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구만 내 가족 포미야, 나이들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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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구만 내 가족 포미야, 나이들지마!

@user_h2vyk7v1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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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불멸의 삶을 살며

주변인들의 죽음을 지켜보아야 하는 벌.

사랑하는 이와 주름진 손을 맞잡고

내 삶은 따뜻했었다고 말할 수 없는 벌.

드라마 도깨비에서 김신(공유)이

수많은 적군의 목숨을 앗아간 대가로

받게 된 벌이다.

소중한 이와

같은 속도로 발맞추어 늙어갈 수 있다는 것은 삶이 주는 감사한 선물이다.

반대로 그 속도에 차이가 날 때

속도가 느린 이는

마음아린 고통의 시간을 견디어야 한다.


자그마한 우리 가족, 포미와 살며 느낀

'강아지의 시간'에 대해 말해볼까 한다.

1. 강아지가 한 가정에 처음 들어올 때

포미는 태어나 지금껏, 무려 13년을

꾸준히 조그마하고 귀여운 강아지이다.

갈색 포메라니안이다.

이렇게 생겼다.

2012년 2월, 어느 겨울날

철없고 어리기만 했던 삼남매는

귀여운 강아지를 키우고 싶었다.

친척 어른들에게서 받은 세뱃돈을 모았다.

세 아이들의 간곡함을

끝내 외면하지 못한 부모는 아이들과 함께

작은 강아지들이 많은 곳으로 갔다.

앙앙 짖어대며 자신을 보아달라던

애교 많은 흰 강아지가 눈에 띄었다.

그 아래 칸에는

끄응

끙끙

한 번을 짖지 않고 그저 끙끙 하기만 하던

갈색 포메가 있었다.

포미와 우리가

처음으로 마주본 순간이었다.

가족들은

별다른 이견 없이

갈색 강아지를 데려오기로 마음을 모았다.

집으로 오는 차 안에서 내내 바들바들 떨었던

600g이 채 되지 않았던 갈색 강아지,

그리고

이 작은 아이가 어디라도 부러질까, 다칠까

긴장하며 더 바들바들 떨던 우리 삼남매

아직 봄 기운이 오기 전,

겨울의 끝자락이었던 그 날

태어난 지 6개월이 된 작은 포미는

우리의 가족이 되었다.


2. 귀여움을 무기로 사람들을 호령하던 리즈시절

출처 입력

어느 겨울날에는 산속 캠핑장에서

처음으로 눈을 밟아보기도 했고

어느 여름날에는

계곡물에서 일명 개헤엄도 도전해보았다.

또 어느 봄 날에는

푸른 잔디 가득한 너른 들판에서

열 걸음 정도 앞에서 손뼉 치며

포미야 이리와

출처 입력

했다. 그럼 우리 포미는

앞발 두 개, 뒷발 두 개를 깡총깡총하며

웃는 얼굴로 달려와 주었다.

산책하다 응가를 하고 나서는

흙이 없더라도 항상 뒷다리로

열심히 싹싹이 춤을 추었다.

몸이 가벼워 그런지

함께 산책 나온 사람은 지쳐도

포미는 지치지 않았다.

가만히 두면

하루 온종일 집으로 들어가지 않을 기세로

이 풀, 저 풀 냄새 맡으며 뽈뽈뽈 걸어 다녔다.

제 고집대로 산책 줄을 이리저리 꼬아도,

정성껏 준비한 밥을 먹지 않아 속을 썩여도,

때론 주인보다 낯선 사람을 더 반겨도,

세상 무해한 귀여운 표정 하나면

서운함과 짜증이 녹아 없어지곤 했다.

tmi.

강아지도 사람마냥

트름도 하고 잠꼬대도 한다.

하루는 꿈에서 반가운 강아지 친구를 만났는지

낮잠을 자면서 꼬리를 뱅글뱅글 돌리더라.

우리 포미는 그렇게

인간 가족들의 마음을 들었다 놓곤 했다.


3. 너무 빠른 강아지의 시간

출처 입력

세월이 흐르는 것이,

늙음이라는 것이 슬프고 원망스러운 지금이다.

우리 포미 나이가 열 세 살,

인간으로 치면 할아버지인 셈이다.

실외 배변 마스터한 포미가

요실금이 온 것인지

집안에서 자꾸만 실례를 하고,

다리에 힘이 풀리는지

산책하다 자꾸만 주저앉아 버렸다.

병원에선

'쿠싱' 이라는 낯선 병명 하나와

'허리 디스크'라는 익숙한 병명 하나를 주었다.

가루약을 물에 개어

주사기에 담아 조금씩 입에 넣어주면

도리도리 고개를 저으며 피하다가도

꼴딱꼴딱 이내 잘 삼킨다.

조구만 우리 가족, 포미야

조금만 더 우리랑 같이 있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