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17]의 주인공은 "미키18"

[미키17]의 주인공은 "미키18"

작성자 기미서

내 맘대로 영화 해석

[미키17]의 주인공은 "미키18"

기미서
기미서
@user_45hnf39pt3
읽음 1,409
이 뉴니커를 응원하고 싶다면?
앱에서 응원 카드 보내기

[미키 17] 이라는 영화를 보고 왔다.

SF 영화를 보며 항상 느끼는 것이지만 이런 상상의 영역에서 뛰어노는 사람들은 어떤 사람이길래 우리에게 항상 신선한 경이로움을 줄 수 있는지 매번 놀라곤 한다.

[미키 17]의 주된 내용은 '나와의 조우'이다.

봉준호의 SF '미키 17' 개봉…예매율 68% 흥행 청신호

인간 복제에 대한 윤리, 철학적인 이야기를 할 수 있지만 이보다 내 머릿속에 맴도는 것은 위와 같은 주제이다.

!!스포 주의!! (영화 안 본 사람은 여기서 나가시라)

미키는 죽음이라는 직업을 가졌다. 인간의 온갖 무자비한 실험에 의해 실험 재료로 쓰이기 위해 존재하는 복제 인간이다.

16번의 죽음을 경험한 17번째 미키는 크리퍼(대체 행성의 원주민) 수색 도중 빙하 구덩이에 빠지지만 죽지 않았다. 그의 친구의 구조를 기다렸지만 구조되지 못하고 크리퍼의 먹잇감이 되기만 기다린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그들은 미키를 먹이로 삼지 않고 구해준다.

기생충' 이후 6년 만에 봉준호 신작 등장… 미국이 반해 2000억 대준 SF 크리처 대작 | 위키트리

여기서 사건이 시작된다. 미키가 실종된 후, 연구원들은 그가 죽었다고 판단하고 새로운 미키(18번)를 프린트했다. 결과적으로 17번과 18번, 두 명의 미키가 동시에 존재하게 된 것이다.

이 세계관에서는 둘 이상의 복제 인간이 공존할 경우 원본과 복제본 모두 영구 삭제해야 하는 규칙이 있기 때문에 서로는 서로를 부정하고 서로를 죽이려 한다. 하지만 여러 상황 속에서 그들은 서로를 죽이지 못한다.

미키를 바라보는 사람들, 그리고 그 자신조차 자신의 죽음을 값싼 것처럼 여겼다.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어도 무방한 복제인간이라고 스스로를 규정했다. 새롭게 태어나는 자신도 결국 같은 존재일 것이므로. 하지만 18번과 조우한 순간, 그는 그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기 시작한다.

17번째 미키는 허당 같은 성격을 가진 반면, 18번째 미키는 매우 불같은 성격을 가졌고, 성향 자체가 정반대였다. 똑같은 자신이 연속적으로 존재한다면 분명 18번째도 그와 같아야 할 것이다. 하지만 그의 폭력적인 모습은 그를 그 자신으로 인정할 수 없게 했다.

그는 자신이 누렸던 삶을 모두 빼앗길까 두려웠다. 그래서 살고 싶었다. 값싼 그의 삶이 필요해졌다. 한 번도 '살고 싶다'고 말한 적 없던 그는 처음으로 이 말을 외치기 시작한다.


근데 정말 17번과 18번은 다른 존재일까?

줄거리 궁금하면 드루와! 미키17 출연진, 예고편 (봉준호 감독 신작 영화) : 네이버 블로그

나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생각한 이유는 미키 18의 선택 때문이다.

처음 18번은 17번을 부정했다. 자신과 동일한 존재라고 인정할 수 없었고, 오히려 죽이려 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그는 17번의 상황에 감정을 이입하기 시작했고, 함께 분노했으며,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충동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결국 그는 마샬과의 혈투 끝에 스스로를 희생하기로 결심한다. 물론 인류를 위한 희생일 수도 있지만, 나는 17번을 위한 선택이었다고 생각한다.

마지막 순간, 그는 두려웠다. 그러나 마샬의 한마디가 그의 망설임을 깨트렸다.

"죽음이 두려운 이유는 내가 중요한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는 마침내 17번과 자신이 다르지 않다는 것을 인정하고, 초연하게 죽음을 선택했다. 만약 17번이 자신의 일부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면, 그는 주저 없이 17번을 죽였을 것이다.

인간 내면에는 다양한 모습이 존재한다. 불같지만 순수하고, 우유부단하지만, 대범한 모습처럼 정말 많은 면을 지닌 존재이다. 이 면 중에 일부는 농도가 짙을 것이고 이 짙은 면들이 우리의 대표적인 모습을 묘사시킨다. 17번과 18번은 결국 미키의 내면에 존재하는 다양한 면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인물이었다.


이와 같은 일은 영화에서만 일어나는 일이 아니다.

책] 여름의 시간 - 한새마, 김재희, 류성희, 홍선주, 사마란, 황세연, 홍성호 : 네이버 블로그

인간의 세포는 종류와 질량에 따라 교체 주기가 다르지만, 평균적으로 모든 세포가 교체되는 주기는 약 1년 반이 걸린다고 한다. 그렇다면, 1년 반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사실상 다른 존재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과거와 지금이 정말 그렇게 다른 존재일까?

우리는 과거를 통해 오늘을 만들어가고 있다. 그리고 미래를 통해 오늘을 만들어 가기도 한다. 하지만 종종 과거는 부정하고 잊어버린다. 그 기억이 떳떳하지 못하면 더더욱 그렇다.

실제로, 노스웨스턴대학교의 마리암 쿠착 교수와 하버드대학교의 프란체스카 지노 교수가 주도한 연구에서 사람들은 과거의 비윤리적 행동을 시간이 지나면서 점점 흐릿하게 기억하는 경향이 있음이 밝혀졌다.

연구진은 참가자들에게 ‘주사위 던지기’ 게임에서 부정행위를 할 기회를 주고, 3일 후 다시 기억을 회상하게 했다.

  • 부정행위를 했던 참가자들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보다 기억이 더 흐릿했다.

  • 또한, 이들은 새로운 실험에서도 다시 부정행위를 저지를 가능성이 높았다.

【TVPP】Park Myung Soo - Conduct A Hearing [1/2], 박명수 - 청문회를 열다 [1/2] @  Infinite Challenge

연구진은 이를 ‘윤리적 기억상실증’이라 명명하며, 자신의 과거를 명확히 기억하지 못하면 같은 실수를 반복할 가능성이 커진다고 경고했다.

위와 같은 사례처럼 과거를 인정하지 못하고 기억하지 못한다면 우리는 똑같은 실수를 되풀이하며 과거에 갇혀 현실을 직시할 수 없게 된다. 과거에 묶이고 싶다면 회피해도 되지만, 초월하기 위해 과거의 나와 마주하는 것 부터 시작해야 한다.

결국, 미키 17은 과거의 '나'이고, 미키 18은 현재의 '나'다.
이 공상과학 같은 이야기는 우리의 현실에서도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다.

이 영화에서 미키 18이 17을 인정하며 초월했던 것처럼, 우리도 스스로를 초월할 수 있는 존재가 되기 위해 과거의 나와 마주할 용기를 가져야 한다.

마지막으로 간만에 생각에 잠기게 하는 영화를 본 것 같아 매우 즐겁다. 이런 즐거움을 선사해 주신 봉준호 감독님께 감사의 인사를 전한다.

시리즈1개의 아티클

내 맘대로 영화 해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