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름그린&드라그셋] 단서 사냥꾼이 되어라, 아모레퍼시픽 ≪Spaces≫
작성자 미궁
미술이 궁금해!
[엘름그린&드라그셋] 단서 사냥꾼이 되어라, 아모레퍼시픽 ≪Spaces≫
안녕하세요, 👻미술이 궁금해! 미궁👻입니다.
평소 전시 보는 것이 취미라 가고싶은 전시 정보를 아카이브 해두곤 하는데요. 어느 순간 '관람하는 행위'로는 부족하다는 것을 느꼈어요.
특히 현대 미술의 경우, 작품 앞에서 아리송한 마음으로 머무르다 떠날 때가 많았죠. 전시장을 천천히 돌아보다 도무지 작품이 이해 되지 않을 때면 답답한 마음에 전시장 한 구석에서 리플릿과 오디오 가이드를 하염없이 들여다 보고 있을 때도 있었어요.
그 시간들을 반복하다 생각했어요.
누군가는 나와 같은 마음이지 않을까?
어떤 작품은 끝끝내 이해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리지만 어떤 작품은 텍스트를 읽은 후 달리 보이기도 해요.
전시 기획글, 작가의 작업관을 관통하는 키워드, 이전 작품들 등 여러 정보를 조합하니 더듬더듬 작품을 읽어내는 재미를 알게 되었죠!
그리고 이제 그 재미를 함께 나누고 싶어 이번 시리즈를 기획해보았어요.
👻👻👻
누군가에겐 미술에 대한 흥미를,
누군가에겐 보다 깊이 있는 감상을,
누군가에겐 영감과 새로운 시각을 전할 수 있길 바라고 있답니다!
첫 연재글인 만큼 오늘은 누구나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을 전시를 소개드리려고 해요.
바로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엘름그린&드라그셋 ≪Spaces≫ 입니다.
전시 기간: 2024. 09. 03 ~ 2025. 02. 23
관람 시간: 월요일 휴무
관람 요금: 성인 18,000원
/ 소인(7~18세) 14,000원 / 유아(3~6세) 9,000원 / 3세 미만 무료 관람
관람 방법: 홈페이지 사전 예약 추천! (현장 발권도 가능)
⭐ 관람 포인트
전시장 각 요소들을 주의깊게 살펴 나만의 스토리 만들어 보기!
<수영장> 작품 공간에 숨어있는 작품 찾기! (힌트는 벽👀)
키워드: 신체와 공간, 연결고리, 새로운 관점에 대해 생각하며 관람하기!
🤔 Who?
Michael Elmgreen (마이클 엘름그린): 1961년, 덴마크 출생
Ingar Dragset (잉가르 드라그셋): 1969년 노르웨이 출생
엘름그린과 드라그셋은 1995년부터 함께 작업해왔어요. 오늘날까지 꽤 오랜 기간 아티스트 듀오로 함께했죠. 1997년 이후로는 베를린에 스튜디오를 두고 함께 작업하고 있답니다.
두 사람은 '전시 공간을 예기치 못한 환경으로 탈바꿈하여 기존 공간의 기능과 의미를 전복시키는 경험'을 선사해요. 작업 초기부터 전 세계 어디를 가든 갤러리 공간이 똑같다는 게 놀라웠대요. 두 작가는 전시 공간을 완전히 다른 환경으로 전환하는 일에 흥미를 느꼈어요.
이들은 자신들의 작업을 이렇게 소개해요.
✨
“책을 읽을 때📚 우리는 배경의 공간적·시간적 상황은 어떠한지, 그리고 인물들은 어떻게 생겼는지 상상하곤 한다. 그러나 우리는 이 순서를 뒤바꿨다. 우리가 먼저 이미지를 제시하면 관객이 그 이미지를 토대로 스스로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식이다.” ¹⁾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놀랍게도 두 사람 다 미술 전공이 아니라고 해요.
📞👀
1994년, 덴마크 코펜하겐의 한 클럽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 당시 엘름그린은 시인✍️이었고, 드라그셋은 연극 배우🎬였어요. 마침 같은 건물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지인 중에 갤러리스트가 있었대요. 1995년, 자연스럽게 함께 퍼포먼스를 하게 되었다고.²⁾
📸 대표작품
뉴욕 록펠러 센터 <반 고흐의 귀> (2016)
텍사스 주 미국 고속도로 90호선에 있는 <Prada Marfa> (2005)
지금, ≪Spaces≫?
👻👻👻
아모레퍼시픽 미술관에서 열리는 이번 전시는 엘름그린&드라그셋의 공간 설치 작업을 중심으로 작품 50여 점을 선보여요.
아시아에서 열린 두 사람의 전시 중 최대 규모라고. 그 명성에 걸맞게 커다란 집과 수영장🏊♂️이 미술관 안에 통째로 들어와 있어요.
첫 번째 공간, 커다란 집🏠이 전시장에 놓여있어요. 실제로 내부를 걸어 다니며 집 주인이 누구일지 상상해 볼 수 있답니다. 여러 단서를 주워가며 둘러보고, 집 밖으로 나오지만 여전히 전시장 안이죠.
다음 전시 공간으로 넘어가면 천장에 매달린 마천루🏙️, 레스토랑👩🍳과 부엌인지 실험실🔬인지 모를 공간으로 이어져요. 매 공간이 눈이 휘둥그레지는 스케일을 뽐냅니다.👀
각 공간이 마치 ‘인스타그램 피드 넘기는 것’처럼 별개의 공간처럼 보일 거예요. 하지만 엘름그린은 ‘공간을 연결하는 내러티브가 존재’한다고 전했어요. ‘공간들을 연결하는 단서를 찾아내🕵️♀️ 관객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전개’해 보길 바란답니다! ³⁾
Elmgreen & Dragset pursue questions of identity and belonging and investigate social, cultural, and political structures in their artistic practice. They are interested in the discourse that can arise if objects are radically re-contextualized and if normal modes for the representation of art are altered.
엘름그린과 드라그셋은 정체성과 소속에 대한 질문을 추구하고 그들의 예술적 실천에서 사회적, 문화적, 정치적 구조를 조사합니다.
그들은 어떤 일이나 사물을 바라보는 인식의 틀을 바꾸는 일과 예술을 표현하는 방식이 변하면 발생할 수 있는 이야기들에 관심이 있습니다.
PACE GALLERY ⁴⁾
🗝️ 전시관람 Tip!
엘름그린 작가는 이렇게 덧붙였어요.
'전시 관람에는 정답이 없고, 예술이 정답을 제시해 주는 것도 아니다. 예술은 흥미를 주는 것이다. 때로는 관람객의 다양한 관점이 우리보다 훌륭하다.' ⁵⁾
😎 이것도 알고 가자 ❗️
첫 번째 전시장 안, 나무에 앉아 집 안을 응시하고 있는 독수리🦅는 2012년부터 진행된 작가들의 모든 전시에 등장했다고 해요.
집에 들어서면 흘러나오는 라디오는 작가들이 직접 대본을 쓰고 녹음했어요. 무려 한국말로요!
수영장 작품이 있는 공간 벽을 유심히 살펴보면 구멍을 하나 찾을 수 있어요. 그곳에 숨겨진 작품이 하나 더 있답니다. 눈을 크게 뜨고 놓치지 마세요!🔭
레스토랑과 이어진 공간에서는 실험실 같은 주방을 볼 수 있어요. 접시에 적힌 숫자#️⃣, 칠판에 적힌 화학 공식들🧪, 실험대 위에 놓인 <THE FOOD LAB>👩🔬 책의 부제까지 쉽게 지나치기 쉬운 요소들을 살펴 나만의 스토리를 만들어 보는 재미💭가 있어요.
지금은 아니지만 두 사람은 한때 연인 관계였어요👨❤️👨. 그래서인지 그들의 작업은 '퀴어'라는 정체성을 포함하죠. 이번 전시에 영상 작업에서도 이런 문구가 나와요.
"오늘날 동성애 정체성에 대한 공적 표상이 너무 적으니까요. 만약 도시 풍경에서🌆 동성애자를 나타내는 유일한 이미지가 모두를 충격에 빠뜨려버린다면 🤯그것도 또한 안타까운 일일 겁니다."
"제 생각에 예술은 사고를 형성하고 어떤 사상들을 살아 움직이게 해줘요. 그리고 어쩌면 사람들에게 새로운 생각 🆕을 심어줄 지도 모르죠."
엘름그린&드라그셋 ≪Spaces≫
별점: ⭐️⭐️⭐️⭐️⭐️
개인적으로 재미있게 관람한 전시였어요! 공간을 탐방하며 단서들을 모아 이야기를 만드는 재미가 쏠쏠했거든요〰️ 직관적으로 메시지가 와닿는 작품이 많았던 게 한몫했던 것 같습니다☺️
평소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감각들을 깨워 열린 마음과 곳곳을 살피는 밝은 눈으로 이번 전시를 관람하시길 추천합니다!
👻👻👻
참고자료
¹⁾ <엘름그린 & 드라그셋 작품 속 신체와 공간>, 신세계 매거진 ISSUE 44, 2022. 02, 탁영준
²⁾ 엘름그린&드라그셋, 위키피디아
³⁾ <엘름드린 & 드라그셋이 초대한 세계>, 에스콰이어, 2024. 10. 01, 박세회
⁴⁾ <Elmgreen & Dragset>, PACE GALLERY
⁵⁾ <[심층분석] 엘름그린&드라그셋 "현대미술의 역할은 무엇인가?">, 2019. 04. 09, Asia Ar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