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2.195Km 마지막 이야기
작성자 어쩌다마라토너
어쩌다 Marathoner 준비중
42.195Km 마지막 이야기
달리기 시작한지 어느덧... 2년 반
작년 이맘때만 해도.. 풀코스는 커녕.. 하프도 '감히.. 내가..??' 라는 생각이 압도적이었다. 그냥 달리는게 좋아서 꾸준히 달렸고 우연히 좋은 친구들을 만나서 혼자할 때 보다 조금 더 멀리 달릴 수 있었다.
그렇게 한달, 두달 시간이 차곡차곡 쌓이다보니 어느덧 풀코스를 준비하게 되었고 드디어 지난 일요일 첫 풀코스 데뷔전을 치르고 왔다. 두근💗
출발 전
대회 당일 아침은 매우 바쁘다. 일단 씻고 제일 중요한 ⭐아침식사⭐를 하고 빠진 준비물이 없는지 다시 한번 체크 후 집을 나섰다.
대회 당일은 매우 혼잡하고 도로통제를 하기 때문에 지하철을 타고 가는게 제일 좋다. 근데 이날은 진짜... 출발지인 월드컵경기장역으로 가는 6호선이 마치 '제마특급열차'가 된것 마냥 대회참가자들로 꽉 차버렸다. 내리는 사람없이 계속 타기만 하니 몇 정거장에서는 한명도 타지 못하고 그냥 출발해버리기도..
여차저차 도착한 출발지, 역사안은 이미 대회 준비를 하는 사람들로 북적북적한다.
옷을 갈아입고, 테이핑을 하고, 배번을 달고, 짐을 정리한다.
수많은 인파를 헤치고 짐보관 트럭을 찾아 짐을 맡긴 후엔 스트레칭도 하고 월드컵경기장 주변을 조깅하며 저마다의 방법으로 몸을 푼다.
출발 전 5..4..3..2..1....
이때 나는 약간... 제정신이 아니었다 몇 주 전부터 아팠던 종아리는 여전히 뻐근했고 이 다리로 풀코스를 도전하는게 맞아..?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지만... 이제는 뭐 돌이킬수 없다. 이제 믿을건 나랑 같이 달려줄 동반주 친구와 내 정신력뿐🤪
42.195km 시작
출발하고 나서도 계속 아픈 다리가 신경이 쓰였다.
출발부터 이런데... 나는 완주를 할 수 있을까?😭
첫번째 고비 : 동반주와 헤어지다
하프를 막 지났을때 쯤... 옆에서 서로 의지하면서 달리던 친구가 더이상 못뛰겠다며 조금 쉬엄쉬엄가겠다고 했다. 나도 힘들긴 했지만 아직 더 달릴 수는 있을거 같아 친구와 헤어지고 외로운 레이스가 시작되었다
두번째 고비 : 잠실대교 롯데타워가 보여
잠실대교를 건너며 롯데타워가 보이기 시작했다. 골인지가 올림픽공원 쪽이라 뭔가 심리적으로는 이제 다왔다! 싶은데 사실상 아직 10Km, 내 페이스대로라면 한시간이나 더 달려야하는 상황... 갑자기 표지판에 양재.. 분당이 보이면서 멘탈이 탈탈탈
드디어.. 도..착..!!
중간중간 서서 마비될것 같은 다리를 풀기도 하고 잠시 걷기도 했지만 천천히라도 끝까지 달리려고 노력했다. 마지막엔 어떻게 뛰어야 다리가 덜 아플까만 생각하며 배에 힘을 줘보기도하고 발목에 힘을 풀어보기도 하고 보폭을 줄여보기도 하면서 달렸다.
드디어 도착!!!😭
마라톤 완주 그 이후
완주 이후 엄청 감동적이고 180도 인생이 바뀌어있고 그런 '나'는 없다. 일단 온몸이 아프고 절뚝거리는 '나'가 있을뿐..
하지만 겉으로 드러나지 않아도 매우 중요한 코어근육처럼 내 마음 속에 코어근육이 아주 단단하게 자리잡은 느낌이 든다. 이전에 해본적 없던 도전을 했고 조금 아쉬운 결과이긴 하지만 그래도 내가 해냈어! 하는 내 자신에 대한 자부심과 믿음이 작지만 딴딴하게 자리잡았다.
완주 직후의 나는 '이런 도전은 한번으로 족하다!!' 는 생각 뿐이었지만 벌써 주변 친구들은 기록단축을 위한 다음 대회 준비를 종용(?) 하고 있다. 근육통과 함께 고통은 곧 사라지고 미화된 기억이 나를 다시 출발선 앞으로 데려다 놓을것이라며...
당분간은 그동안 은근 날 압박해온 풀코스 도전의 부담을 내려놓은채 다시 때로는 혼자 고독을, 때로는 친구들과 수다를 즐기며 펀런(Fun Run)모드로 돌아가려고 한다.
또 이렇게 뛰다보면 언젠가의 내가 또 이 미친 도전에 뛰어들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