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좀 천천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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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블라디

평범한 사람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들

오늘은 좀 천천히

블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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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r_tulr0bdt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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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이 좀 빠른 편입니다. 혼자 걸을 땐 모르겠는데, 누군가와 함께 걷거나 지하철 환승할 때 보면 언제나 다른 사람을 앞질러 가더라구요. 서두를 일도 없는데 그냥 걸음이 빠른듯 합니다. 천천히 걸어보자 천천히 걸어보자 하지만 어느새 또 누군가를 앞지르고 있고, 앞 사람이 천천히 가면 인상이 찌푸려지기도 합니다. '오늘은 좀 천천히 걷자' 다짐을 하고 나서지만, 언제 그랬냐는 듯 발걸음은 또 빨라져 있네요.

'느리게 걷기'와 관련된 책들이 한 때 유행했고, 청산도 같은 곳에서 느리게 산책하기가 유행이기도 했었고... 아마 지금도 어딘가에선 느리게 걷는 프래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것도 같습니다. 천천히 걷기와 걷기, 빠른 걸음으로 걷기, 천천히 달리기와 달리기, 전속력으로 달리기, 자전거 타기 등등 각각에서 느껴지는 것들, 느낄 수 있는 것들은 모두가 다르겠지요.

자전거를 타고 가다 보면 놓치는것을 달리다가 볼 수도 있고,

달리다 보면 놓치는 것을 걷다가 만날 수도 있고,

걷다 보면 느낄 수 없는 것을 천천히 걷다 느낄 수도 있을테니깐요.

참 바쁘게 돌아가는 요즘입니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 기술 하나가 개발되어 있고, 생각지도 물품들이 우리 주변에 있고,,, 변화의 흐름에 조금이라도 맞닿아있지 않으면 순식간에 뒤쳐지는 요즘... 변하는 속도에 따라가기가 벅찬 건 저만일까요.

익숙해진 빠른 걸음도 천천히 걸을 때 느끼지 못하는 걸 알아낼 수도 있으니 나쁘거나 틀린 건 아니겠지요. 그래도, '오늘은 좀 천천히' 가 보면 좋겠습니다. 천천히 걸을 때 알 수 있는 걸 가끔은 느껴도 괜찮으니깐요. 변해가는 사회가 벅차더라도 큰 문제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냥 조금 늦게 알아가고 편승할 뿐이니깐요.

영월에서 만난 달팽이가 열심히 달려?가고 있었어요. 하지만, 너무 느렸어요. 옮겨주고 싶었고 밀어주고 싶었는데 그건 달팽이의 삶이 아닌 듯 했습니다. 그래서 그냥 지켜만 보았습니다. 결국은 잔디밭으로 들어가더라고요.

빨리 걷는 것처럼 보여도, 느리게 걷는 것처럼 보여도 아무 문제 되지 않습니다. 가끔 한번 씩 '오늘은 좀 천천히', '오늘은 좀 빨리' 가보는 여유를 가져보는 것도 좋겠어요.

영월의 '에코빌리지'에서 만난 달팽이입니다. 넓은 마당에서 꼬물꼬물, 최선을 다해, 빠르게(우리가 보기엔 아주 천천히) 어디론가 달려?가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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