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쓴다는 것

글을 쓴다는 것

작성자 블라디

평범한 사람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들

글을 쓴다는 것

블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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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r_tulr0bdt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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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쓴다는 것'은 자신의 생각을 문자로 표현하는 것인데, 이게 참 쉬운 일이 아닙니다. 생각 나는 대로 쓰는 것이야 손가락이 힘들 뿐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지만, 그 생각을 어떻게 정리해서, 어떻게 표현해야 잘 전달이 될 수 있을지도 고민을 해야 하고, 문법에도 맞아야 하고, 무엇을 먼저 말하고 무엇을 나중에 말할지, 어떤 기법으로 써야 더 잘 전달이 될 수 있을 지에 대해서도 고민을 해야 하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개인적인 글이나 수필, 칼럼 등과는 또 다르게, 소설, 시나리오 같은 작품을 쓰는 것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힘든 일이겠지요... 스토리를 짜야 하고, 한 명 한 명의 등장인물 구성과 상황들, 시대적 상황까지 고려해서 이야기를 만들어나가야 하는 일은 말 그대로 창작의 '고통'을 겪어야만 가능한 일입니다. 그 기간이 수 개월, 수 년은 걸릴 테니 생각만으로도, 아니 상상조차 하기 힘든 작업입니다.

개인적으로 글을 쓰는 이유는 요즘 핸드폰이라는 요물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고, 심지어 나의 '생각할 능력'까지도 앗아가는 건 아닌지 하는 위기감과 두려움에 '생각'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각종 앱들이 한 시도 눈을 떼지 못하게 하고, 잠시 옆에 놓아두면 또다시 불안감으로 손에 쥐게 만드는 마술을 부리니, 점점 생각하기보다는 핸드폰에 의지하게 되는 것 같아서 입니다. 이렇게 라도 끄적이며 예전에 들었던 생각들을 하나씩 끄적여보고, 또 다음 글을 위해서라도 머리를 쥐어 짜내다보면 그나마 핸드폰에 굴복하지는 않았다 느껴집니다.

 

개인적으로 글을 쓰다보니, 잘 쓰고 못 쓰고의 문제는 중요하지 않지만, 가끔 책을 읽다 너무 멋진 표현이나 생각지 못했던 기법으로 쓰여진 글들을 만나면 가슴이 쿵쾅 뛰기도 하고, 몇 번을 다시 읽으며 그 의미를 곱씹기도 하고, 나는 왜 이렇게 하지 못할까 비교도 하고, 이렇게 잘 써보고 싶다는 부러움을 가지면서 필사를 해 놓기도 합니다.

문학적 능력이 없기에 멋진 비유와 심오한 표현들을 할 수 없다는 걸 충분히 알고 있기에 좌절하지는 않습니다. 하지만, 글을 다양한 방식으로 써 볼 수는 있겠다 생각합니다. 종종 서점을 들러 요즘엔 어떤 책들이 나와 있는지 둘러보는데요. (개인적인 느낌으로) 예전에는 책 표지가 심플한 디자인이 유행이었던거 같은데, 요즘엔 알록달록 컬러풀하고 아기자기한 디자인이 유행인 것 같습니다.

글 쓰는 기법을 고민하던 찰나에, 최근에 서점을 둘러보다 갑자기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출판되어 있는 책 제목들을 활용해서도 한 편의 글을 쓸 수 있겠다'라는 생각.

책 제목이 단어(희망, 허송세월 등), 문구(쓸 수 없는 문장들, 보통의 언어들, 그냥 좀 잘 지냈으면 하는 마음에 등), 문장(누구에게도 상처받을 필요는 없다, 반드시 좋은 날이 올 거야 등)으로 되어 있으니, 쓰고자 하는 주제를 정하고 대략적인 글을 쓴 다음에, 책 제목을 검색하면서 비슷한 문구나 문장이 있다면 출처를 밝히면서 글을 써 보아도 재미있겠다 싶었습니다.


또 하나, 예전부터 생각했던 것인데, 써 보고 싶은 글 쓰기 기법은

그리고, 또, 또한, 또는, 그런데, 그러나, 그렇지만, 그렇더라도, 그럼에도불구하고, 하지만, 그렇다 하더라도, 그래서, 그리하여, 하여, 그러므로, 결국, 따라서, 그렇다면, 그러면, 한편, 왜냐하면, 비록~지만, 만약,

과 같은 접속사를 매 단락의 첫 번째에 위치 시켜 이어가는 글쓰기 입니다. 해 봐야지, 써 봐야지, 뭔가 잘 될 것 같은데 하면서도 아직까지 못쓰고 방법인데... (아무도 기다리지 않겠지만) 언젠가는 써 볼 생각입니다.

 

재미있으면서도 충격적이었던 글쓰기 기법을 소개합니다. 김연수 님의 산문집 '지지 않는다는 말'에는 ‘한 번 더 읽기를 바라며 쓰는 글’이라는 제목의 글이 있습니다. '이제 이 글을 다시 읽어 보면 내가 하는 말이 무슨 뜻인지 알게 되리라'로 시작해 '이 글은 마지막 문장부터 한 문장씩 다시 거꾸로 읽어야만 뜻이 통한다는 걸 먼저 말씀드릴게요'로 끝나는 이 챕터는, 읽다보면 어려운 단어나 문장은 없지만 '글이 좀 난해한데..' 라고 느껴지는 글입니다. 앞에서 처럼 글을 마칠 때 쯤에 그 이유를 알게 됩니다.

이렇게 글을 쓴다는 건, 일단 글을 다 써놓고 다시 끝문장부터 다시 배열을 한다는 것인데, 가장 놀라운 것은 그렇게 배열을 했어도 의미가 전달되었다는 겁니다. 그럴러면 문장들이 서로 어색하지 않도록 엄청난 생각을 하면서 썼다는 것이고, 수 천번의 교정을 했다는 뜻일 겁니다. 하나의 짧은 글이라도 이렇게 힘들게 쓰여지는 글들은 몇 번을 더 읽어보아도 좋을 듯 합니다.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글을 쓴다는 것은 생각을 단순히 문자로 보여주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사람들마다 글을 쓰는 이유는 다를 테고, 누군가에게는 읽혀야 의미가 있기에 어떻게 더 잘 읽힐 수 있도록 할까(기법)를 고민하는 것도 '글을 쓴다' 것에 포함되는 일입니다. 글 쓰는 기법을 계속해서 고민해 보는 것도 재밌는 작업이 될 듯 하네요.

 

    🔮오늘의 행운 메시지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