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만난 글귀들
작성자 블라디
최근에 만난 글귀들
@안녕이라 그랬어/김애란/2025
*홈파티
압도적이지 못할바엔 관습적인게 좋다
P10
상대에게 직접 가하는 힘이라기보다 스스로를 향한 통제력이라 할까, 오랜 시간 '판단'과 '선택'이 몸에 밴 이들이 뿜어내는 단단하고 날렵한 기운
P23
지난 세월, 시간의 물살에 깎이고 깨지며 둥글어 진 마음
P24
시간을 견딘 것들이 주는 위로
P28
*숲속 작은 집
오랜 시간 햇빛과 바람, 빗물에 색이 바래 순한 나뭇결을 드러낸 문틀과 창틀, 고상하되 전혀 기름진 티가 나지 않는 담박한 그릇 장, 세간의 배치와 배색, 그럴 리야 없겠지만 투숙객이 혹 초록에 물릴까 다홍과 주홍을 살짝 섞은 간이 화단까지 모든 게 적절했다.
주위를 둘러보다 결국 어떤 공간을 우아하게 만들 어주는 요소는 '낡음'인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
반짝이지도 매끄럽지도 않은 시간이 거기 그냥 고이도록 놔둔 집주인의 자신감과 여유가 부러웠다.
P53
*안녕이라 그랬어
큰 교훈 없는 상실. 삶은 그런 것의 연속이라고.
P246
'왠지 '가지 말라'는 청보다 보고 싶다'는 말보다 '너한테 배웠어, 정말 많이 배웠 어라는 가사가 더 슬프게 다가온다'고 했다. 그렇게 말하는 사 람의 마음을 알 것 같다며. '삶은 대체로 진부하지만 그 진부함의 어쩔 수 없음, 그 빤함, 그 통속, 그 속수무책까지 부정하기는 어려운 것 같다'고. '인생의 어두운 시기에 생각나는 건 결국 그 어떤 세련도 첨단도 아닌 그런 말들인 듯하다'고 했다.
"쉽고 오래된 말, 다 안다 여긴 말, 그래서 자주 무시하고 싫증 냈던 말들이 몸에 붙는 것 같다'고.
P249
우리 삶에는 그렇게 틀린 방식으로 맞을 수밖에 없는 순간이 있고,
P253
*이물감
꼭 연애 상대가 아니더라도 희주는 '일단 만나면 기분좋아 지는 사람이었다. 많은 얘기를 나누고 헤어진 뒤 찝찝한 후회나 반추를 안 하게 만드는 사람. 상대에게 자신이 판별당하거나 수집당했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 사람. 근본은 따뜻하되 태도는 선선한 술친구였다.
P152
@국수가 먹고 싶다/이상국
(전략)
삶의 모서리에 마음을 다치고
(후략)
@시/나태주
마당을 쓸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깨끗해졌습니다
꽃 한 송이 피었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아름다워졌습니다
마음속에 시 하나 싹텄습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밝아졌습니다
나는 지금 그대를 사랑합니다
지구 한 모퉁이가 더욱 깨끗해지고
아름다워졌습니다.
@KTX잡지/201511
계절의 자국
억새와 은사시나무, 이름 모를 들풀에 계절은 흐르며 자국을 남긴다.
억새가 휘청여 바람의 존재를 알았다. 보이지 않는 바람을 보여주려고 머리를 흔들고 허리를 꺾는다.
줄기에 잎맥에, 보송한 솜털에 내려앉은 계절의 입김. 된서리 맞은 들풀이 얼음에 갇혔다.
먹의 농담으로 명암과 공간감을 표현하는 수묵화에 서 빛은 어둠을 통해 드러난다.
"블랙은 단순한 어둠이 아니라 생명과 빛을 머금은 여백의 공간이다. 여백은 결핍이 아니라 생동하는 존재이며 그것이 블랙에 숨 결을 부여한다"
프랑수아 쳉의 문장(그의 책 <공 허와 충만(Le Vide et Le Plein)>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