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 납작 엎드리는 건 사자

16. 납작 엎드리는 건 사자

작성자 은진송

사유서를 쓰시오

16. 납작 엎드리는 건 사자

은진송
은진송
@user_mg8ux4d26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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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월 말의 사유서: 납작 엎드리는 건 사자
https://seeds.stibee.com/p/32/


⌇싫어도 군말 없이 해야 할 때가 있다

(c) 유튜브 뜬뜬 [EN] 업계 얘기는 핑계고 ㅣ EP.66  2025.1.25.

나: 일단 성공하고 봐야 된다!  너의 꿈을 실현하려고 여기 들어온 게 아니다.

지: 성공하고 봐야 된다.

나: 너 잘 돼야 네 꿈도 실현시켜주지.

유: 근데 진짜 맞는 얘기야.

지: 프로그램이 잘 되어야... 그 얘기지.

유: 여기서 안 되면 그냥 어떤 분야든지 그렇지만 쳐다도 안 봐요.

나: 네가 진짜 마음속에 하고 싶은 게 있으면 한 2개 정도 회사에서 하라는 거 해서 히트를 시켜. 그다음에 조심스럽게 네가 말을 꺼내 봐. 나 이런 거 하고 싶어요.

지: 자기 걸 그때 하는 거구나.

나: 왜냐하면 저는 그런 사람 너무 많이 봤어요. 피디가 됐으니까 아 저 이런 거 하고 싶어서 들어왔는데, (회사에서 프로그램을 배정하니) 요거는 하기 싫은데요.

(...)

해보니까 다 이 세상에 그 순간에 이게 내가 좋고 싫고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걸 성공시키는 게 중요한 거예요. 그래야 내 옵션이 생기는 거지. 내 옵션을 먼저 하고 잘된 사람은 전 별로 본 적이 없어요.

⎯ 뜬뜬의 콘텐츠 핑계고에서 나영석 피디는 업계 이야기를 했습니다. 현재 나영석 피디는 에그이즈커밍이라는 제작사를 이끄는 대표 중 한 명이기도 하죠. 회사 운영에 참여하게 되면서 어려운 점은 없냐는 유재석의 물음에, 나영석 피디가 꺼낸 말이 이 부분입니다. 회의 시간에도 노골적으로 얘기하는 편이라며 "일단 성공하고 봐야 된다!"라고 말한다고 해요.

     기다림이 필요하고 기다리는 동안 썩 달갑지는 않아도 주어진 일을 착실하게 해내는 과정이 필요하죠. 이 과정을 거쳐야, 이후 내게 맡겨질 일에 온전한 나의 권위가 생길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겨서 얻어내면, 주는 사람으로부터 두고 보자라는 마음밖에 안 생기죠. 반면 기다려서 얻어내면, 주는 사람은, 설령 수치상으로 성공적인 결과가 그려지지 않을지라도, 성실한 수행이 기반이 될 때 일단 믿어보게 될 겁니다. 그러면 이때부터 이 일은 온전히 내가 결정할 수 있게 됩니다. 결정권이 온전히 자신에게 있는 거죠.

     제가 그! 내 옵션을 먼저 하는 별로 잘되지 않은 사람으로서, 와닿는 말이었습니다. 꾹 참고 해본 경험이 있는데 그때 괴로워하지 않고 이 마인드로 했었으면 지금쯤 뭔가 달라졌을까요?


⌇내려놓고 약해질 수 있어야 버틴다

(c) 쓰는 직업 | 곽아람 | 마음산책 


"어떻게 20년을 버틸 수 있었냐고 누가 묻는다면, 훌륭한 기자가 아니어서라고 답하고 싶다. 방황을 많이 했기 때문에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었고, 성공에 대한 욕망도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내려놓을 수 있었다. 기대감 없이 일을 일로만 대할 수 있게 되었는데 일에 대한 거리감을 유지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일에 지나치게 매몰되지도, 상처받지도 않을 수 있었다." (217쪽~218쪽)

(c) 블랙핑크: 세상을 밝혀라 | 넷플릭스 

"테디 오빠도 어제 그랬어요. '넌 스튜디오에서 더 약해지는 법을 배워야 해' 제가 쉽게 못 하는 일이에요."

- 로제


⌇치욕을 견뎌야 할 때도 있다

  (c) 네이버 지식백과 공부왕이 즐겨찾는 고사성어 탐구백과

 (링크에서 고사를 읽어볼 수 있어요.)

"과하지욕은 (...) “가랑이 밑을 기어가는 치욕을 참는다”라는 뜻이다. 큰 뜻을 지닌 사람은 쓸데없는 일로 남들과 옥신각신 다투지 않음을 빗대는 말이다. 당시 한신이 남들에게 겁쟁이로 보였을 그 한순간 치욕을 참지 못했다면 어땠을까? 한신은 굴욕을 견디며 묵묵히 때를 기다린 덕분에 훗날, 자기 뜻을 이룰 수 있었다."

⎯ 과하지욕 고사는 사마천의 사기 중 회음후열전에 기록되어 있어요. 한나라를 세우는 데에 큰 공을 세운 대장군 한신이라는 인물이 있죠. 젊었을 때 늘 칼을 차고 다녔다고 합니다. 그런데 가난으로 어렵게 살아서 무시를 당하곤 했나 봐요. 어느 날 길에서 시비가 붙었고, 그 사람은 한신에게 "칼만 차고 다니는 겁쟁이"라며, 찌를 용기가 있으면 자신을 찌르고 지나가고, 못 하겠으면 자기의 가랑이 사이로 지나가라고 한신을 위협하며 자극해요. 한신은 참고 가랑이 사이로 지나갑니다. 사람들은 그를 겁쟁이라고 비웃어요.

     한신은 크게 되고자 했기 때문에 그치를 찌를 수 있었음에도, 고작 이런 시비 따위에 흔들려 죄인이 되면 안 된다고 판단한 겁니다. 비록 지금은 치욕스러울지언정, 남의 가랑이 밑에 엎드리더라도 견뎌야 할 때라는 걸 안 거죠. 살다가 이런 때가 온다면, 그런데 참고 넘어가야 할 상황이라면, 과하지욕의 고사를 떠올려 봅시다. 


❍ 생각 더하기

1월에 본 영상물

    🎬 러브레터 | 이와이 슌지 

    ㄴ 30주년 재개봉 기념으로 봤습니다. 유명세에 걸맞은 아름다운 영화였습니다. 여주인공이 오겡끼데스까, 와따시와 겡끼데쓰를 반복해서 뱉어내는데, 그 감정이 제 감정이 된 것처럼 오롯이 전달되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왜 그 대사와 장면이 명대사 명장면이 되었는지 알 수 있었어요. 첫사랑과 끝사랑을 간직한 사람이라면 마음이 애틋해지는 작품.

    🎬 중증외상센터 | 이도윤 | 넷플릭스 

    ㄴ 연휴, 아빠랑 같이 있을 때 3화 중반까지 보다가 껐는데요, 안 보는 척하시더니 그날 밤에 혼자 8화까지 다 보심ㅎ. 60대 사나이도 빈지워칭하게 만드는 드라마....

(+) 님들아 근데 <서브스턴스> 보신 분 있으신가요? 추천? 비추천? 제가 나까지 고통스러워지는 그런 장면 잘 못 보긴 해서 고민되네요... 버틸 수 있을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