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관을 가지는 법 2

주관을 가지는 법 2

작성자 기미서

주관을 가지는 법 2

기미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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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ser_45hnf39pt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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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나는 주관을 갖는 법에 대해 글을 쓴 적이 있다.

정보가 넘쳐나는 세상에서 나만의 주관을 가지기 위해서는 스스로 사색하는 시간을 적어도 10분이라도 가져보는 것이 중요하다고 주장했었다.

돌이켜보면 지금도 그 말은 여전히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하루를 돌아봤을 때, 남들의 이야기를 듣고 받아들이는 것 외에 그 내용을 스스로 곱씹어 나만의 생각으로 바꾸는 시간을 얼마나 가지는가를 떠올려보면, ‘듣는 시간’에 비해 ‘생각하는 시간’은 너무나도 미미하다.

하지만 사색만 한다고 해서 그것이 곧 내 생각이 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을 요즘 들어 실감하고 있다.결국 많이 아는 것과 몸으로 느끼는 것은 이해의 깊이에서 180도 다르다는 것을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일을 잘하기 위해 필요한 마음가짐이나 태도, 방향성에 관한 책을 읽고, 경험이 깊은 동료에게 조언을 구하곤 했다. 하지만 책에서 본 문장이나 누군가의 말을 진심으로 이해해 나만의 주관으로 소화하기보다, 그저 ‘잘 하는 사람’의 모습을 흉내 내려 했던 것 같다.

적어도 성공한 사람의 행동을 따라 하다 보면 그들의 발끝이라도 닿을 수 있을 거라 믿었다.

그중 하나가 바로 ‘한 달에 책 한 권 읽기’였다.

존경하는 한 인물이 “지난 6개월 동안 24권밖에 읽지 못했다”며 스스로를 채찍질하던 말이 당시 내게 큰 충격이었다. 그 사람의 통찰력을 따라가기 위해서는 1년에 50권을 읽는 게 출발점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한 달에 한 권도 읽지 않던 나는 게으름에 취한 머저리 같았다. 그때부터 어떤 일이 있어도 ‘한 달에 한 권’은 반드시 읽겠다는 나만의 룰을 세웠고, 2년이 지난 지금 책장에는 제법 많은 책들이 꽂혀 있다.

물론 누군가를 따라 하는 일이 반드시 나쁜 것은 아니다.책 읽기 같은 건강한 습관은 그런 모방에서 시작되기도 한다.


다시 돌아와서 이야기하자면..

경험에 기반한 공감과 이해 없이 무조건 따라 하려 하고, 들은 말은 그대로 뱉으려 할 때 기억에서 재빠르게 휘발되곤 했다. 이직을 하기 전까지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색하는 시간을 늘리는 것만이 방법인 줄 알았다. 하지만 이직을 하며 예기치 못한 시련들을 겪으며 들었던 이야기를 곱씹고 사색하는 시간을 가져보니 휘발 되는 속도가 느려지는 것 뿐만 아니라 나만의 주관의 살집이 불어날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가령 좋아하는 것이 무엇이냐는 물음에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그냥 일잘러들이 하는 이야기를 상투적으로 뱉을 뿐 정말 내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알지 못했다. 하지만 이직을 한 뒤로 좋아하는 일은 '고객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이라는 것을 뼈저리게 느끼게 되었다.

이직한 기업에서는 대부분 비즈니스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일들을 수행하는 조직으로 이전 기업과 다르게 고객 문제를 깊게 파고들지 않았다. 무조건 자극적인 멘트와 금전적이 보상으로 고객을 유치하려고 했고, 이런 시도들은 문제의 원인이 되는 고객의 동기를 찾기보다 매력적인 문구를 찾기 위해 인터뷰를 하는 식으로 고객을 지협적으로만 이해하길 원했다. 해서 솔루션 또한 다양하게 시도하지 못하고 매번 하던 것을 반복하는 답습의 과정을 겪게 되었다.

목표를 빠르게 이루기 위해서는 작은 태스크의 성공의 빈도를 높여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결국 고객 문제로 시작해야 한다. 자사 서비스를 사용하지 않는 고객의 동기를 파악하고, 어떤 니즈를 충족해야 자사 서비스를 사용할 수 있을지 심층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을 이전 조직에서 보고 배웠기 때문에 이 프로세스가 몸에 배어있다. 해서 고객 문제 따위 고려하지 않는 비즈니스 중심 조직을 경험하니 적응하기 힘들어 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재미도 성장의 의미도 찾기 힘들었다.

이전 직장에서 근무했을 때는 이런 과정이 너무나 당연했기 때문에 이 방식이 내게 맞는지조차 가늠하지 못했지만 이직을 하고 비교가 가능해진 순간 이 점 때문에 내가 열정을 가지고 밤낮 가리지 않고 일할 수 있는 동력이 되었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이와 같은 일련의 경험을 통해 이제 '고객 문제를 해결하는 일'을 좋아하고, 이점이 내 열정의 동력이 된다는 것을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기업을 선택하는 견문 또한 넓어졌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마치며

결국 주관이란 머릿속에서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몸으로 부딪히며 형성되는 것 같다.

책에서 읽고, 누군가의 말을 들으며 ‘그럴 수도 있겠다’고 고개를 끄덕이던 것들이 실제로 부딪히며 ‘아, 이게 그 말이었구나’ 하고 비로소 내 것이 되는 순간들이 있었다.

그때서야 사색의 의미도, 지식의 역할도 달리 보이기 시작했다. 이직이라는 경험은 그런 ‘내 색깔의 잉크’를 만들어주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완성된 주관을 가지려 하기보다, 매 순간의 경험 속에서 내 생각이 조금씩 착색되어 가는 과정을 즐기고 싶다.

🔮오늘의 행운 메시지 도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