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남은자들/홍파랑/2022

살아남은자들/홍파랑/2022

작성자 블라디

평범한 사람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들

살아남은자들/홍파랑/2022

블라디
블라디
@user_tulr0bdtrv
읽음 443
이 뉴니커를 응원하고 싶다면?
앱에서 응원 카드 보내기

'살아남은 자들의 슬픔'이라는 나의 생각을 쓰면서 '살아남은 자(들)'류의 책은 없을까 궁금해서 검색을 했더니 그나마 최근 나온 '살아남은자들'이라는 소설과 1990년대 초에 나온 박일문 작가의 '살아남은자의 슬픔'이라는 소설(이 소설을 각색해 만든 드라마도 있음), 독일 시인 브레히트가 쓴 시들의 묶음집 '살아남은자의 슬픔'이라는 시집이 있었습니다. 박일문 작가의 글은 도서관에서도 찾기가 어려워서 포기했고, 브레히트의 시집은 빌려서 며칠을 들고 다니면 시도해보았지만, 독일시를 번역한 탓도 있고 그 시대상을 잘 모르기에 이해하기가 너무 힘들어 몇 장을 뒤적거리다 포기했습니다.

​다행히 홍파랑 작가의 '살아남은자들'이라는 소설은 '쉽고 어렵게'(?) 읽어나갈 수 있어서 이틀 만에 읽을 수 있었는데요. 뭔가 좀 기대했던(?) 내용은 아니었지만 빠르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이 책의 설명을 검색창에서 좀 빌려오자면,​

-------------------------------------------------------------

서울특별시 마포구 성미산에서 한국인과 베트남인 부모 아래 지극히 평범하게 살아오던 엔리는 온난화에 의해 물에 잠긴 대한민국이라는 디스토피아와 만난다. 부모는 엔리의 눈앞에서 자유청년단의 손에 즉결 처형당했다. 그 전까지 지극히 평범했던 한 인간의 생존은 이제 사치이자 주장하기 어려운 권리가 되어 버렸다.

학살되기 전 엄마가 만들어 준 마지막 요리의 향신료 냄새, 함께 도망치던 동료가 깊은 물속에서 건져 올린 체리 사탕 통에서 풍긴 냄새. 사회적 다양성에 대한 날카로운 조망이 돋보이는 가운데 마지막 순간 내가 무슨 향을 맡는지 한차례 큰 숨을 쉬게 하는 ‘우리’의 ‘오늘’을 향한 간절하고도 진실한 스토리텔링.​

| 2022 신진 스토리 작가 육성 지원 사업 선정작

-----------------------------------------------------------------

​'안전가옥'이라는 출판사의 지원 사업에 참여한 작가 중 한 명인 홍파랑 작가가 쓴 소설이었습니다. 현재 내가 살고 있는 동네와 성미산, 홍제천, 안산, 서대문형무소, 청와대 등등 내가 알고 있고 가 봤던 곳들이 무대였기에 그 곳을 생생하게 상상할 수 있었기에 '쉽게' 읽혔지만, 땅이 물이 잠기고 심지어 성미산이 거의 잠길 정도의 미래의 모습 속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이야기였기에 '어렵게' 읽혔던 책이었습니다. 작가의 상상력이 현실적이면서도 도래하지 않길 바라는 세상이었습니다. 환경 파괴로 인한 미래의 모습이었지만, 현재도 나타나고 있는 권력자들과 소수의 부르주아들의 세상이었고, 이 현실이 험악한 미래의 세상에 더욱 끔찍하게 실현되고 강화되는 모습을 만날 수 있어 마음이 무겁기 까지 했습니다. 그런 미래에서 살아남은 '엔리'는 내가 아닌지, 우리 가족의 모습은 아닌지, 역시나 '살아남은자들의 슬픔'은 어쩔 수 없는 것인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 소설을 읽다보니, 예전에 읽었던 소설이 하나 생각났습니다. 그 유명한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쓴 단편소설인데요. '파라다이스'(파라다이스1/베르나르 베르베르/2010)라는 제목의 단편소설 묶음집에 나오는 '환경파괴범은 모두 교수형' 이라는 소설입니다.

​이 소설 또한 환경이 파괴된(현재의 모습이 아닌) 미래를 배경으로 쓰여진 소설입니다. 소설의 스토리는 기억나지 않지만, 기억에 남은 미래의 상황들이 뇌리에 꽂혀 있습니다. 그리고, 읽으며 옮겨 적었던 글들을 보자면,,,

-------------------------------------------------------------------

그러니까 멀쩡하게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도 여전히 환경을 오염시킬 만큼 정신 못 차린 사람들이 아직도 있다는 말이지.. 아무 생각없는 가련한 자들, 도대체 시간이 얼마나 지나야 제대로 알 수 있으려나?

​나는 조용히 차를 몰나 뉴욕 맨해튼의 5번가를 지났다. 교수형당한 이들이 <환경 파괴범> 이라는 팻말을 간채 나무들 여기저기에 매달린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처형당한 사람들은 생태계의 순환속으로 되돌아갔다. 그대 고기였으니, 고기로 돌아갈지어다.

---------------------------------------------------------------

이 책에 대한 소개도 검색창에서 좀 가지고 오자면,,

------------------------------------------------------------

작품 속 지구는 환경오염으로 인한 극심한 재난을 겪는다. 북극 상공 오존층에 구멍이 뚫려 피부암 발병이 증가하고, 북극 얼음이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면서 쓰나미가 발생한다. 그 결과, 해안 지역에서는 수백만 명이 사명하고, 일본 등 일부 지역은 해일에 삼켜지면서 사망자는 수천만에 이른다. 충격받은 인류는 UN사무총장으로 미국 생태주의 정당의 정치가를 선출한다. 그는 ‘이제 더 이상의 오염은 불가’라는 법령과 함께 ‘오염방지법’을 공포한다.

​이 법은△자동차 운전 금지 △흡연금지 △석유 동력 모터 사용 금지 △가스 배출 공장 가동 금지 △연기를 내뿜는 것은 무엇이든 사용 금지 △전기 사용 금지 △붉은 고기 섭취 금지를 내용으로 한다. 오염방지법을 어긴 범법자, ‘환경파괴범’은 교수형에 처해진다.

이에 따라 기업들은 기존의 공산품과 외형은 같으나 ‘반환경적이지 않게’ 생산하고 작동하는 제품을 개발한다. 자동차에는 나무를 만든 페달과 체인 변속장치가 들어간다. 식품 공장에서는 식물성 단백질 상품을 생산한다. 일상도 달라졌다. 엘리베이터는 운동선수들이 수동으로 도르래를 돌리고, 커피는 태양광 집광판에 달린 오목거울로 데운다. SNS나 소포는 새가 운반한다.

선풍기는 기계 안에 실린 다람쥐에게 해바라기를 주고 날개와 연결된 쳇바퀴를 돌리게 한다. 턴테이블은 쥐에게 치즈를 줘서 구동하고, 손목시계는 해시계로 대체됐다. 헬륨풍선 날개가 달린 비행기의 승객들은 비행시간 내내 좌석 앞에 달린 페달을 밟아 나선형 프로펠러를 움직여야 한다. 스튜어디스들은 에너지바와 음료를 지급하고 근육연고를 발라준다. 또, 교외 지역 주민들을 위한 교통수단으로 투석기가 실증연구를 거치고 있다.

--------------------------------------------------------------

전기 사용은 금지되고, 비행기는 페달을 밟아야 하고 승무원들은 승객들에게 힘내라고 에너지바를 제공하고, 석유를 이용한 오토바이를 타는 자들을 말을 탄 경찰들이 잡으러 다니는 세상...

​이런 시대가 홍파랑의 '살아남은자들'의 배경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환경파괴범은 모두 교수형'에 처해지는 그런 시대를 '살아남은자들'은 과연 기쁠까요?

'파라다이스'에 수록된 또 하나의 단편소설 '사라진 문명'에는 이런 내용도 있었습니다.

-----------------------------------------------------------

고도의 발전을 이루었음에도 <자손의 숫자는 남아있는 환경 에너지에 맞추어 자동으로 조정된다>는 기본 법칙을 그들은 몰랐던 것 같다. 이처럼 그들은 수많은 원시 종들이 성공한 그것, 즉 인구 증가를 통제하는 일에 실패했던 것이다. 그러니 그들의 먹이가 되고 삶의 터전이 되는 자연과의 균형이 아슬아슬해질 수 밖에. ​

그들은 남은 식량을 고갈시키고 환경을 파괴할대로 파괴한 다음, 결국 서로가 서로를 죽이게 되었던 것이다.​

온갖 지혜를 동원한 전쟁의 결과는 무참한 파괴였다. 갈등 초기 몇년 동안에 이미 그들은 마치 자살의 광기에 휩쌓인 듯 숲을 불태우고 경작지와 목축지를 불살라 버렸다. 그들은 의도적으로 공기와 물을 유독물질로 오염시켰다. 그렇게 하면 끔찍한 적들을 무찌를 수 있다고 믿었다. 그 <적들>이란... 바로 자기 형제들이었는데 말이다.

p112

------------------------------------------------------------

더욱 머나먼 미래, '인간'이라는 종족과 함께 인간이 누렸던 문명마저 사라진 미래에 인간이 아닌 (개가 될 수도, 고양이가 될 수도, 외계인이 될 수도 있는) '또 다른 어떤 종족'이 인간에 대해 평가하는 소설입니다. 위의 문장들도 인간의 무지함을, 잔인함을 보여주는 문장들인 듯 하구요.

결국, 인간의 무지함과 잔인함, 욕심에 의해 환경은 파괴되고, 파괴된 환경 속에서도 더 환경을 파괴하는 자들을 교수형에 처해버리는 미래, 그 파괴된 환경 속에서 계층은 나눠지고(권력과 부를 가진 자들과 그렇지 못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는 자들), 결국은 권력과 부를 가진자 들 (살아남은자들)도 ''가 살기 위해 공기와 물을 유독 물질로 오염시켜 결국은 ''까지도 죽이는(인간의 문명을 사라지게 만드는) 우리 인간들의 모습이 이 세 소설을 통해 알 수 있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비극적인 '살아남은자들의 슬픔'이 아니라,

희망적인 '살아가는자들의 기쁨'을 상상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시리즈33개의 아티클

평범한 사람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