나와 '어떻게 저런이 일이. 배가 많이 잠겼네' 하며 놀라워하던 나, 그리고 '해경도 있고, 헬기도 날아다니고 하니, 곧 구조 되겠지'하는 당연한 마음으로 위로하던 나.

그 뉴스가 더 무서웠던 건, 사고가 나기 2년전(2012년)에 배를 타고 인천에서 제주를 다녀왔기 때문이고 했습니다. 특히나 사고가 난 세월호는, 원래 운행하려고 했던 오하마나호(2년전 탔던)에서 갑자기 운행일정이 변경되어 운행된 배라는 사실을 이 후에 다시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사고가 난 이후의 생각이지만, 원래대로 오하마나호가 운행됐다면 사고가 나지 않았을 수도 있었을텐데 하는 예상을 지금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봄이 오면, 꽃도 보고 봄의 냄새도 맡고, 여유도 즐기지만 언제나 마음이 아파오는 건 저만 그렇지 않을 겁니다. '살아 남은자들의 슬픔'은 영원하겠지요. 아이가 '세월호 관련 영화는 없어?' 라고 물어보길래, '있지. 있는데 나는 못 보겠어.'라고 하였습니다. 언제 쯤 볼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처음으로 대통령이 기억식에 참석했다고 합니다.

#4. 그 시간, 그 칸, 그 자리

지하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다 보니,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 항상 만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자가용을 이용하거나, 걸어 다니더라도 같은 시간 같은 자리에서 만나는 사람들과 차량이 있을 것도 같습니다.) 모르는 사람들이지만, 그런 사람들에게 목례나 짧게 인사 한마디 건네는 세상은 너무 이상적인 거겠죠?(서양인들은 그럴 수도 있겠지만..)

매번 보는 그 사람도 분명 나를 의식하고 있지만 불편하거나 그러지는 않을 텐데,, 때론 그 시간, 그 칸, 그 자리에 있는 사람이 불편해서 다른 시간, 다른 칸, 다른 자리를 찾아가는 제 자신이 웃기기도 하고 그렇습니다. 그런데 반대로, 그 사람들이 안 보이면 찾아보기도 하고 무슨 일이지? 하며 궁금해하기도 하고요. 일 하느라 고생한 우리에게 누군가가 주는 '자연스러운 놀이'는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5. 싫은 것

봄과는 관련이 없지만, 요즘 든 생각들입니다. 이런 것들이 참 싫습니다.

-남자 화장실을 여성 미화원이 청소하는 것.(남자들도 이런 상황 무지 불편합니다.)

-여성 혼자인 엘리베이터를 타야 하는 것.(잠재적 범죄자로 분류되는 남성들의 고뇌)

-이른 아침 출근 길 지하철에서 꼭 누군가 소곤소곤 대화나누는 사람들.(작게 얘기한다고 하지만 그 소곤 함이 더 거슬린다는.)

-어디서든 큰 소리로 대화하는 사람들(나는 당신의 일을 알고 싶지 않다)

-저벅저벅 계단 올라가는 구둣발 소리.(왜 굳이 저렇게 올라갈까? 짜증과 신기함이)

-그냥 길을 걸을 뿐인데, 누군가 내 뒤를 따라 걷는 것.(이럴 땐 뒷 사람을 먼저 보내고, 거리를 두고 걸어갑니다.)

-깜짝깜짝 놀라게 하는 굉음을 내며 질주하는 오토바이와 스포츠카(정치인 여러분, 이런 사람들 꼭 처벌할 수 있는 법을 만들어주세요)

-억지 쓰는 정치인들과 그럼에도 그들을 지지하는 사람들(정치생명을 위해 배웠다는 사람들의 무논리와 억지는 짜증을 유발시킨다)

-전쟁을 일으키는 자들(자기의 이익을 위해 인간의 생명과 우리의 평온한 일상을 파괴하는 자는 천벌을 받을지어다)

'후각기억'이라는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어떤 냄새를 맡으면 떠 오르는 기억. 제가 기억하는 봄의 냄새가 있습니다. 봄의 그 냄새를 맡으면 언제 초등학교 시절 하교하던 길이 떠 오릅니다. 이번 봄은 짧아서 인지, 봄 기운이 완연하지 않아서 인지 아직 그 냄새를 맡지 못했습니다. 여름이 성큼 다가온 것 보면, 이번에는 맡지 못하고 지날 수도 있겠네요.

🔮오늘의 행운 메시지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