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덕트 디자이너의 미션
작성자 기미서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미션

신수정 님의 <일의 격>에서는 이렇게 묻는다.
"내게는 어떤 미션이 있는가?"
"내가 이루려는 목표는 무엇인가?"
조직의 미션과 비전은 여기저기서 들어봤지만, 개인의 미션은 무엇인지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
미션이라는 말이 거창할 뿐이지 목표가 무엇인지 깊게 고민해 봤던 적이 있었던가. 없었다.
그래서 내가 이루려는 미션이 무엇인지, 그걸 어떻게 지금 이뤄내고 있는지 지난날을 회고하고 한 가지 사례를 소개하려 한다.
프로덕트팀은 고객과 비즈니스의 문제를 해결하는 조직이다.
이 최상위 목표는 모두 동일하나 각 직무를 수행하는 개개인의 역할과 목표는 조금씩 차이가 난다.
그럼 많고 많은 마법사들 중에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어떤 역할과 목표를 가져야 할까?
프로덕트 디자이너의 역할은 고객이 설정한 목적을 직관적으로 이뤄낼 수 있도록 목적지에서 깃발을 흔들고 있는 '기수'라고 표현하고 싶다.
이렇게 신나게는 말고
왜냐 첫째, 고객은 작던 크던 각자 '목적'을 가지고 서비스를 사용한다.
둘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본인 의사를 표현하기 위한 '행동'이 필요하다.
셋째, 이 행동을 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 즉 'UI'를 설계하는 사람이 바로 프로덕트 디자이너이기 때문이다.
가령, 쿠팡에서 사과를 산다고 해보자.
사과를 검색했는데, 사과 사진이 없다면 어떻게 될까. 제품 상세 페이지에서 리뷰를 찾기 힘들다면 어떻게 될까. 더 극단적으로 구매하기 버튼을 찾을 수 없다면 어떻게 될까.

말도 안 되는 사례이긴 하다
GUI를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고객이 필요로 한 순간에 필요한 기능을 적절히 안내해 주고 목적을 달성하게 하는 것은 많은 고민과 시행착오가 필요하다. 이를 위해 고민하는 역할이 프로덕트 디자이너인 것이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그럼 나의 미션은 무엇일까?
앞서 언급한 '기수'로서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하는 것.
즉, "고객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빠르게 달성할 수 있도록 직관적인 flow를 설계하여 이전의 경험을 혁신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럼 이 미션을 이루고자 노력했던 사례를 소개하고자 한다.
(뭐, 프라이버시를 위해 내가 몸담고 있는 서비스를 구체적으로 묘사하지 않겠다. 비슷하다고 한다면 배달의 민족과 아주 조금 비슷할 것 같아 이를 예로 설명하겠다.)

치킨을 주문한다고 가정해 보자.
'치킨'을 검색하면 위 UI와 같은 치킨집이 수십 개 나열된다. 그들의 매출을 견인하는 대표 메뉴를 간판(썸네일)으로 사용하고, 사진 영역을 옆으로 스와이프하면 다양한 치킨 메뉴를 볼 수 있도록 경험을 설계했었다.
이 구조에서 고객이 겪고 있는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 사용성 테스트를 기반한 인터뷰를 진행했고, 예기치 않는 문제를 발견했다.
고객은 인디케이터를 인지하지 못하고 치킨집을 탐색하고 있었다. 썸네일을 스와이프 할 수 있다는 맥락을 이해하지 못했고, 다른 메뉴를 확인하기 위해서 업체 카드를 클릭하는 수고를 겪고 있었던 것이다.
이 문제점은 고객이 원하는 메뉴를 찾는 과정이 길어지게 만들거나 더 나아가 찾지 못하는 경험까지 이어진다면 결국 이탈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했고 빠르게 해결할 문제라고 판단하였다.
하여 '고객에게 다양한 메뉴를 썸네일을 통해 탐색할 수 있다는 맥락을 보충한다면 고객이 원하는 메뉴를 빠르게 찾고 구매까지 이어질 것이다.'라는 가설을 세우고 문제를 아래와 같이 개선했다.

이에 따라 기존 인디케이터가 아닌 캐러셀 형태로 UI를 개선하여 업체를 클릭해 메뉴판을 일일이 보지 않아도, 대략적인 메뉴는 업체 썸네일에서 확인할 수 있다는 맥락을 직관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솔루션을 도출하였다.
디자이너가 아닌 사람들은 이런 작은 UI 개선이 어떤 변화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 의문을 품을 수도 있다. 그럼 결과는 어땠을까?
OMTM(배민으로 치면 구매전환율이겠지?)이 약 40% 증가하였다.
고객이 원하는 메뉴를 찾고 구매하는 비중이 as is 보다 40%가 더 많아졌다는 뜻이다. 실제로 이 개선 과업에 의문을 품었던 분이 계셨고, 챌린지도 받았지만 결국 직관적인 경험의 차이가 결과를 만들어낸다는 것을 증명했었다.
이처럼 프로덕트 디자이너는 남들이 보지 못하는 사소한 차이를 발견하고 개선할 수 있는 예리한 눈을 가진 프로덕트팀의 유일한 조직원이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고객이 설정한 목적을 직관적으로 이뤄낼 수 있도록 목적지에서 깃발을 흔들고 있는 '기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앞으로 어떤 문제를 해결할지 모르겠지만, 여러 문제를 다양한 관점에서 해석하고 해결함으로써 고객이 이루고자 하는 목적을 빠르게 달성할 수 있도록 직관적인 flow를 설계하여 이전의 경험을 혁신하는 디자이너로 성장하고 싶다.
1년이 지났을 때 다시 이 글을 읽고 목표를 잘 이뤄가고 있는지 회고해 보면 재미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