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말넘많; 개봉영화 얼른 보고 이번 주말픽 알려드림

하말넘많; 개봉영화 얼른 보고 이번 주말픽 알려드림

작성자 이중생활자

하말넘많; 개봉영화 얼른 보고 이번 주말픽 알려드림

이중생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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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나는 이중생활자 이용은이다. 평일 오전 9시부터는 방송국에서 시사 콘텐츠를 만들고 저녁 6시 땡하면 뉴스를 뺀 다른 모든 콘텐츠를 본다. 지난 주말에는 최근 개봉한 영화 3편을 연달아 봤다. 부제: 주말의 유일한 스케줄은 혼자 개봉영화 몰아보는 삶, 이대로 괜찮은가?... 어쨌든, <탈주> <프렌치 수프> <퍼펙트 데이즈>를 봤다. 돌아오는 주말에 혹시 유일한 스케줄이 혼자 영화보기라면, 영화를 고르는데 이 감상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스포 없음)

[금요일 밤 20시 5분] 영화 <탈주>/ 7월 3일 개봉/ 이종필 감독/ 이제훈 · 구교환

#_질주_운명_질투_탈주

모두가 잠든 깊은 밤에 한 남자가 홀로 질주한다. 끝이 보이는 군 복무 10년, 제대해 봤자 당이 정해주는 대로 광산이나 집단농장으로 가야할 운명인 북한군 규남. 그의 질주는 정해진 운명을 거스르고 남한으로 가려는 탈주다. 또 한 남자가 있다. 규남을 쫓는 보위부 소속 현상. 출신성분 좋은 북한 고위층이만 정해진 대로 사느라 고통스러운 건 현상도 마찬가지. 집에 임신한 아내를 둔 북한 고위 군인 이전에, 그는 피아노를 쳤고 (아마도) 사랑하는 사람이 있었다. 현상이 규남을 기를 쓰고 쫓는 건 자신의 운명을 직접 결정하려는 규남을 질투해서다. 과연 두 남자는 주어진 운명에서 탈주할 수 있을까. 그리고 탈주 끝엔 락원이 있을까.

덧1) 리듬감 있는 편집과 이에 찰떡인 음악. 특히 부감 숏과 익스트림 클로즈업을 적절하게 사용한다.

덧2) 거를 타선 없는 조연들과 특별출연 배우들 보는 재미가 있다.

덧3) 영화 <고지전>(2011)에서 배우 이제훈의 첫 등장 신을 잊을 수 없다. 시리즈 <D.P.>의 한호열 역 구교환 배우도 인상적이었다. 두 배우 모두 앞선 군인 역할에 버금가는 연기를 또 했다는 게 가장 놀라운 부분.

덧4) 영화 <삼진그룹 영어토익반>(2020)-시리즈 <박하경 여행기>(2023)에 이어 영화 <탈주>(2024)까지. 부지런히 작품을 내놓는 이종필 감독을 기억하자.

[토요일 오후 15시 40분] 영화 <프렌치 수프>/ 6월 19일 개봉/ 트란 안 훙 감독/ 줄리엣 비노쉬 · 브느와 마지멜

#_요리하고_먹고_사랑하라

내가 아는 트란 안 훙 감독은 영화 <그린 파파야 향기>(1993)와 <씨클로>(1995)에서 당연히 베트남적이고 다소 실험적인 영화를 만드는 분. 그런데, 지극히 프랑스적인 타이틀 영화로 지난해 칸영화제 감독상까지 받았다고 하니 궁금해서 안 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제 감상은요. 진정한 먹방은 밭에서 요리 재료를 고르는 것부터 디너 코스 메뉴 하나하나의 조리과정까지 보여주는 것. 대사나 음악은 거의 없이 길고 긴 첫 신으로 관객들 주의를 사로잡고 시작한다. 그리고 지난 20여 년간 함께 최고의 음식을 만들어온 외제니와 도댕의 사랑, 미식과 우정에 진심인 친구들, 이제 막 이 세계에 발을 들인 절대 미각 소녀 폴린의 이야기가 이어진다. 나는 프랑스 음식에 문외한이라 맛을 정확하게 상상할 수 없다는 점이 아쉬웠는데, “새로운 요리의 발명은 별의 발견보다 행복에 기여한다”는 영화 속 대사에 물개박수치며 공감할 사람이라면 2시간 15분 동안 펼쳐지는 프렌치 퀴진의 향연을 음미해 보길. 1885년 프랑스를 배경으로 하는 시대극으로 [행복에는 맛있는 음식과 사랑하는 사람이 빠질 수 없다]는 국가와 시대를 초월한 명제를 다시 한번 확인시켜 준다.

덧1) 이 영화에서 부부 아닌 부부로 나오는 외제니 역 줄리엣 비노쉬와 도댕 역 브느와 마지멜은 실제로 1999년에 영화 <파리에서의 마지막 키스>에서 만나 결혼했다가 2003년에 딸 하나를 두고 이혼했다. 20여 년 만에 영화에서 만나 또(?) 부부가 된 것. 그것도 아주 절절하게. 이것이 프로페셔널?

[일요일 오전 10시 50분] 영화 <퍼펙트 데이즈>/ 7월 3일 개봉/ 빔 벤더스 감독/ 야쿠쇼 코지

#_화룡점정은_영화OST

빔 벤더스 감독하면, 영화 <베를린 천사의 시>(1987). 아니, 솔직히 아직 살아계신 줄도 몰랐는데 여전히 왕성하게 활동하시고 최신작은 심지어 일본 영화(?). 역시 궁금해서 아니 볼 수 없었다.

매일 같은 시간에 일어나서 같은 옷을 입고 같은 표정으로 면도를 하고 화분에 물을 주고 출근해서 도쿄 공공화장실을 돌며 청소하는 늙은 남자 히라야마. 점심 메뉴와 퇴근 후 일과도 같은 것은 물론 주말 루틴도 따로 정해져 있다. 이쯤 되면 히라야마는 확신의 ISTJ.

달라지는 건 그가 새벽에 눈뜰 때 날씨에 따라 하늘이 밝고 어두운 정도, 출근길 차 안에서 카세트 테이프 선곡, 꾸준히 읽어나가는 문고판 책 제목, 늘 그 자리에 있는 그에게 왔다가 떠나는 사람들, 그리고 그가 매일 밤 꾸는 꿈. 잘 보면 그의 반복되는 일상을 찍는 카메라 앵글도 매번 달라진다.

늙은 화장실 청소부의 똑같은 일상만 보여주면 대체 이 영화는 결말을 어떻게 내려고 이러는 걸까. 보면 안다. 내일 또 출근을 앞둔 사람들에게, 레트로 말고 진짜 아날로그가 궁금하거나 그리운 사람들에게, 일상을 한편의 영화로 만드는 미장센과 사운드를 느끼고 싶은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덧1) 자연스레 영화 <패터슨>(2017)이 떠오른다. 버스기사로 일하며 시를 쓰는 패터슨과 공공화장실 청소부로 일하며 필름 카메라로 사진을 찍고 문고판 책을 읽는 히라야마. 히라야마가 읽는 책은 윌리엄 포크너 <야생 종려나무>, 코다 아야 <나무>, 패트리샤 하이스미스 <11>.

덧2) 영화를 다 보고 나면 OST를 검색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음악에 일가견 있는 빔 벤더스 감독이 고른 1960~70년대 올드팝.

덧3) 일본 국민배우 아쿠쇼 쿄지 주연, 지난해 칸영화제 남우주연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