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댁 VS 친정, 오징어순대의 행방은?
작성자 감자떡
난 몰랐어 결혼이 이리 다채로운지
시댁 VS 친정, 오징어순대의 행방은?
남편과 나는 100일마다 손이 많이 가는 요리에 도전한다. 우리 부부의 첫 만남을 기록하는 나름의 방식이랄까. 기념일을 더 특별하게 추억할 방법을 찾던 도중 요리똥손 둘이서 도전하면 재밌겠다 싶었다. 1200일엔 손만두(중국에선 만두가 복을 상징한다고 함), 1300일엔 자몽청(그냥 자몽이 많았음), 이번엔 오징어순대를 만들어봤다.
요리는 부부 생활의 축소판이다. 특히 조리 과정이 복잡한 요리는 창작자(?)의 주관이 많이 개입되기에 투닥거릴 일도 생긴다. 가령 남은 순대속으로 전을 부칠 때 부침가루를 얼마나 넣어야 하는지, 야채는 어느 정도 크기로 다져야 하는지 등등. (요리 고수님들, 부디 레시피 쓰실 땐 '이런 것도 써야 하나?' 싶은 것까지 써주세요.) 별것도 아닌 일로 의견이 부딪치기 쉬우니 주의가 필요하다.
내 남편은 요리할 때마다 사람을 당황시킨다. 이번엔 호기롭게 오징어포를 사 왔다. '포 뜬 오징어에 순대속을 어떻게 넣을 거야? 혹시 오징어 꿰맬 생각이야?'라고 속으로만 생각했다. 대신 조용히 B마트로 냉동 통오징어를 주문했다. 이런 게 바로 행복한 결혼 생활의 비결 아닐까 😅
장장 3시간의 대장정 끝에 오징어순대 7개를 완성했다. 그렇다. 효율이 똥이다. 혹시 이 글을 읽으며 '나도 오징어순대 한 번 만들어 볼까?'라고 생각한 독자분이 있다면, 그 생각을 접어두길 바란다.
자 이제 고민의 시작. 과연 남는 오징어순대를 어느 집에 가져가야 하는가. 우리 집인가? 시댁인가? 짧은 고민 끝에 시부모님께 드리기로 했다. 부족하지만 노력하며 살고 있음을, 작게나마 시부모님을 챙겨드리고 싶은 마음을 알아주시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