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탄생" (앤드루 페티그리 지음 박선진 옮김. 태학사)

작성자 toritel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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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의 탄생" (앤드루 페티그리 지음 박선진 옮김. 태학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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쌓아 두었던 짐을 덜어내듯

그 사람 때문이다. 나름 우리나라에서 저널리즘을 대표한다고 하는 사람이 꽤 좋게 읽었다는 평-글인지, 인터뷰인지 조차 헷갈릴 정도로 오래된- 때문에 덜컥 구매했다. 모든 쇼핑- 정확히는 돈 쓰는 것-은 세상에서 가장 즐거운 일 중에 하나다. 최선을 다해 절제하려고 하지만 책을 살 때는 스스로 '이 책을 읽으면, 지불한 가격 이상의 가치를 얻게 될 거야'라며 스스로 세뇌하고, 쇼핑의 죄책감도 덜어낸다. 우리나라 최고의 저널리스트인 그의 지적능력과 나의 능력을 고려하지 않은 선택 때문에 구매 후 1년이 넘도록 책상 위에서 이 책은 나를 꾸짖고 있었다. '언제 읽을래?' 겨우. 숙제를 끝냈다. 아니, 책상을 정리했고, 마음의 짐도 덜어냈다.

 

책 읽는 사람을 위한 세갸지 배려

이 책은 총 3개의 챕터. 17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번째는 밑줄을 치거나 끄적거릴 때 딱딱한 바닥을  대체해 줄 하드커버다. 어린이용 도서에 많이 사용되는 얇디얇은 책들의 하드커버와는 엄연히 아우라가 다르다. 들어 있는 내용이나 표지 모두 하드커버를 쓴다면 이런책에 사용해야지 싶다. 밑줄 그을 문장도 많고 들어 있는 지식도 풍성하다.

 

두 번째는 양장제본. 책을 끈으로 묶은 뒤에 180도로 펼침이 가능하도록 제본하는 방식이다. 보통 '떡제본'이라 말하는 형태가 요즘 출간되는 대부분 책의 제작 방식이다. 두가지 제본을 쉽게 구분하는 방법은 책을 펴 보면 된다. 어느 페이지를 펴든 180도로 책을 펼칠 수 있으면 양장(반양장) 제본이고, 펼쳐지지 않으면 떡제본이다. 떡제본 책도 힘을 주면 당연히 180도 이상 벌어진다. 단지, 페이지가 낱장으로 가을철 낙엽처럼 떨어져서 그렇지.

 

세 번째는 책갈피끈. 책갈피끈이 뭔지 굳이 설명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어디까지 읽었는지 별도의 도구 없이 책갈피끈으로 표시를 해 둘 수 있다.

 

1400년~1800년 유럽의 이야기

영어 원문은 '뉴스의 발명(Invention of NEWS)'인데. 우리나라 제목이 더 마음에 든다. 책을 읽다 보면 발명했다기보다 여러 가지가 합쳐져 태어난 것이 맞는 것처럼 보인다. 누구 한 명의 발명이 아닌 기술과, 정치적 환경과 사람들의 노력이 결합된 결과물이다.

 

기술의 발전

쿠덴베르크의 인쇄술에서 출발한다. 지금 출판문화의 뿌리는 그 인쇄기술 덕분이다. 손으로 베끼던 필사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진 기반, 그리고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면서 하나의 사업으로 발전할 수 있었던 기술. 이후, 눈에 띄는 혁명은 전신과 철도가 나타나야 하지만, 이는 18세기 후반으로 이 책에서는 아주 끝자락 조금 등장하다. 그보다는 기술이라고 봐야 할지 애매하지만 우체국과 통신망의 연결이 중요한 역할을 담당한다.

 

정치적 사건

사람들에게 대량으로 인쇄해 전달할 만큼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할 사건들이 있어야 한다. 그 처음은 구교와 신교의 갈등. 그리고 30년 전쟁. 스페인과 영국 함대의 격돌. 영국이란 거대 제국의 탄생과 프랑스혁명, 미국의 독립까지 유럽의 격동적인 사건들로 수많은 사람들은 소식과 정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생존과도 직결될 만큼 정보의 가치는 높았다.

 

사람들의 변화

처음엔 상업적인 목적과 정치적인 정보였지만, 이후에는 생존과 호기심, 교육의 발전으로 소수의 사람들이 인적 네트워크를 통해 교환하던 비밀 정보들이 정부의 통제수단으로, 발전된 지식을 담을 그릇으로, 교육 수준이 높아진 일반인들-특히 여성-의 각종 지적 호기심을 채울 목적으로 점차 진화한다.

 

현대 저널리즘과 미디어 산업의 원형을 발견하는 재미

분명, 옛날이야기인데. 우리나라와 아주 멀리 떨어진 유럽의 이야기인데. 등장하는 사람들은 생소한 유럽의 왕조와 귀족, 상인, 학자들이 겪은 일인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겪는 사건인 것 같은 느낌이 책을 읽는 내내 훅훅 등장한다. 처음 만들어진 시대의 돈까스를 재현해서 먹어봤더니 요즘 돈까스들의 특징이 툭툭 튀어나오는 것 같은 느낌이랄까? 비유가 적절하지 않겠지만 지식과 표현력이 빈약한 내가 이것보다 더 잘 설명할 방법은 못 찾겠다. 현대의 다양한 돈까스 - 납작하고 넓은 빠삭한 돈까스와 두터운 고기로 촉촉하게 튀긴 돈까스와, 함박스테끼와 같이 나오는 경양식집 돈까스 등-의 특징을 최초의 돈까스가 모두 담아냈다는 것. 더 잘 설명하기 어렵다.

 

레거시 미디어의 영향력이 줄고, 기자들은 기레기로 불리고, 유튜브란 채널의 확장과 유튜버들의 등장. 온갖 풍자가 가득한. 지금의 미디어의 여러 가지 원형은 만들어질 때. 그 옛날부터 가지고 있었던 것이 아닐까.

 

그런 문장들을 몇 개 적어본다.

 

진실은 그보다는 훨씬 평범하며, 따라서 대체로 따분하다. (p44)

뉴스도 비즈니스 의사 결정에 중요한 데이터를 제공하다는 점에서 일종의 보험이었다. 문제는 어떤 뉴스를 믿어야 할지 아는 것이었다. (p75)

뉴스 팸플릿이라는 새로운 인쇄 장르의 출현은 상업 뉴스 시장의 발전에서 중요한 순간을 차지한다. (P121)

위정자들은 더 큰 야망을 품게 되었다. 인쇄물을 단지 정보를 알리는 것만이 아니라 시민들을 설득하는데 활용할 수는 없을까? (P124)

16세기에 새로운 형태의 출판물이 등장하면서 더 많은 대중이 이러한 악행의 공포와 전율을 대리체험할 수 있게 되었다. 이때부터 선정적인 내용의 대판형 뉴스가 나오기 시작한 것이다. (P143)

근대 뉴스 문화에는 무시해서는 안 될 세번째 흐름이 있었는데, 바로 '입소문'이다. (P188)

바로 국제 우편 서비스의 대대적인 변화다... 신문의 발명을 위한 토대가 마련되었다 (p264)

추문은 이탈리아 정계의 핏속에 흐르고 있었고, 인쇄하기에 적합하지 않은 뉴스가 가장 가치 있는 뉴스였다. 지금도 마찬가지지만, 가십과 추문 소게서는 권력이 심각한 치명타를 입고 이동함을 보여주는 작은 암시를 엿볼 수 있다.(P325)

17세기 초가 되면서 독일에서 일어난 강렬한 정치적 사건에 자극을 받아 이제 대판형 뉴스는 정치적 프로파간다의 도구로서 잠재력을 완전히 발휘하게 되었다. (P333)

저널리즘과 옹호는 거의 구분하기 어려웠다. (P361)

1644년..."이 시대만큼 진실을 요구한 사람이 많았던 적도 없고, 진실을 얻은 사람이 적었던 적도 없다"

신문이 처음 발행된 그날부터 유럽의 통치자들은 이 새로운 산업을 규제할 필요성을 인식했다. (P412)

 모든 신문은 높은 판매 부수와 양질의 독자층을 호보하며 잠재적인 광고주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심어주려고 했다. (P471)

18세기에 이르자 독서 대중의 뉴스에 대한 열망이 상당한 산업을 일으켰다는 사실에 더는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P475)

신문 기자가 기껏해야 정치인에게 돈을 받고 일하는 하수인에 불과한 것으로 간주되었다는 사실은 19세기에 '저널리스트'가 불명예스러운 명칭이 된 데서도 확실히 알 수 있다. (P486)

"특정인에 대한 풍자로 양념을 치지 않는 한 어떠한 정치 신문도 대중에게 즐거움을 줄 수 없습니다"(P504)

철저한 사실 보도의 실험 외에도 혁명기 프랑스 신문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는 '비판적 저널리즘'이다. (p526)

신문은 독자들에게 일상의 경험을 넘어 세상을 엿볼 기회를 제공했다 (p554)

 

마지막으로 세가지 특징을 가진 책. 책을 많이 읽어 본 사람이라면 눈치챘겠지만, 혹시라도 리뷰를 읽고 주문부터 할 까봐 한 가지만 덧붙여야겠다. 세가지 특징을 가진 책은 소설책이 아니라면 '두껍고 무겁운 책'의 특징이다. 확률은 100%에 육박. 

 

 


역시 후루룩 글을 쓰면 잔 실수가 많다. 이것저것 많이 고쳤다.

검토를 해도 여전히 실수는 있다. 

100% 못 잡는 실수와 마음에 안드는 글줄들은 그냥 받아들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