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심
작성자 블라디
평범한 사람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들
욕심
욕심.
사전적 의미로 보니 ‘정도에 지나치게 탐내거나 누리고자 하는 마음’이라고 되어 있긴 하지만, 지나침의 정도에 따라 욕심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닐 것 같습니다. 누군가가 가진 것을 부러워하며 나도 가지고 싶다는 마음을 품는 정도라면 괜찮치 않을까요? 마음에 품는 정도를 떠나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그것을 가진다면 문제가 되겠지만요.
ktx를 타면 잡지가 한 권씩 꽂혀 있습니다. 숨은 명소와 유명 맛집 등 국내 곳곳을 소개하는 월간 여행잡지인데요. 사진도 그렇고 여행작가님들의 글이 때론 저의 눈을 쉬이 떼지 못하게 합니다. 이번 연휴에도 ktx를 탈 일이 있어 잡지를 집어 들었습니다. 주로 사진 위주로만 봐 왔었는데, 이번에는 글에도 눈길이 갔습니다. 여행작가님들의 각 여행지를 소개하며 시작하는 첫 문장들, 사진을 소개하는 문단의 첫 문장들이 저의 눈길을 잡아당겼습니다.
이런 문장들입니다.
‘꽁꽁 언 강위에 하얗게 눈이 내리자 자유분방하게 사방으로 난 얼음 균열이 더욱 선명하다. 마치 하얀 도화지 위에 그린 추상화 같다’
‘바람이 차갑게 군다. 한겨울이라는 단어 속으로 들어온 기분이다.’
‘코끝은 시려도 마당에 떨어지는 햇살의 빛깔은 따스하다.’
‘저게 다 별인가 믿기 어려운 하늘이 펼쳐진다. 탐욕스럽게 별을 바라보았다. 이런 욕심은 얼마든지 괜찮을 것이다.’
‘푸른 물을 높고 낮은 산이 감싸고 있다. 산과 물이 더불어 그린, 말 그대로 산수화. 그림 속을 걷는다.’
‘눈 쌓인 사찰은 차가우면서 포근하다. 사찰에 스민 따스한 햇볕이 조용히 안부를 물어온다.’
어떤 문장들은 사진을 보며 그 감동을 느꼈고, 사진이 없이 쓰여진 문장들은 머릿속에서 떠올려 보았습니다. 이미 어디에선가 본적이 있는 장면이었던 것 같은데 ‘나는 왜 이런 감탄을 하지 못했을까?’ 아쉬워하며, ‘아! 어떻게 이런 장면을 이렇게 표현할 수 있을까?’ 또 한번 감탄하게 됐습니다.
부러웠습니다. 그리고, 나도 이렇게 표현해 보고 싶다는 '욕심'이 생겼습니다.
물론 글을 쓴다는 게 쉬운 일도 아니고, 하루 아침에 저렇게 될 수 있는 것도 아님을 알고 있습니다. 어릴 적부터 책을 많이 읽어야 하고, 글쓰기를 썼다 지웠다 무한반복하며 멋진 글들을 필사도 하며 단련해 왔어야 했겠지요. 그래도 부러웠습니다.
그래서 나도 잘 써 보겠다는 혼자만의 욕심이 생겼습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가져보고자 어느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으면서 지나치게 탐내는 마음을 가져 보았습니다. 저야 글쓰는 일이 업이 아니기에 언제 저렇게 될지, 할 수는 있을지 모르겠지만, 이런 욕심 하나 정도는 가져도 되지 않을까 싶네요.
얼마 전에 읽은 책에 멋진 글들이 많아 옮겨 놓았는데요. 민들레 씨앗을 보고 이렇게도 느낄 수 있고 표현할 수 있구나 내내 감탄하며 읽은 책인데, ‘시’ 같은 문장이면서 참 멋진 표현이 있어 옮겨봅니다.
‘민들레 씨앗이 길을 떠나려한다.
이제 곧 바람을 탈 것이다.
더러 물 위에 떨어지기도 하고
나뭇잎에 걸릴 수도 있다.
모든 씨앗에게는 자신의 자리를 부여받아
싹을 틔우는 것만으로도 희망이다.’
- ‘숲에게 길을 묻다’ 중에서(김용규/2019/비아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