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에서 용이 나도 될까?

개천에서 용이 나도 될까?

작성자 블라디

평범한 사람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들

개천에서 용이 나도 될까?

블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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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r_tulr0bdt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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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천에서 용이 난다'는 것은 당연히 불가능한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속담이 됐다는 것은 가능했었기에 그랬겠죠? 하지만, 만약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그 용은 돌연변이이지 않을까 싶어요. 돌연변이는 유전자에 새로운 형질이 나타나 생기는 것입니다. 돌연변이 용이 과연 일반적인 용(?)의 세상에서 조화롭게 살아갈 수 있을까 의문이 듭니다. 아니 조금이라도 그들과 어울려 함께 살아갈 수 있을까요? 적자생존의 세계에서.. 아마도 그들(일반적인 용)은 낙인 찍어 놓을겁니다.

‘쟤는 개천에서 나온 용이야.’

뒤늦게 ‘설국열차’를 보았습니다. 폭력물, 영웅물인줄로만 알았는데 잔인하긴 했지만 꼭 그런 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생각거리를 던져준 영화더군요. 앞 부분에도 그런 이야기가 나오지만 후반부에서 주인공이 타도 대상(윌포드)과 마주 맞아 나누던 대화에서 영화가 이야기 하고자 하는 바가 분명해 진 듯 했습니다.

누구나 미리 정해진 자리가 있고, 모두가 그 자리를 지키는 세상. 아니 지켜야만 평화로워 지는 세상. 개천에서 용이나면 그 평화를 깨는게 아닐지.

오랜만에 소설을 읽고 싶어 검색하다가 백수린의 ‘여름의 빌라’를 접하게 됐습니다. 의도했던 것도 아니고, 내용을 알고 집어 든 것도 아닌데, 이 소설 역시 위의 내용과 비슷한 뉘앙스를 풍기는 소설이었습니다. 주인공 부부는 예전에 배낭 여행을 가서 만난 독일인 부부와 함께 캄보디아를 여행하는 이야기를 편지 형식으로 쓰고 있었습니다. 그 중에 톤레샵 호수의 수상가옥 마을을 방문했을 때의 일을 여행 마지막 날 술을 마시며 이야기하는 장면이 나옵니다.

요즘 들어 학벌, 학연에 대해 자꾸 생각하게 됩니다. 외국 대학의 학위를 가진 자들, 소위 말하는 국내의 명문대를 나온 자들의 학연과 그들의 카르텔. 자기들 외에는 모두가 가르쳐야 할 대상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같은 일을 하더라도 출신대학이 외국이고, 명문대 출신이면 뭔가 대단한 듯 언론에서 떠들어주는 세상.

이번 정권 들어 '카르텔'이라는 말이 자주 등장했는데, 요즘 벌어지는 현상들도 그들만의 카르텔을 지키기 위해 애쓰는 모습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네요.

개천에서 용이 나와도 그 용은 그냥 돌연변이 용 일뿐입니다. 그들의 세상에서는 용으로 받아주지 않으니깐요. 용의 세상에서는 아마 ‘용이 되어 용의 세상에 들어올 것이 아니라 개천에서 물놀이나 하면서, 거기에 만족하면서 살았어야 할 그냥 조금 특별한 물고기 한 마리’로 살았어야 했다고, ‘왜 넘을 수 없는 벽을 넘었냐’고 나무라는 듯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용이 될 능력도 없거니와 용이 될 맘도 없기에 자격지심으로 비춰지지 않을까도 싶지만,

이렇게 살아야 평화로움을 유지할 수 있는 걸까요? 정말로 각자의 정해진 자리에서 그 역할대로만 만족하고 살면 그 곳이 천국일까요? 용이 되면 안 되는 걸까요? 그들만의 세상에서 나의 자리에서 묵묵히 그들이 가르치는 대로, 가리키는 대로 살아가야만 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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