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월 초의 사유서: 애정 필터
작성자 은진송
사유서를 쓰시오
❍ 1월 초의 사유서: 애정 필터

⌇송혜교를 보는 강민경의 시선
(c) 유튜브 걍밍경 나 말고 송혜교 브이로그... 2025.1.10.
(오. 16일 자로 2편 나왔어요. *원래 레터 제목 '애정 어린 시선'이었는데 2편 댓글에 '애정 필터'라는 말이 좋아서 냉큼 빌려왔슴다.)




전: 근데 그 에너지의 원천은 뭐야? 민경이를 이렇게 움직이게 하는 힘!
강: 에너지의 원천은 (...) 오히려 이렇게 내가 담아내서 이 사람이 빛날 때 내가 체득하는 감정이 있는 거 같아. 훨씬 더. 해리 언니 거 찍어 주면서 많이 느꼈어.
송: 네가 너무 해리 언니를 사랑하니까. (...)
강: 내가 좋아하는 사람...
송: 더 아름답게 찍어주고 싶고,
강: 이 사람의 몰랐던 매력을
송: 알려주고 싶고
강: 근데 그래도 그 안에 제 터치가 들어가 있잖아요. 거기서 오는 만족감이 큰 것 같은?
송: 근데 그건 사랑 없인 안 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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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튜버(ㅎㅎ) 강민경이 편집한 '송혜교 브이로그'. 인급동 1위에 오를 정도로 지난 며칠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그녀는 전여빈・송혜교 배우와 함께한 식사 자리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주변인을 촬영하고 그 사람이 빛날 때 얻는 에너지가 크다고 말해요.
나를 사랑하는 사람이야말로 나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을 잘 아는 사람이겠죠. 미처 몰랐던 내 사랑스러운 면을 발견해 주는 사람. 애정 어린 시선은 누군가에게 닿아 빛이 됩니다. 애정 필터는 그 사람의 참모습을 발견하는 필터인 셈이에요.
개인적으로 이런 시선이 익숙지 않은 사람인데, 내가 그러질 않으니 남도 그러질 않는 것이겠죠. 타인을 향한 칭찬과 응원에 박한 듯. 경계하지 않고 생각하지 않고 오롯이 사랑으로 시선을 보낼 수 있도록… 그런 사람이 되고 싶네요(갑분성찰). 라고 쓰고 다른 일정하고 왔는데 일은 같이 많이 해봤지만 대화는 거의 처음 해 본 사람한테 칭찬 들음ㅇ_ㅇ 여러분 이렇게나 마음가짐이 중요합니다….
⌇아티스트를 보는 팬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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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차주영붐은온다..(유튜브) @ahopmal (인스타그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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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 @bluecages.archive (인스타그램)
⌇미운 사람을 보는 이옥섭의 시선

예전에 미국 여행을 할 때가 있었는데 2층짜리 버스를 탔어요.
근데 어떤 여성분이 매니큐어를 막 칠하고 계시는데 냄새나고 싫었는데
그냥 만약 내 영화 속의 주인공이라면 너무 사랑스럽게 그리고 싶은 인물인 거예요.
그렇게 보니까 싫은 사람이 없어요. 이제는.
그래서 저희는 만약에 누가 너무 미우면 사랑해 버려요.
- 이옥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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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옥섭 감독의 "만약에 누가 너무 미우면 사랑해 버려요"라는 말이 방영 당시 화제를 끌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 말이 나온 맥락에서 제게 인상 깊었던 게 바로 이 시선이었어요. 영화를 찍는다고 생각하면, 그 사람이 내 영화의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면, 그 사람을 사랑스럽게 그리고 싶어진다는 말. 누군가가 소중해서 관찰하는 시선이 애정 어린만큼, 미운 이를 관찰하는 시선도 얼마든지 사랑스러워질 수 있다는 걸 알게 됐답니다.
❍ 생각 더하기
1월에 한 게임
🎮 페이크북 | 반지하게임즈
ㄴ 페이크북이라는 인디게임을 플레이했습니다. 포인트 앤 클릭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맞죠..?). 선택지를 따라가며 주어진 미션을 해결해 사건의 실마리를 푸는 추리 장르입니다. 영화 <서치>처럼 디지털 세계 속 단서를 추적하는 느낌이죠.
플레이어인 동생은, 국민 아이돌과 엮여 사이버불링을 당한 후 스스로 생을 마감한 언니의 복수를 하기로 결심합니다. 자신도 팔로워가 많은 힘 있는 사이버 렉카가 되어, 언니의 신상을 나르고 공격했던 악플러와 사이버 렉카의 논란거리를 찾아 폭로하는 것이죠. 게임은 이 큰 줄기를 따라가면서, 팔로워를 모으기 위한 자잘한(?) 의뢰도 해결합니다.

아래는 인상적인 점 세 가지.
① 하이퍼리얼리즘이라 섬뜩하고 위트 있음. 있을 법한 사건들과 있을 법한 사람들. 어떤 사건이 발생했을 때 편들고, 싸우고, 주장하고, 욕하는 사람들의 반응과 SNS에 있는 신기하고 이상하고 평범하기도 한 '자아'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② 가상의 SNS 페이크북 속 사진이나 메시지 등은 AI로 생성. 아무래도 이런 게임을 만들 때 실존 인물 사진과 텍스트를 사용하면 구현도 쉽지 않고 부가적인 문제도 많을테고... AI를 도구로써 사용한 예가 아닐까 싶어요. 근데 실재 인물과 인플루언서 계정도 플레이하다 보면 만날 수 있습니다. 텀블벅 후원 리워드로 NPC 출연이 있었던 듯.
③ 나=플레이어, 게임에 몰입하며 고민할 수밖에 없어지는 캔슬컬쳐와 소셜미디어 문화에 관련된 여러 문제들. ㅠㅠㅠ 중간에 플레이어(저)한테 메시지로 악담 오거든요? 가짠 줄 아는데도 기분이 괜히 이상해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