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마을호를 타니 여행하는 것 같다
작성자 블라디
평범한 사람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들
새마을호를 타니 여행하는 것 같다
봄이 오는 듯 합니다. 기온은 15도까지 오르지만, 바람이 아직은 찹니다. 다음 주에는 다시 영하의 날씨가 찾아온다는 예보도 있는 걸 보면, 아직까지는 '이른 봄'이 어울리는 계절이네요. 하지만, 오후에 내리는 봄볕은 따스하기만 합니다. 본격적으로 봄이 시작되면 미세먼지도 더 심해지겠지요...
계절이 계절이니 만큼, 봄의 기운은 우릴 들뜨게 하는 건 부정할 수 없네요. 따스한 기운과 봄 꽃들의 향연은 더욱 우릴 유혹할 텐데 큰 일입니다. 이런 걸 누리지 못하고, 사무실에서 교실에서 모니터와 책을 봐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합니다. 봄이 완연해지면... 글쎄요.. 무작정 휴가를 내고 가까운 공원이나 길거리로 뛰어드는 일탈을 벌일 지도요..
봄 꽃을 만끽하기 위해 남쪽으로, 봄 바다의 상쾌함을 느끼기 위해 동쪽으로, 봄 밤의 석양을 즐기기 위해 서쪽으로 여행을 떠날 수도 있겠다 싶습니다. 봄이 오듯, 흥분된 마음을 안고 여행을 떠날 날도 점점 다가오고 있는 듯 하네요.
오랜 만에 새마을호를 타고 3시간을 달렸습니다. ktx가 서지 않는 지역을 가야 했기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ktx를 타고 빠르게 이동 후에 환승이 가능한 역에 내려 잠깐의 기다림 후에 무궁화호나 새마을호로 갈아타면 2시간도 가능했지만, 급할 것도 없었고 환승의 번거로움도 이번에는 싫었기에 새마을호를 선택했습니다.
근래에 여러분은 무궁화호나 새마을호로 장거리를 가 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이상하게도, 새마을호를 타니 여행하는 것 같았습니다. ktx보다 4-5배는 자주 정차하고, 2배는 더 걸리는 새마을호가 이번 여정을 통해 편안해진 건 왜일까요? 오랜만에 '여행을 한다'는 느낌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물론 급한 일이 아니었기에 느낄 수 있었던 것이 사실입니다. 매번 업무로, 또는 여행으로 시간을 아끼기 위해 이용했던 ktx는 여행이라기 보다는 나를 목적지로 빨리 데려다 주는 수단으로만 느껴졌는데, 새마을호는 그 느낌이 좀 달랐습니다. 이런 게 여행일 수도 있겠다 싶었습니다.
자주 정차하는 역마다 내리고 타는 사람들, 오래된 역사들, 새마을호를 앞지르는 ktx들, 펼쳐지는 풍경들(ktx 선로는 새로 지어진 철로와 역인데다, 선로벽도 많고 터널도 많고, 속도도 빨라 펼쳐지는 창밖의 환경을 눈에 오래 담기에는 힘듭니다), 새마을호의 생각보다 편안한 좌석과 넓은 공간 등등... ktx에서 느끼지 못한 것들을 느낄 수가 있었습니다.
효율의 반대말은 '낭만'이라고 하던데.. 낭만이 모두 비효율적인 것은 아니지만, 효율성을 따진다면 낭만은 접어두어야 할 것은 맞는 듯도 합니다. 새마을호를 탄 3시간 동안 낭만까지는 아니지만, 여유와 재미가 있었습니다. 비용은 아끼고 시간은 더 썼지만, 여유가 있다면 여행을 떠나신다면 새마을호나 무궁화호도 한번 타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
ktx는 빠른 만큼 풍경도 빨리 스쳐 지나가니깐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