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학적 시각으로 본 다문화가정

작성자 hk

지리학적 시각으로 본 다문화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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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r_bugawk7t8u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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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 오바마, 셀레나 고메즈, 윤미래. 모두 다문화 가정 자녀이다. 텍스트로 익숙하고 미디어로 익숙한 ‘다문화 가족’은 서로 다른 국적·인종이나 문화를 지닌 사람들로 구성된 가족을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국제결혼으로 한정하여 한국인과 결혼 이민자로 형성된 가족을 지칭하기도 하고, 난민과 같이 우리와 다른 민족·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가족을 지칭하기도 한다. 한편으로는 한국 사회에 거주하고 있는 외국인 노동자, 결혼 이민자, 외국인 거주자 및 그들의 자녀까지 포함하기도 한다. 세계화와 이주로 인한 외국인 유입 증가, 국제결혼 급증으로 우리나라에서도 다문화 가족에 대해 새롭게 인식하고 있다. 그러나 기본적으로 민족주의, 순혈주의가 강했던 한국에서 다문화 가정은 흔히 혼혈 가족, 혼혈아 등으로 불리며 차별 받아온 바 있다. 본 글에서는 ‘다문화 가족’이라는 용어 대신에 ‘다문화 가정’이라는 용어를 사용할 것이다. 이는 학문적으로 ‘다문화 가정’이라는 용어가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으며, ‘다문화 가정’에는 이주 노동자 가정, 북한이탈주민 가정, 외국인 유학생 가정 등까지 포함하는 포괄적인 개념으로 사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다문화 가정에 대해 가지는 인종적 차별에 대한 사회과학적 내용을 기술한 후, 이에 대해 국가적 스케일의 극복 방안으로서 우리나라의 K-컨텐츠의 활용을 제안하고자 한다.

혼혈이라는 단어는 서로 다른 인종 또는 민족 간 결합을 뜻하는 것으로 인종, 민족을 구분하는데 쓰이곤 한다. 따라서 인종주의나 민족주의에서 파생된 개념인 것이다. 혼혈은 반드시 인종과 민족의 구분 개념이 내포되어 있으며 이런 구분은 대다수의 나라에서 차별로 이어진다. 한 가지 흥미로운 점은 인종과 민족(성)의 구분은 시간과 공간에 따라 계속해서 변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인종’은 한 집단이 그 신체적 또는 생물학적 기준에 기초하여 다른 집단에 의해 범주화되는 사회적 구조물이다. 민족성은 출생에 의해 연결된 특정 집단의 문화 및 생할양식과 관련되어 있으며 이것들에 의해 특정 집단은 다른 집단과 구분된다, 인종과 민족성이라는 두 개념을 종종 같은 뜻으로 사용하곤 하지만 두 개념은 엄연히 다른 뜻이며 다만 사회적으로 구성된다는 점에서 공통점을 가진다. 일례로 아랍인은 아랍어를 모국어로 사용하고, 이슬람교를 믿는 사람들로 정의된다. 따라서 아랍인은 언어와 종교로 구분된 민족적 개념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인종적으로 구분된 것이 아니기에 ‘백인’의 외모를 가진 아랍인도, ‘흑인’의 외모를 가진 아랍인도 있다. 한편 인종적 분류인 백인(白人)도 흔히 생각하는 전형적인 백인의 모습인 금발, 흰 피부의 사람만을 말하지 않는다. 인종차별주의는 생물학적으로 독특하다고 인식된 한 ‘인종’ 집단에 특정한 속성을 부여하는 관행으로 정의된다.

인종적 차별에 대한 연구는 단순한 주거지 격리 분포 분석에서 ‘백인성’에 대한 연구로 변화하였다. 다문화 가정이 매년 증가하고 있는 현재, 과거 인종 차별의 지리학적 지표였던 ‘격리’는 점점 줄어드는 경향이 있지만, 그것이 반드시 다문화 가정이 경험하는 차별의 감소를 의미하지는 않을 것이다. 차별과 관련하여 사회적 배제 개념을 활용하게 된다. 사회적 배제란 사회나 개인이 특정 그룹 내의 사회적 통합의 필수적이면서도 다른 그룹의 구성원들이 일반적으로 누릴 수 있는 다양한 권리, 기회, 자원 등의 다양한 영역으로부터 체계적으로, 즉 구조적으로 배제되는 것을 말한다. 사회적 배제는 대중적 허위의식과 정책적 과정을 토대로 공공연해지고 있다. 인종차별적 배제에 대한 연구의 일부는 유럽 소수민족을 대상으로 그들에게 영향을 미치는 네 가지 유형의 사회적 배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첫 번째로 법적 메커니즘을 통한 배제이다. 시민권을 부여하거나 거부하는 것을 통해, 백인 집단과 소수민족 집단 간의 ‘차이’가 공식적으로 유지되며, 이는 정치적 권리, 개인의 사회적 이동성 등에 영향을 준다. 두 번째로는 ‘타인화’의 이데올로기를 통한 배척이다. 백인 집단 내 ‘일상적인’ 태도(단지 극단적은 정치 집단들의 태도만이 아님) 가 어떻게 그리고 어디에 살 것인지에 대해 특정 소수민족 집단이 갖는 권리를 부정한다. 세 번째로 소수민족들의 사회적 자본에 대한 접근을 거부하는 것을 통한 배제이다. 이는 불평등의 축소와 사회적 포섭의 과정을 촉진시키는데 필요한 집단 특유의 요구(수요)를 인정하지 못하는 결과를 초래한다. 마지막으로 빈곤과 경제적 한계화를 통한 배제는 경제적 불이익의 패턴과 배제가 한 세대에서 다음 세대로 이어지면서 지속된다, 이러한 사회 내 배제는 체계적으로 구축되고, 다양한 형태의 사회적 배제는 때로는 매우 복잡하게 중첩되고 상호 작용한다.

과거 주거지 격리 연구에서 밝혀낸 바와 같이 공간은 사회적 불평등을 창출하거나 유지하는데 적극적인 역할을 한다. 그렇다면 반대로 우리는 공간의 활용을 통해 사회적 불평등을 극복해낼 수도 있을 것이다. 미디어는 물리적 공간을 넘어 그 이상의 영향력을 가지는 가상 공간이다. 앞서 언급했듯 다문화 가정이 급증하는 한편 우리가 일상에서 실제로 다문화 가정을 가장 많이 마주하는 곳도 미디어다. 미디어는 주로 우리로 하여금 다문화 가정에 대한 편향적인 이미지를 가지게 하는, 부정적 요소로서 언급이 되곤 한다. 한편 최근의 미디어는 다문화 가정에 대해 친숙함을 주는 효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해외 공인 중에서는 다문화 가정을 보는 것이 너무나도 흔한 일이 되었고, 우리나라 또한 한류를 이끄는 k-pop 아이돌들을 필두로 다문화 가정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드라마와 영화와 같은 k-컨텐츠에서는 생각보다 다문화 가정을 다양하게 다루지는 않는다.

프랑스 영화 ‘컬러풀 웨딩즈’는 프랑스 상위 1% 순수 귀족 집안의 세 딸이 각각 아랍인, 유태인, 중국인과 결혼을 하고, 마지막 남은 막내 딸을 아프리카인 남자친구로부터 ‘사수’하기 위한 부부의 내용을 담은 코미디 영화이다. 다문화를 접해보고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되는 영화로 많이 꼽히고 있다. 이처럼 다문화 가정에 대한, 혹은 다문화 가정이 함께 하는 컨텐츠를 해외에서는 쉽게 볼 수 있는 한편 우리나라는 작품이 많지 않을 뿐 아니라 범주화한 인종의 이미지에 따라 그 역할과 이야기가 매우 한정적인 경우가 많다. 물론 서양의 미디어에도 오리엔탈리즘과 같은 인종에 대한 프레임은 존재하고 있다. 그러나 K-컨텐츠 시대, 미디어라는 가상 공간을 활용하여 다문화 가정을 다양하게 다루는 것은 다문화 가정에 대한 친숙함을 높여줄 뿐 아니라 몇몇 이미지만으로 판단할 수 없는 그들의 다양성을 알고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