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시일이의 엄마가 된 보험설계사’가 7년간 깨달은 것들
작성자 파우치
반려의 시간
‘고양이 시일이의 엄마가 된 보험설계사’가 7년간 깨달은 것들

◆ 사람에게도 보험이 필요한 순간이 있듯이, 동물에게도 보험이 필요한 순간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어요
2012년 쯤, 지은선 대표는 온라인 쇼핑몰과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하던 자영업자였습니다. 그러던 중 시아버지의 폐암 진단을 계기로 보험을 현실에서 마주하게 되었고 주변의 추천으로 설계사 일을 시작하게 됩니다.
“단순히 상품을 파는 일이 아니라 누군가의 인생에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는 일이라는 설명이 마음에 꽂혔어요. 그 말이 지금까지도 제 기준이 되고 있습니다.”
건강보험과 실손보험부터 시작해 수많은 고객을 만나던 중, 한 고객이 반려견 슬개골 탈구 수술로 수백만 원의 병원비를 부담했다는 이야기를 듣게 됩니다. 그 때 처음으로 ‘동물에게도 보험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 인식은 보호자와 반려동물을 향한 관심으로 이어졌습니다
“지역 반려동물 행사에 나가서 보호자들의 이야기를 직접 들었어요. 펫보험이 단순한 금융상품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생명을 위한 도구라는 확신이 생겼죠.”
그렇게 지 대표는 반려동물협회에 가입하고, 펫보험 전문 설계사로의 길을 본격적으로 걷게 됩니다. “처음에는 약관, 보장 항목, 청구 절차까지 제가 직접 다 정리하면서 배웠어요. 고객의 일상을 듣고, 그에 맞는 현실적인 플랜을 제안하려고 노력했죠.” 이런 상담 방식은 곧 소개로 이어졌다. 지금은 대부분의 고객이 지인의 소개로 찾아온다. “진심이 전해지면 소개는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 같아요.”
◆ 펫보험 시장, 7년 전과 지금 무엇이 달라졌나요?
지 대표가 처음 펫보험을 접했던 2018년, 펫보험은 아직 시장에 낯선 상품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분위기가 크게 달라졌다고 말한다. “그땐 대부분 보호자들이 ‘그런 보험이 있어요?’라고 물었어요. 지금은 ‘이 중에서 어떤 게 제일 나아요?’라고 물어요.”
펫보험 상품 경쟁이 본격화되면서 보장 항목도 눈에 띄게 다양해졌고, 보호자들의 정보 수준도 크게 높아졌다. 지 대표는 상담 현장에서 느끼는 변화를 이렇게 말했다.
“슬개골, 피부질환, 치아 같은 민감한 항목은 먼저 질문하세요. 자기부담금, 청구 방식, 갱신 조건까지 다 알고 계신 분들도 많아요.”
특히 ‘모바일 청구 가능 여부’나 ‘지급 속도’ 등 보험사 시스템에 대한 기대도 높아졌다고 전했다.
“요즘은 보험료 차이도 중요하지만 고객 경험도 더 중요해지는 추세에요. 쉽게 청구하고 빠르게 받을 수 있는지도 고객들이 정말 중요하게 보세요.”
◆ 가입을 결정짓는 ‘핵심 보장’은 따로 있다?
가장 보호자 반응이 큰 보장 항목은 단연 슬개골 탈구 수술비다.
“특히 소형견 보호자들은 이 항목이 있느냐 없느냐로 가입 여부를 결정하세요. 빠져 있으면 상담을 중단하는 경우도 있어요.”
이외에도 치과치료, 피부질환, MRI·CT 촬영비 보장 등은 병원비 부담이 큰 항목으로, 보호자들의 관심이 높다고 했다.
“예전엔 보험 대신 적금을 드는 분들도 많았는데, 요즘은 보험이 더 현실적인 선택이 됐다고 많이들 말씀하세요.”
◆ 보장되지 않는 항목, 어떤 게 가장 아쉬우셨나요?
지 대표는 현재 펫보험에서 제외되어 있는 항목 중,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보장으로 행동교정 치료와 심리치료를 꼽았다.
“아무래도 일하면서도 강아지를 많이 키우다보니, 요즘 분리불안이나 공격성 문제로 힘들어하는 강아지들이 정말 많아요. 근데 이건 보장에서 완전히 빠져 있거든요.”
또한 노령견을 위한 호스피스 돌봄, 반려동물 호텔이나 유치원 등 보호시설 전용 보험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시설 내 사고에 대비할 수 있는 단체보험이 있다면 보호자와 운영자 모두 안심할 수 있을 거예요.”
◆ 가장 힘들었던 순간, 그리고 끝내 무지개다리를 건넌 아이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기대와 현실 사이의 오해’였다. 지 대표는 한 보호자가 고지의무를 빠뜨린 채 가입한 후, 재발한 질환으로 보장이 거절된 사례를 떠올렸다. “구조적으로 어쩔 수 없는 일인데도, 보호자 입장에선 감정적으로 너무 힘드셨을 거예요.”
또 다른 기억은 가입 7개월 후 뇌질환으로 급히 병원에 실려간 아이의 이야기다. 장기 치료와 침 치료를 받았지만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그래도 보호자분은 끝까지 포기하지 않으셨어요. 보험이 있어서 할 수 있는 걸 다 해볼 수 있었다고 하시며 저에게 고맙다고 말해 주셨어요.”
이 경험은 지 대표가 ‘펫보험은 단순한 상품이 아니라, 보호자의 마음을 지지해주는 수단’이라 믿는 계기가 됐다.
◆ 펫보험, 왜 아직 어렵게 느껴질까요?
지 대표는 펫보험 대중화를 막는 장벽으로 ‘복잡한 구조’와 ‘높은 보험료’를 지적했다.
“펫보험이 사람보험 보다 단순하지만, 익숙하지 않고 보장 항목이 조금씩 달라 원하는 걸 다 넣으려면 특약을 여러 개 추가해야 하는 경우가 많아요. 그러다 보면 당연히 보험료도 올라가죠.”
설계사 입장에서도, 이 구조를 하나하나 설명하고 신뢰를 쌓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한다. “아직까지도 익숙한 상품이 아니고, 쉽게 비교할 수 있는 상품이 아니라는 점이 장벽이에요.”
◆ “이 일은 사람과 반려동물을 이어주는 일입니다”
펫보험 상담을 하다 보면, 보호자보다 아이에게 먼저 마음이 가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지금 함께 살고 있는 반려묘 시일이도 고객님을 통해 만난 아이예요. 고객님이 사연이 있어 제가 키우게 되었는데, 아직도 생일마다 사진을 찍어 보내드려요.”

펫보험으로 만난 고객의 고양이 시일이를 입양하여 키우는 지은선 대표
이 일은 단순한 보험 영업이 아니라, 사람과 반려동물을 연결하는 일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보험은 꼭 써야만 좋은 게 아니에요. 쓸 일이 없기를 바라며 준비하는 거죠. 반려동물 보호자 옆에서 가장 현실적인 상담자가 되는 게, 지금 제 가장 큰 목표예요.”