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내가 웹툰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냐면

왜 내가 웹툰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냐면

작성자 황혼의콘텐츠중독자

아주 사적인 웹툰 일기

왜 내가 웹툰에 대한 글을 써야겠다고 생각했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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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웹툰에 대해 뭐라도 써야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재작년 연말 즈음의 일이다.

네이버웹툰에서는 연말마다 '올해 나의 웹툰 기록'을 정리해 보여주는 이벤트를 한다. 1년에 웹툰을 총 몇 편이나 봤는지, 제일 많이 본 작품은 뭔지 등을 알려주며 "축하합니다! 우리 플랫폼에 이렇게 많은 시간과 돈을 쏟아부으셨군요!" 해주는 이벤트. 심드렁하게 버튼을 누르자, 갑자기 '네이버웹툰 독자 중 상위 1%'라는 문구가 떴다. 이게 뭔가 싶은 마음에 눈을 비비고 다시 봐도 여전했다. 2022년 1년간 내가 본 웹툰 회차 수는 총 7351회, 네이버웹툰 전체 독자 중 상위 1%였다. 그리고 진짜 무서운 점은, 내 핸드폰에는 네이버웹툰 말고도 웹툰을 읽기 위해 깔아놓은 앱이 최소 세 개는 더 있다는 거였다.

'어라, 이거 뭔가 잘못됐는데?' 하는 생각이 그때 처음으로 들었다. 여러 개의 플랫폼을 오가며 하루 평균 20개 내외의 작품들을 꼬박꼬박 챙겨보고, 하루 1시간 30분가량을 오직 웹툰 보기에만 투자하고, 심지어 그놈의 쿠키를 굽느라 야금야금 빠져나가는 돈이 상당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내가 유독 웹툰을 많이 보는 편이다' 같은 생각은 한 번도 해보지 않았던 것이다.

솔직히 이때까지만 해도 아마 우연일 거라고 생각했다. 그때 나는 대학원 졸업을 앞두고 있었고, 논문 쓰기 싫은 대학원생이 밤새도록 웹툰 정주행이나 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니까. 하지만 그다음 해 연말에도 '축하합니다! 네이버웹툰 독자 중 상위 2%!' 라는 결과를 받아든 나는 결국 깔끔하게 인정하기로 했다. 나는 어지간한 수준을 이미 한참 전에 넘어선 오타쿠라는 것을. 뭔가를 써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단순 취미라고 하기엔 웹툰 보기에 너무 많은 시간과 돈을 쏟아넣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또한 그만큼 내가 이 콘텐츠에, 산업에 너무 진심이라는 사실도 알아버렸기 때문이다.

기왕 뭔가를 쓴다면 웹툰에 전혀 관심 없는 사람들도 작은 관심이나마 갖게 할 수 있는 글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또 내가 20여 년의 긴 시간 동안 온갖 장르의 웹툰을 읽으면서-로맨스, 무협, 판타지, 성인물(?), 스릴러...-무엇보다도 아끼고 사랑해 온 장면들은 무엇이었는지, 그 장면을 통해 어떤 생각을 새롭게 할 수 있게 됐는지 함께 얘기해보고 싶었다. 잘 만든 이야기는 언제나 이야기 자체만으로 끝나지 않고, 이야기를 읽은 사람들에게 전염되어 그들의 취향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고, 그들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 자체를 구성한다. 좋아하는 것을 왜 좋아하는지 그 이유를 끝도 없이 떠드는 것은 언제나 아주 즐거운 일이니까, 이 시리즈를 읽는 사람들의 마음도 조금이나마 나와 같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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