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에 해보면 좋을 것들

가을에 해보면 좋을 것들

작성자 블라디

평범한 사람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들

가을에 해보면 좋을 것들

블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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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r_tulr0bdtr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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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높아지는 하늘만큼,

점점 더 넓어지는 시야,

점점 더 깊어지는 생각을 경험케 하는 가을입니다.

작년도 올해도, 알록달록 단풍의 시기가 점점 늦어지고 있는 듯 한데요. 11월이 코앞인데 아직까지 노란 단풍잎도, 울긋불긋한 단풍나무의 단풍도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초록잎들이 낙엽이 되어 길가에 떨어져 있는 모습이 낯설기도 하지만, 누런 낙엽, 초록 낙엽이 새롭기도 합니다.

단풍은 '나무 안에 든 물이 낮은 기온에 얼지 않도록 미리 덜어내는 과정에서 초록빛 엽록소가 비활성화되면서 잎 안에 든 다른 빛깔들이 겉으로 선명하게 드러나는 겨울 채비의 준비 단계'라고 하네요. 여름이 길었던 만큼 가을이 짧아져 곧 겨울이 올듯 한데요. 나무가 살기 위해선 몸 안에 든 물을 어떻게든 빨리 덜어내야 하는 데, 가장 빠른 방법이 잎을 떨구는 것이랍니다. 즉 알록달록 '단풍'의 과정보다 '낙엽'의 방법을 써야 한다는 거라네요. 그래서 요즘 '초록 낙엽'을 더 자주 보게 된다고 합니다. 우리가 느꼈던 왠지 여름은 길어졌고, 가을은 짧아졌다는 느낌, 단풍을 볼 수 있는 시기가 점점 늦어진다는 느낌, '초록 낙엽'이 더 흔해졌다는 느낌은 느낌이 아니라 사실이고, 그 사실은 기후변화때문에 발생하고 있다는 것도 주지의 사실입니다.

모두가 그렇겠지만, 가을엔 생각이 깊어집니다. 이번 가을에도 여러 생각들을 했지만 이번엔 '가을에 해 보면 좋을 것들'이 떠 올랐습니다. 부담없이 할 수 있는 가을 즐기기...

& 그네타기

초등학생 딸이 요즘들어 다시 그네를 타고 있습니다. 도서관 근처에도 놀이터가 있는데, 굳이 오르막을 올라야 하는 놀이터를 며칠째 가고 있습니다. 거기에 그네가 있거든요. 그네가 재밌다고 합니다. 엄청나게 높히 올랐다고 자랑까지 하더라고요. 어렸을 적에는 올라가보지 못한 높이까지 혼자의 힘으로 올라가서 일까요, 올라갔다 내려올때의 그 기분이 좋아서일까요... 지금보다 더 어릴적 딸아이는 혼자 타지도 못했고 조금만 세게 밀어도 무섭다 울었었는데... 자랑하던 때의 얼굴이 참 행복해보였습니다.

좀 멀리 벤치에서 딸아이를 기다리며 지켜보는데, 중학생으로 보이는 소녀들이 지나갔습니다. 집으로 갈 줄 알았는데 그 소녀들의 목적지는 그네였습니다. 둘이 그네를 타며 마주보고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을 보고 자리를 떴는데요.. 문득 '그네'가 가을에 참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앞으로 갔다 뒤로갔다 하는 단순한 놀이이지만 가을의 공기를 만끽하기에는 최고가 아닐까 싶었습니다. 가끔 공원을 지나다보면 연인들도 그네에 앉아 서로를 밀어주며, 또는 서로를 마주보며 대화를 나누는 모습을 볼 수 있었는데 '그네'라는 단순한 놀이기구 하나가 행복을 가져다 줄 수도, 가을을 만끽하게 해 줄수도 있겠구나 싶습니다. 좀 더 나이 지긋한 분들에겐 추억의 놀이기구가 될 수도 있겠네요.

& 누워서 구름보기

가을 뿐 아니라 가끔 하늘을 보다 발견하는 구름이 예뻐 자연스레 사진을 찍는 것, 그리고 핸드폰 사진첩에 하늘과 구름 사진은 기본으로 가지고 있는 것. 저만 그런 게 아니겠지요.

지인의 추천으로 구름 관련 책을 구입했습니다. '구름감상협회'라는 단체가 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사실도 놀랐지만, 구름이 이렇게나 과학적으로 복합적인 현상이라는 점은 단순히 '가을의 예쁜 구름'을 좋아했던 저에게는 엄청난 신비로움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구름도 9가지 종으로 분류되고 높이에 따라 그 안에서 다양한 모양의 구름으로 나뉘어 진다는 사실, 머리카락 굵기의 천분의 일 크기의 물방울이 모여 만들어 지는 구름(뭉게그룸 하나)의 무게가 코끼리 한 마리의 무게정도 된다는 사실, 이런 무게의 구름이 떨어지지 않고 떠 있다는 사실, 구름이 하얀색 또는 회색 또는 검정색으로 보이는 것은 빛의 반사 때문이라는 사실 등등... 그냥 예쁘기만 했던 구름에는 엄청난 신비로움들이 숨어있었습니다.

하늘이 높아지는 가을, 좀더 하늘색을 띄는 가을에 만나는 구름은 다른 계절 때 보다 더 예쁘게 보입니다. 가을에 서서 고개들고 보기는 힘드니 누워서 구름보는 재미도 쏠쏠합니다.

& 천천히 걷기

러닝이 유행하는 요즘. 바쁘게 하루하루를 보내야 살아남을 수 있는 요즘.

'천천히 걷기'가 말이 될까 싶지만, 가을을 만끽하기에 더 좋은 방법이 있을까 싶네요. 며칠전 동네 뒷산을 오르는데, 체력이 안 돼 천천히 오르다보니, 초록 단풍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작년 이맘때쯤에는 땅에 떨어진 낙엽들을 사진으로 찍어 sns에 올렸던 것 같은데 하며 생각이 깊어지더라구요..

때론 빨리 걷기도 하고, 따릉이를 타기도 하고, 드라이브를 즐기기도 하지만, 천천히 걸으며 숨도 크게 쉬어보고, 낙엽도 밟아보고, 벤치에 앉아 지나가는 연인도 보고, 반려견과 함께하는 동네 어르신도 보고, 바람에 흔들리는 단풍잎도 보고... 쉽게 놓쳐버릴 수 있는 것들을 다시 한번 천천히 걸으며 바라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코로 가을 공기 깊히 한번 들이마시면 말이죠.. 가을의 냄새가 납니다.

& 야간산책

가을 밤의 풍경은 또 다릅니다. 낮에 만날 수 있는 높고 파란 하늘과 예쁜 구름들, 단풍들이 조명 불빛을 받으면 또 달리 보이기도 합니다. 가을밤의 가을공기도 그렇구요. 동네에 나즈막한 뒷산이 있어 잠시 짬을 내면 언제든 다녀올 수 있기에 야간 산책이 어렵진 않습니다. 주변에 산이 없다면, 조금은 조용한 동네골목, 집집마다의 모습이 보여주는 골목의 풍경, 아파트라면 듬성듬성 켜져 있고 꺼져있는 아파트의 풍경도 괜찮은 것 같아요. 때로는 도로가로 재빠르게 달리는 자동차의 모습도, 길가에 서 있는 가로수의 모습도 가을 야간 산책에서 만날 수 있는 멋진 풍경 아닐까 싶네요. 차분해지는 가을밤.

& 가을볕쬐기

볕쬐기는 여름말고는 모두 좋은 듯 합니다. 하지만 그 중에서도 가을볕은 최고가 아닐까 싶네요. 바깥 공기는 좀 차지만,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가을볕은 바깥의 차가움을 보상해주는 따스함을 느낄 수 있게 해 주니 말이죠. 아무것도 필요치 않습니다. 가을볕이 드는 창문가에 드러눕거나 앉아있으면 됩니다. 따스한 볕이 내 몸을 비추어주니 말입니다. 바깥이 그리 차지 않다면 볕 잘 드는 곳에 자리잡아도 좋습니다. 이럴때 가장 필요한 것이 뭉게 구름입니다. 가을볕은 무지 뜨겁거든요...

금지사항인 핸드폰 들지 않기 하나만 지킨다면 금상첨화입니다.

& 안 가본 길로 가보기

퇴근할때 매일 다니는 그 길 말고 안 가봤던 길로 가 보는건 어때요? 저도 가끔 퇴근길에 굳이 뒷산을 지나 올때가 있습니다. 시간의 여유, 마음의 여유.. 조금 더 돌아가니 하루를 정리할 수도 있고, 평소 몰랐던 동네 풍경도, 때론 우리 동네인가 싶은 낯섬까지도 느껴볼 수 있습니다. 지친 몸을 이끌고 굳이 안 가본 길을 갈 이유가 뭐냐 물으신다면,,, 그래도 가을이니깐요..

여름은 점점 길어지고 겨울은 점점 짧아진다고 합니다. 그 사이에 낀 가을도 짧아지고 있습니다. 나무도 겨울을 준비하기 위해 낙엽을 떨구듯, 우리도 겨울을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합니다. 짧아져 가는 가을을 (부담없이) 온전히 느끼며 겨울을 맞이해 보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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