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작성자 블라디
평범한 사람의 평범하지 않은 이야기들
소리
오랜만에 제법 많은 비가 내렸습니다. 빗소리 때문에 새벽에 잠을 설쳤지만, 라디오에서도 비랑 어울리는 음악들이 계속 흘러나와 기분이 좋습니다. 새벽의 빗소리는 바람때문에 비가 창문을 때리는 소리였습니다. (개인적으로 비가 나무 위에, 나뭇잎 위에, 숲에 떨어지는 비의 소리가 참 좋습니다. 자연 그대로의 소리. 우리 집 뒤에 산이 있어 그 소리에 가끔 취하기도 합니다.)
문득 어제 핸드폰의 진동 소리가 요란하게 들렸습니다. 장난감 박스 위에 있던 핸드폰에 문자 알림 진동이 울렸는데, 깜짝 놀라기도 했고 처음 들어 본 진동 소리였기에 귀가 번뜩 했습니다.
핸드폰의 진동 소리는 기종마다 다르기도 하지만, 핸드폰이 어디에 올려져 있느냐에 따라 소리가 다르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새벽에 들린 빗소리가 창문을 때린 비의 소리인 것처럼요. 요즘엔 어딜 가나 보통 핸드폰을 진동으로 해 놓는 게 매너인 시대이기에 전화벨 소리보다는 진동 소리를 더 자주 듣게 되는데요. 진동 소리가 때론 전화벨 소리보다 더 실례가 되기도 합니다. 특히 도서관에서 진동 소리는 핸드폰을 주로 책상 위에 올려놓기에 '이~~~잉'하는 소리가 책상의 울림과 함께 들려, 차라리 벨소리가 더 좋을 때도 있다 느껴질 정도이고, 아침에 울리는 알람 진동 소리는 내 알람이 아니고 윗 집이나 옆집의 알람 진동 소리라는 걸 알게 될 때면 짜증이 두 배로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그러고보니, 진동소리는 진동 그 자체만의 소리이기도 하지만, 어디에 놓여 있느냐(주변 환경,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달라 진다는 걸 알았습니다. 그에 따라 혼자만 진동을 느낄 수 있느냐 때론 주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느냐도 결정이 되겠네요.
예전에도 이런 생각을 해 본 적이 있습니다.
오늘처럼 빗소리는 비의 소리일까? 비가 부딪히는 소리일까?
물방울의 소리는 물의 소리일까? 물이 부딪히는 소리일까?
바람 소리는 바람의 소리일까? 바람이 스치는 물체의 소리일까? 물체와 스쳐서 나는 소리일까?
생각해 보면 비도, 물방울도, 바람도 그 자체의 소리는 없지 않을까 싶어요. 무엇인가에 부딪쳐서 나는 소리, 스쳐서 나는 소리일텐데 우린 빗소리, 물방울소리, 바람 소리라고 해 버리는 것 같아요. 비가 흙 바닥에 떨어지느냐, 아스팔트에 떨어지느냐, 물 위에 떨어지느냐, 나뭇잎에 떨어지느냐에 따라 소리가 달라질 것이고, 물방울도 마찬가지이구요. 바람은 나뭇가지를 스치느냐, 창문 틈을 스치느냐, 건물 사이를 지나느냐에 따라 소리가 달라지지만 우린 그 소리 전부를 바람소리라고 하는거죠. 주변에 무엇이 있느냐에 따라, 무엇을 스치느냐에 따라 비와 물과 바람은 다른 소리를 내는데 말입니다.
우리도 그런 것 같아요. 우리가 어떤 상황에 있느냐, 어떤 환경에 있느냐, 어떤 사람을 스치느냐에 따라 '나'라는 사람의 소리가 다르게 나는 건 아닐까요? '나'라는 사람은 원래 이런 사람이지만 나를 거치는 사람과 환경에 따라 다른 소리를 내는 것, 다른 소리를 내지만 그 모든 것이 또 나인 것이겠죠.
당신의 소리는 어떤가요?
여러분은 어떤 소리가 나나요?
(2021.2월에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