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격 런친자들의 세계를 맛보다
작성자 어쩌다마라토너
어쩌다 Marathoner 준비중
본격 런친자들의 세계를 맛보다
대회에 나가고 원했던 목표를 달성해보니 확실히 재미가 붙었다!
하지만 기존 러닝 모임 사람들은 여전히 나의 운동욕구를 채워주기엔 부족하다.. 아쉬워하던 차에 모임에서 같이 대회를 준비했던 한 분이 솔깃한 정보? 제안?을 주셨다.
"혹시.. 더 뛰고 싶으시면 제가 최근에 가입한 크루가 있는데요.. "
크루..?? 🤔
러닝크루에 합류하다
러닝크루...? 너무 힙해보이는데... 나같은 대문자 I가 감당할 수 있을지...?
일단 분위기를 보려고 알려주신 인스타 계정을 통해 게스트 오픈채팅방에 들어갔다. (보통의 크루들이 처음에는 게스트방에서 시작해서 정모 참석 횟수 등 일정 기준을 충족하면 정규모임 방으로 안내하는 방식으로 운영하는듯 하다.)
주 1~2회 정도 모임이 진행되었고 거리, 페이스는 그때그때 달랐다. 본인이 가능한 시간, 원하는 수준의 모임을 선택해서 참여할 수 있었다.
보통 거리에 따라 초급 5km 내외 / 중급 10km 이내 / 고급 10km 이상 세 단계였고 페이스는 보통 600~630 정도였지만 느린사람이 있으면 최대한 맞춰주는듯 했다. (어찌되었든 "함께" 뛴다는 것에 의미를 두고 참여한 사람들이었으니까)
첫 모임은 중급 10km 여의도를 한바퀴 뛰는 코스였다. 10km를 겨우 채운지 얼마 되지 않아 조금 걱정이 되긴 했지만 그래도 중간에 페이스 괜찮은지 물어봐주기도 하고 한번 쉬어가기도해서 무리없이 크루원들과 함께 완주!
런친자들의 세계
첫 모임을 무사히 마치고 나는 정규 단톡방에 초대되었다.
러닝 모임 안내와 신청만 이루어지던 게스트방과 달리 정규 단톡방은 온갖 러닝에 대한 대화가 오고갔다. "러닝화" 라는 단어 하나만 꺼냈을 뿐인데 브랜드별 특성부터, 발볼이 넓은지 좁은지, 대회용인지 연습용인지, 초보인지 경력자인지에 따라 어떤 신발이 좋은지, 본인이 신고 있는 신발 리뷰까지 별별 이야기들이 쏟아졌고 브랜드 모델명만 대면 그 신발의 특징과 후기가 챗GPT답변처럼 나오는 사람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각종 대회 접수 일정 공유부터 러닝용품 세일 정보, 최신 러닝화 발매 정보까지 이런 정보들을 어디서 이렇게 빨리 찾고 공유하는건지...
'와 이런 세계도 있구나? 이런 사람들도 있구나?' 러닝은 그냥 편한 운동화만 신고 하면 되는줄 알았고, 가벼운 산책같은 취미생활로 러닝이 전부였던 나에게 러닝에 미친 런친자들로 가득한 크루 단톡방 대화들은 신선한 문화적 충격이었다.
황새 쫓아가는 뱁새 : 하프 나가셔야죠?
그후로 나는 나름 정기적으로 러닝 모임에 참여하면서 크루사람들과 안면을 트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러닝모임은 코스에 따라 러닝 후에 편의점에서 음료를 마시면서 약간의 담소로 마무리되었지만 가끔 러닝 후 식사를 하거나 운동회, 피크닉을 하는 등 특별세션들이 열리기도 했다.
그리고 혼자서는 힘든 업힐코스, LSD(Long Slow Distance:장거리를 천천히 달리기) 세션이 열릴때면 꼭 참석하려고 했다. 첨엔 쌉고수들 사이에서 민폐끼치는거 아닐까 걱정되기도 했지만 실력에 따라 그룹을 나눠서 뛰기도 했고 너무 힘들면 낙오하고 끝나는 지점에서 기다리거나 먼저 귀가도 가능했기에 생각보다 부담없이 내 컨디션에 맞춰 참여할 수 있었다.
황새같은 크루원들 틈에 낀 뱁새의 마음으로 다리 찢어지게 쫓아가다보니 10km, 12km, 15km 점차 거리가 늘어갔다. (물론 그런 세션에 참여하고 나면 다음날 조금 앓긴했다😭) 그리고 그때즘 하프마라톤에 나갈 차례라며 권유하는 크루원들이 생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