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3 북한에도 차은우가 있다?

# 3 북한에도 차은우가 있다?

작성자 ehwa

북한 영화 101_추천 리스트

# 3 북한에도 차은우가 있다?

ehwa
ehwa
@user_ehwa
읽음 380
이 뉴니커를 응원하고 싶다면?
앱에서 응원 카드 보내기

가끔 그런 생각을 한다. 북한 주민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유명한 배우들이 남한에 와서 활약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고. 나는 그들의 극장 안의 삶이 가엽다. 그중 한명이 리용호라는 배우다. 북한 여성들의 첫사랑과도 같은 존재다. 연기도 뛰어나지만, 외모가 수려하다. 20-30대 때 그는 남한의 차은우와 비슷하게 생겼다. 본인이 가진 연기력과 예술성을 다 드러낼 수도 없는 제한적인 북한 영화 시나리오 속에서도 그는 각 작품마다 다른 모습으로 연기한다. 이런 부분이 그가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남한에서 연기자의 길을 걸었더라면 어땠을까를 상상하게 만든다.

북한 사람들도 지루해서 안 보는 영화를 남한 대학생들이 보겠는가?

사진 1. 게티이미지

대학교 1학년 때 교양 수업으로 북한 영화 문화 이해라는 수업을 들었다. 다른 과목에 비해 수월하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욕심이 가장 컸지만 과목 내용이 궁금하기도 했다. 하지만 수업은 예상했던 것과 다르게 진행되었다. 북한이 선전하는 대표작들을 봐야 했고, 팀마다 나열된 작품 중에서 하나를 선택하고 정리해서 무슨 내용인지 발표를 해야 했다. 솔직히 북한에서도 재미 없고 내용이 지루해서 보지 않았던 작품들인데 여기에서 이걸 봐야 한다니 곤욕스러웠다. 그리고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수업을 같이 듣고 있는 친구들한테 미안함이 들었다. 수업 중에 새근새근 잠든 친구들이 이해가 되었다. 

일반 주민들은 국가의 이념을 선전하고 체제 찬양을 중점에 둔 영화보다는 남녀간의 사랑을 그린 말랑말랑한 작품들을 선호한다. 북한에도 잘 찾아보면 일반 주민들에게 영향을 준 그런 작품들이 있다. 만약에 탈북민들에게 북한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 어떤 영화 남한 주민들과 공유하고 싶은지를 물어본다면 남녀간의 사랑을 그린 영화와 가족에 대한 애정을 담은 작품을 꼽을 것이다.

북한 영화, 체제 선전의 도구인가, 예술의 발현인가?

북한 영화계는 폐쇄적인 사회 체제 속에서 독특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국가의 이념을 선전하고 체제를 찬양하는 도구로 활용된다. 북한 영화는 철저한 검열을 거치는데 영화의 내용은 물론, 배우들의 사상과 태도까지 검열 대상이 된다. 검열을 통과하지 못한 영화는 상영될 수 없으며, 심한 경우 제작진과 배우들이 처벌을 받는 경우도 있다. 이러한 검열 제도는 북한 영화의 다양성과 예술성을 제한하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여기까지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북한 영화와 관련된 내용이다. 그렇지만 이게 전부가 아니다. 그 안에서도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과 사랑을 담아내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사진 2. 영화 <홍길동>을 연기하고 있는 리영호 배우

북한 영화 배우들은 엄격한 통제 속에서 제한적인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시나리오 역시 국가의 검열을 거쳐야 하므로, 예술의 자유는 극히 제한적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약 속에서도 배우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캐릭터를 해석하고 연기하며,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려 노력한다. 특히 리용호 배우처럼 뛰어난 연기력과 수려한 외모를 겸비한 배우들은 북한 여성들의 우상으로 자리매김하며, 어려운 현실 속에서도 꿈과 희망을 잃지 않도록 북돋는 역할을 한다.

<사랑 사랑 내 사랑> 외 작품을 소개하자면

사진 3: 영화<하랑과 진장군>을 연기하고 있는 리영호 배우와 장선희 배우

인간의 보편적인 감정과 사랑을 다뤄 주민들에게 큰 공감을 얻는 대표적인 작품으로 조선 후기 고전소설 《하진량문록》을 영화화한 <'하랑과 진장군>을 들 수 있다.《하진량문록》은 신분을 초월한 사랑과 봉건 사회의 부조리함을 다루는 작품이다.  이 소설은 가문 소설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여주면서도, 여성의 문제와 사회적 변화에 대한 고민을 담아내어 새로운 방향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주인공 하옥주와 진세백은 약혼을 하였으나 결혼에 이르기까지 온갖 시련을 겪는다. 영화는 두 사람의 인생행로를 통하여 부귀공명과 황제의 강박에도 굴하지 않는 변함없는 사랑의 참된 의미를 말하고 있다. 하랑과 진장군은 부귀공명과 벼슬의 유혹을 뿌리치고 굳은 의지와 높은 절개로 서로에 대한 약속을 지킨다. 두 사람의 사랑 외에도 봉건사회의 불합리성, 지배계급의 내부 알력을 폭로하고 나라를 지켜낸 인민들의 애국적 투쟁은 반드시 승리한다는 주제도 담고 있다. 이러한 영화들은 북한 주민들에게 단순한 오락거리를 넘어, 억압된 현실 속에서 잠시나마 자유와 희망을 느끼게 하는 역할을 한다. 

북한 영화 리메이크?

북한 출신에게는 북한에서 어떤 북한 작품을 봤는지 묻기보다는 어떤 남한 작품을 봤는지 물어보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남한에서도 북한 작품을 리메이크할 수 있을까? 북한에서 흥행한 체제 선전물이 아닌 대중의 사랑을 받은, 위에 언급한 작품을 리메이크한다면 어떨까. 과연 북한 작품은 들여다 볼 가치도 없는 한심한 작품일까, 아니면 우리가 분단으로 인한 사고에 갇혀 북한 작품의 다른 가치를 보지 못하는 것일까? 북한 영화를 리메이크하는 시도는 해보고 싶은데 반공이라는 공세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 같아 망설인다면, 신상옥 감독이 직접 기획하고 홍콩 출신  무술 감독을 섭외하고 리영호가 연기한 작품인 ‘홍길동’은 어떨지 제안해 본다. 리영호가 맡았던 역할을 차은우가 연기하면 금상첨화일 것 같다.


 [출처]

🔮오늘의 행운 메시지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