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심三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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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블라디

평범한 사람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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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r_tulr0bdt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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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주 만에 커피를 마셨습니다. 3주 전 어느 날, 잠을 설친 탓에, 커피 때문이지 않을까 싶어(그 전날 3잔 정도의 아메리카노를 마신 기억이 있습니다) 하루 이틀 정도 마시지 말아야겠다 결심한 게 3주가 지났습니다. 커피 때문이라는 확신은 없었지만 혹시나 해서 커피를 멀리했습니다. 당장 매일 아침 출근해서 마시던 커피를 눈앞에 두고 못 마시게 되었을 때 잠시 흔들리기도 했지만, 이 참에 '나는 커피중독이 아님'을 스스로에게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 잠을 못 잔 여파가 커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커피를 마시지 않았습니다.

예전에 비슷한 일로 하루 정도 커피를 끊은? 적이 몇 번 있었기에, 내일은 마실 수 있다는 위로와 함께 하루는 잘 견딘 것 같습니다. 그리고는 희한하게 그 날 밤 잠을 푹 잘 수 있었습니다. 이렇다 보니 둘째 날에도 한번 더 견뎌볼까 하며 커피를 또 참았는데, 그날은 또 잠을 설쳤습니다. 그렇다면 잠을 설친 이유가 커피 때문은 아니구나 하는 근거 없는 결론과 함께 커피 생각이 간절했지만, 앞에서 말한 것 처럼 '나는 커피중독이 아님'을 그냥 나에게 증명해 보이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3-4일이 지나고, 커피를 마셔야 할 기회가 왔을 땐 코코아 음료를 주문하며 커피의 유혹을 뿌리치면서 3주 라는 시간을 견뎠습니다. 이 정도면 '나는 커피 중독은 아님'을, 절제할 수 있는 사람임을 스스로에게 증명했다는 자부심이 드는 순간, 갑자기 커피가 마시고 싶어졌습니다. 그렇게 '작심三주' 를 보내고 마시고 싶어진 커피는 '에스프레소' 였습니다. 항상 아메리카노만 마셨는데, 3주 만에 마시고 싶어진 커피가 에스프레소 여서 스스로도 희한하다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마도 3주 동안 느끼지 못한 커피의 쓴맛과 카페인을 강하게 느껴보고 싶었나 봅니다.

이탈리아에서의 에스프레소가 기억이 났습니다. 이탈리아 사람들은 하루에 세 잔의 에스프레소는 기본이라는 정보를 얻은 것은 이탈리아 여행을 준비하면서였습니다. 이탈리아 교도소에서는 커피가 제공되지 않으면 폭동이 일어날 정도라는 믿지 못할 이야기도 들었습니다. 1잔에 1유로(1,300원). 여행 첫째 날 하루 세 잔을 성공했습니다. 하지만 다음 날 부터는 두 잔도 힘들었습니다. 카페인 때문보다는 쓴 커피가 지나가는 식도가 너무 너무 아팠습니다..^^;; 그렇게 에스프레소는 자연스레 포기를 했고, 한국에 와서도 한, 두 잔 마신 게 전부였습니다. 그럼에도 3주 만에 생각난 커피는 에스프레소. 결국 한 잔을 마셨습니다.

커피를 잘 모릅니다. 습관적으로 매일 커피를 내려 마시지만, 어떤 커피가 맛있고 어떻게 내려야 더 맛있는지 크게 상관하지 않고, 오로지 커피의 (여름에 차갑게, 겨울에 따뜻하게 느낄 수 있는) 그 쓴맛이 주는 자극을 습관처럼 원했기에 커피를 마신 것 같습니다. 그 자극을 대체할 만한 것을 찾아보기도 했지만 결국은 커피로 돌아오더군요. 커피에 대한 이런저런 순기능과 역기능이 있지만, 커피를 끊으니(줄이니) 잠도 잘 자고 몸도 가벼워진 점은 부인할 수 없습니다.

3주 만에 만난 에스프레소는 아주 적은 양이었지만, 그 쓴 맛이 준, 인상 쓰게 만드는 그 자극이 잠깐이었지만, 몸의 긴장을 풀어준 것을 느꼈습니다. 기분이 참 좋았습니다. 이 한 잔을 마시기 까지의 기대와 설렘이 위로받는 느낌이었습니다. 문득 '커피는 분위기로 마신다'는 말이 떠 올랐습니다.

이제 일주일에 에스프레소 한 잔 정도 마시려고 합니다. 깊은 잠과 가벼운 몸을 위해, 그리고 일주일이면 마실 수 있다는 희망을 매 번 느끼기 위해 아메리카노 보다는 쓰디 쓴 에스프레소 한 잔을.

'작심三주'를 통해 얻은 커피 한 잔의 교훈.

'작은 것 하나가 가져다주는 행복의 소중함'을 다시금 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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