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작성자 아지라엘
나의 가족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평소에도 대인관계가 활발하지 않던 나는 집과 직장을 오가던 사람이었다. 사회생활에서는 페르소나를 내세워 좋은 사람이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 늘 노력했지만 관계에서 오는 피곤함이 컸던 것 같다.
무릎 수술 이후 집에만 있어야 하는 시간이 길어졌다. 혼자 있으면서 생기는 고립감, 내 몸이 정상적이지 못하다는 자괴감, 미래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복합적인 감정에서 오는 우울감 등등... 나와 내 생각, 마음이 계속 싸우게 되었다.
부정적인 마음을 극복하기 위해 시간 계획을 세우고 새로운 연수도 들었다. 그리고 평소 신경쓰지 못했던 일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다리를 절뚝이며 아파트를 팔기 위해 집을 청소했고, 아프기 시작한 나의 노묘들을 좀 더 세심하게 돌보려고 노력했다.
다행히 이 과정에서 깨닫게 된 것들이 있다. 우선 나를 묵묵히 지켜주는 가족에 대한 고마움. 당연하게 생각했던 돌봄들은 위기 속에서 더 크게 다가왔다.
그리고 무엇보다 노묘가 된 나의 고양이들도 나와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의 첫번째 고양이는 3kg밖에 안되는 작은 몸에 3cm가 넘는 혹이 있었고 췌장도 신장도 안 좋았다. 티내지 않고 잘 먹고 잘 놀아 고양이의 상태를 몰랐던 나는 죄책감과 미안함에 마음이 너무 괴로웠다. 하지만 나의 걱정이 무색하게 나의 고양이는 여전히 잘 먹고 잘 놀고 치료도 잘 받고 있다. 작지만 용맹한 친구같으니.
때론 지나치게 깊고 많은 생각이 내 인생에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 같다. 앞으로도 다양한 이유로 인해 생기는 우울함과 고립감 등은 늘 내 옆에 있을 것이다. 나는 그런 것들을 없애기 위해 오히려 그런 것들에 더 집중해야 할까?
세상 모든 것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고 생각하는 편이다. 이번 수술은 아마도 남은 인생을 더 건강하게 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계시일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나를 지키는 소중한 존재들에 대한 감사함이 커지면서 오히려 마음이 더 든든해 지기도 했다.
과수원에서는 더 좋은 수확을 위해 가지치기를 한다. 지금의 시간도 내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깨닫고 앞으로 나가도록 하는 가지치기일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