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각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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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블라디

평범한 사람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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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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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r_tulr0bdt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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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 주가 벌써 입춘(立春)입니다. 겨울이 물러나야할 시간이 다가옵니다. 겨울이 심술을 부리는지 구정연휴가 낀 이번주에 강추위와 강한 바람을 동반한 많은 눈(특히 충청, 전라,제주 지역)을 뿌렸습니다. 그래서인지 고향을 찾는 많는 차량들의 추돌사고 소식이 계속 들려오네요. 행복해야할 명절을 겨울 심술이 다 망쳐놓았습니다.

그 분들껜 죄송하지만, 심술궂은 날씨가 기차를 이용한 저에게는 낭만?을 선물해 주었습니다.^^; 비록 기차가 서행하고 연착이 반복되고 있지만, 기차 창문 너머로 보이는 하얀 눈 쌓인 설경과 강한 바람에 흩날리는 눈보라, 이 풍경을 바라보며 마시는 텀블러에 담른 따뜻한 커피 한 모금, 도착지에서 반겨주는 콧김 가득 뿜게 만드는 영하의 차가운 공기(기차안에서 쓰고 있는 지금도 많은 눈이 내려 서행과 정차를 반복하네요..)는 새로울 것 없지만 특별한 선물이었습니다.

저는 ‘겨울냄새’가 좋습니다. 최근에 ‘냄새는 강력한 기억의 환기장치‘라는 글을 보았는데요. ’후각기억’이라는 말이 있는지 모르겠지만 평소 느꼈던 냄새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주는 글귀였습니다.

어떤 냄새를 맡으면, 가령 맛있는 냄새, 다락방이나 지하에서 느껴지는 오래된 곰팡이 냄새, 향수나 비누냄새, 가족과 연인과 함께 함 여행에서 만난 꽃 향기, 담배에 쩔은 옷에서 나는 냄새, 상쾌한 공기 반면에 미세먼지 가득한 공기 냄새 같은 것을 만나면 생각나는 장소나 사람, 어떤 장면이나 어떤 상황들이 떠 오르게 되는데요.(좋은 기억도 아픈 기억도)

저에게 겨울냄새는 영하의 차가운 공기를 들이마시면 콧속과 폐부를 깨끗이 씻어주는 듯한 느낌을 주는 , 어두운 새벽의 출근길에 느끼는 차가운 공기의 냄새인데요, (식상하지만 남성들이 대부분 그럴지도 모를) 군대에서 훈련받을때의 기억을 떠오르게 하는 환기장치입니다. 좋은 기어도 나쁜 기억도 아닌 아련한 추억으로 이끌곤 합니다.

각 계절마다 느끼는 개인들만의 감정과 감각들이 있는 듯 하고, 또 모두 다를 듯 한데요. 저는 겨울에 머물러있다 봄이 오는 냄새와 여름을 즐기다가도 8월말이 되면 가을이 오는 냄새가 문득 느껴지기도 하는데, 희한하게도 겨울이 오는 냄새와 여름이 오는 냄새는 느껴지지 않습니다(과학적 근거는 없고 순전히 경험적 근거). 겨울과 여름냄새는 최고의 절정에 이르렀을때 그러니깐 영하의 날씨와 35도 이상의 폭염의 날씨에 오히려 더 잘 느껴집니다.

봄냄새는 초등학교 시절 학교 가는 골목길의 따스했던 그 봄기운이 느껴졌던 한 장면이 떠오르게 합니다. 이제 곧 봄이 오겠지요. 몇 번의 추위가 더 있을지 모를 일이지만, 그 때마다 느껴지는 냄새로 좋은 기억들 떠올리면 좋겠습니다. 그런게 없다면, 이 참에 후각기억 한번 만들어 보시는 건 어떨까요? 만들겠다고 애써도 안될듯 하지만요..^^;;

한 장면, 어떤 상황이 과거의 경험을 떠올리는 데자뷰 처럼, 냄새는 추억을 끄집어 내는 집게 같은 것일 수도 있겠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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