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리즘 그리고 '팡팡' 터지는 도파민

알고리즘 그리고 '팡팡' 터지는 도파민

작성자 pwanderlust

소셜 딜레마

알고리즘 그리고 '팡팡' 터지는 도파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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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주의력 경제(Attention Economy)' 시대에 살고 있다. 정보의 바다가 되어버린 현 시대에 주의력은 사람이 어떤 정보들을 얼마만큼 수용할 것이냐를 결정한다. 방대해진 정보들 속 수용 능력의 한계를 보완하는 수단으로써 주의력은 인간의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를 제고시키는 중요한 가치가 되었다. 자신의 주의력으로 파악한 정보를 바탕으로 이들은 의사결정의 근거를 만들고 행동을 취한다. 기업은 소비 행위의 원천이 되는 소비자의 주의력을 빼앗기 위해 끊임 없이 탐구했고 그 결과로 고도화된 알고리즘이 탄생했다. 이번 편에서는 알고리즘이 어떤 방식으로 인간의 주의력을 쟁취하는지 도파민 유도를 중심으로 관계성을 살펴보고자 한다.

도파민(Dopamine)은 탄소, 수소, 산소, 질소 이렇게 네 종류의 원소로만 이루어진 조그만 분자이지만 이 호르몬이 쥐고 있는 것은 인간 행동 비밀 그 이상이다. 이 화학물질은 1957년에 런던 근교의 런웰 병원 연구실에서 캐슬린 몬터규(Kathleen Montagu)에 의해 발견된 뇌 속 화학물질로, 처음에는 노르에피네프린(norepinephrine)이라는 화학물질의 체내 합성을 돕는 물질 정도로만 여겨졌다가 이 화학물질이 사람의 행동을 크게 좌지우지하는 것이 밝혀지자 더 큰 관심을 받게 되었다. 도파민 신호가 켜지면 사람은 쾌감을 느끼며 이 신호를 갈구하는 욕구가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 오르면 아무리 성인군자라도 저항할 수 없을 정도이다. 초창기에 도파민은 '쾌락분자(pleasure molecule)'라는 이름으로 불렸고, 뇌세포가 도파민을 만드는 반응을 '보상회로(reward circuit)'라고 불렀다.

모든 상황에서 인간에게 의사결정의 척도가 될 정도로 도파민의 체내작용은 중요하다. 어떤 대상에 대해서 기대감, 흥미를 갖는 상태 그리고 그 감정상태로 인한 특정한 행동의 유인 모두 도파민의 분비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해를 위해 실험들을 예로 들어보겠다. 과학자들은 음식과 약물 모두 도파민을 활성화시킨다는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쥐의 뇌에 전극을 심은 상태로 고체사료 투입로가 달린 우리에 쥐를 넣었다. 결과는 가설대로 투입로로 사료 알갱이를 떨어뜨리자 쥐 머릿속에서 도파민이 활성화되었다. 그런데 이번에는 '기대감'의 요소를 추가한 실험을 진행하였다.

스위스 프리부르 대학교의 신경생리학 교수인 볼프람 슐츠(Wolfram Schultz)는 학습 과정에서 도파민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궁금했다. 마찬가지로 원숭이의 뇌에 작은 전극을 심었고, 원숭이를 전구가 연결된 상자 2개가 달려 있는 우리에 넣었다. 두 전구 중 하나에는 어쩌다 한 번씩 불이 들어왔다. 왼쪽 전구에 불이 켜지면 오른쪽 상자에 사료가 들어 있다는 신호였고 오른쪽 전구에 불이 켜지면 왼쪽 상자에 사료가 들어 있다는 뜻이었다. 원숭이가 이 규칙을 이해하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했고, 음식을 발견한 원숭이의 뇌에서는 쥐 실험과 마찬가지로 도파민이 활성화되었다. 원숭이들이 시행착오를 통해 규칙성을 이해하고, 사료가 들어있는 상자를 단번에 찾기 시작했을 즈음에는 사료를 찾았을 때가 아니라 전구에 불이 들어왔을 때 도파민이 분비되는 것을 발견했다. 원숭이들은 더이상 음식이 아니라 불빛에 전율을 느끼게 된 것이다. 도파민 활성은 쾌락의 지표가 아니라 '확신 불가능한 상황 속 기대감'에 대한 반응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결국 도파민은 '쾌락 분자'로 불릴 것이 아니라 '기대감 분자(anticipation molecule)'으로 불리는게 적절할 것이다.

Wolfram Schultz 교수 : 도파민 연구의 권위자

인간은 갖가지 가능성을 자양분 삼아 미래를 꿈꾼다. 흔히 사랑을 시작할 때 혹은 연애 초기에, 상대의 행동양상에 대한 예측 불가능성과 기대감으로 인해 도파민이 우세하고, 중장기적인 연애를 할 때는 도파민의 분비는 줄어들고 현재지향적인 세로토닌, 옥시토신 같은 호르몬이 우세해진다는 말을 들어본 적 있을 것이다. 익숙해진 것, 바꿔 말해 예측이 가능해진 것에 대해서는 흥분과 기대가 사라지는 것이다. 이 현상을 과학자들은 '보상예측오류(reward prediction error)'라고 부른다. 나의 예상 혹은 기대와 상황이 다르게 흘러갈 때 우리는 예측에 오류가 있다고 말하고, 그 상황이 예상보다 좋았을 때 이 행복한 오류는 도파민을 작동시킨다.

중독을 이 맥락에서 설명해본다면, 중독자는 적정량으로는 절대로 만족감을 느끼지 못한다. 그것이 마약이든 도박이든, 적절한 양은 이미 여러 번 경험해본 것이라, 익숙해진 것이다. 익숙하다는 것은 예측이 된다는 것이고, 예측이 되는 것은 그들에게 역치 미만의 자극에 불과하다. 이들은 평상시보다 많이 그리고 빈번하게 특정한 자극에 노출되어야만이 도파민을 활성화 시킬 수 있는 지경이 된 것이다. 게임 중독자들이 하루에 열 시간 넘게 게임을 해도 힘들어하지 않는 것처럼, 마약 중독자들이 적정량 이상의 약물을 투여해도 인지하지 못하는 것처럼 이들의 도파민 분비 체계는 끊임 없이 '더!!'를 외치고 있다.

사람마다 이 도파민의 부름을 일으키는 요소는 모두 다르다. 유전적인 차이뿐만 아니라 살아온 배경, 관심사 등이 모두 다르기 때문이다. 한 개인에게 기대감을 가지게 하고 흥미를 일으키는 특정한 요소를 '돌출'이라고 표현하는데, 돌출을 일으키는 신호탄은 누구든 분명히 존재한다. 예컨대 연기만 보면 니코틴이 땡긴다거나, 키보드만 보면 게임이 땡긴다거나 신호탄이 되는 지점이 각기 다를 것이다. 돌출로 인해서 도파민 욕망 회로가 활성화되면 욕망에 대한 보상을 갈망하게 되며 어떠한 형태로든 욕망의 방향대로 행동할 개연성이 높다. 욕망이 뇌를 지배할 때, 이성적 사고는 줄어들며 논리적 사유는 뒷전이 된다. 시간 관념은 사라지고 오로지 욕망에 몰입하게 되며 쾌락만큼이나 고통이 뒤따른다.

매트릭스 패러디 (일러스트: 홍지호)

최근,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사용자 정보 소유에 대한 투명도(transparency)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트위터를 인수한 일론 머스크는 트위터의 추천 알고리즘 (Recommendation algorithm)을 일부 오픈소스로 공개하였다.

Twitter's Recommendation Algorithm (출처: 트위터)

위 그림은 트위터 홈 화면 타임라인을 진열하는 게시물들을 당신에게 알맞게 정렬하는 기준을 설명한 그림이다. 흔히 Homemixer라고 불리는 알고리즘이다. 유저의 팔로우 관계도 그래프, 리트윗이나 좋아요와 같은 반응, 그리고 유저 데이터를 활용하여 대략적으로 1500개의 게시물들을 고른다. 여기서 1500개의 게시물을 선정하는 과정은 유저가 실제로 팔로우하는 사람들의 선호를 분석한 In-Network Source와 유저가 팔로우하지는 않았지만 흥미롭게 느낄만한 것을 선정한 Out-of-Network Source로 진행된 것이다. 다음으로 이 1500개의 게시물들에 순서를 부여하는 과정을 Ranking이라고 표현하는데, 이 정렬은 당신의 앱 내 활동들에 weight(중요도)가 부여되어 각 게시물에 점수가 부여된다.

트위터가 게시물에 weight를 부여하는 과정을 설명한 코드 (출처: 트위터)

보이는 것과 같이 retweets에 20, reply(답글)에는 1, 써클에는 3, 일방적인 팔로우에는 4.. 등과 같이 weight가 부여되어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이 중요도들의 차등적 부여를 통해서 1500개의 게시물들 사이에 우선순위가 부여되며 유저에게 홈화면에 게시물들이 정렬되는 것이다. 높은 확률로 인스타그램, 유튜브 같은 다른 정렬 알고리즘도 비슷한 과정을 거칠 가능성이 높다. 당신이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고, 팔로우를 누르고, 게시물 URL을 공유하는 것과 같이 게시물 혹은 사람에게 반응을 보이는 것은 당신이 돌출되었다는 데이터를 알고리즘에게 넘겨주는 것이고, 이에 따라서 알고리즘은 돌출을 또 당할만한 개연성이 높은 게시물과 사람들을 당신에게 제공함으로써 강화학습을 진행해 나가는 것이다.

빅텍 기업이 만든 알고리즘이 어떤 방식으로 도파민을 유도하는지 말하고자 한다. 오로지 당신만을 위해 만들어지는 맞춤형 알고리즘은 당신에게 진열하는 추천 동영상, 광고, 숏츠, 사람 등 모든 것을 조정하고 있다. 몇 대의 슈퍼컴퓨터가 실시간으로 당신의 앱 내 활동을 분석하고 있으며, 당신이 '돌출'되는 지점을 교묘하게 찾아내 추천할만한 컨텐츠를 진열해나가는 강화 학습을 이어나가고 있다. 그리고 당신에게 돌출되는 컨텐츠가 성공적으로 제공되었다면 당신의 도파민 욕망 회로는 활성화되어 욕망에 몰입하게 되며 이성적 사고나 논리적 사유는 무력화된다. 도파민의 행동유도는 더할 나위 없이 강력하다. 우리의 감정, 행동, 의지 모든 것들은 뇌 속 전기 화학적 신호들의 종속 요인이다. 그런데 이 전기 화학적 신호를 알고리즘이 유도하고 있다면 당신은 자유 의지가 있는 것일까?

​*본 글은 책 '도파민형 인간', '도파민네이션',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Social Dilemma) 2020'를 참고하여 만들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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