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개월 만에 마케터 그만두겠습니다!

작성자 유디니이

7개월 만에 마케터 그만두겠습니다!

유디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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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r_hvc3uvy9r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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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넷, 새내기 마케터가 됐다.

일찍 취업한 이유는 누군가 등을 떠밀어서도, 혹은 빨리 돈을 벌고 싶어서도 아니었다.
하루 빨리 '멋쟁이 마케터'로 일하고 싶었다.

마케터가 되고자 하는 일념으로 대학생활 내내 바쁘게 살았다.
각종 공모전, 대외활동, 교육까지 마케팅이 붙은 활동에는 악착같이 지원했다.

졸업과 동시에 마케팅대행사, 카드사, 유통사에 최종 합격했고 그 중 나는 유통사를 선택했다.
선택한 이유는 딱 하나였다.
"유통사 마케터로 일하면 재밌을 것 같아."

그런 내가 7개월 만에 마케터를 그만두기로 했다.
더 이상 일이 재밌지 않아서였다.

일이 재미없다면 아래 세 가지 질문에 답해보자.

Q1) 일이 재미없는 상태가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는가, 지속적인 문제로 이어지는가?

일이 항상 재밌을 수는 없다.
직장은 내가 하고 싶은 일만 골라 내 맘대로 할 수 있는 놀이터가 아니니까.

하지만 업무 환경에 변화를 주는 것으로 '일시적인 일태기'에서 벗어날 수 있다.
일하는 방식을 바꿔보거나 지루한 업무를 어떻게든 해치워버리는 것, 상사와의 면담을 통해 업무 범위를 조정해 볼 수도 있다.
문제는 업무 환경을 아무리 바꿔봐도 일이 여전히 재미없을 때다.

내가 그랬다.
열정을 쏟아 크고 작은 성취들을 분명히 이뤄나가고 있는데도 재미가 없었다.
그래서 매일매일 불안했고 쫓기듯이 일했다.

Q2) 지속적인 문제를 일으키는 범위는 직무와 산업, 둘 중 어느 것인가?

먼저, 산업에 대해 생각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유통업이 가진 속도와 활기가 좋았다.
아직 이 산업에 대해 충분히 알지 못했기에 여전히 배울 것이 더 남아있었다.

그렇다면 직무가 범인일까.
매번 크게 다르지 않은 프로모션을 기획/실행하고 성과에 대해 리뷰할 틈도 없이 또다시 다음 프로모션을 기획/실행하는 일은 내 성향과 맞지 않았다.
정해진 사이클을 따르기보다는 사이클을 만드는 일을 하고 싶었다.
(물론 '내'가 겪은 마케터로서의 경험이므로 다른 마케터들의 경험을 대표할 수 없음을 감안해 주시길.)

Q3) 새로운 직무 혹은 산업에 내가 꿈꾸는 미래가 있는가?

직무 혹은 산업을 바꾸는 데에는 기회 비용이 든다.
익숙함을 반납하는 대가로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게 될지 우리는 쉽게 판단할 수 없다.

옆자리 선배의 모습이 나의 5년 뒤, 10년 뒤 미래와 닮았다고 생각해보면,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내가 꿈꾸는 '미래'는 예측할 수 있는 안정적인 삶과는 거리가 멀었다.
치열하게 일할 수 있는 곳, 아무나 할 수 없는 일, 나만의 커리어를 쌓아갈 수 있는 전환점이 필요했다.

일단 회사 안에서 새로운 길을 찾아보기로 결심한 나는 회사 조직도를 켰다.

'자, 이제 정말 떠나야 할 때가 온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